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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세금·임대차 총동원…올해 7번 헛다리, 집값만 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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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20 이슈 ④ 부동산 

부동산 그래픽=신용호

부동산 그래픽=신용호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입니다.”

취득·보유·양도세 모두 2배 늘어 #매물 묶이고 1주택자도 세금 폭탄 #핀셋 규제한다더니 풍선효과만 #서울 9억 초과 아파트 15→39%로 #임대차법에 세입자만 되레 피해 #“당첨 땐 10억 차익” 청약 광풍도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전쟁에 나선 정부는 올해 일곱 번에 걸쳐 크고 작은 대책을 내놨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대출부터 세금, 임대차까지 사실상 할 수 있는 규제는 다 쏟아부었다. 대통령의 결기에 부동산 대전은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비화했다. 올 한 해 논란이 됐던 부동산 이슈를 다섯 장면으로 짚었다.

◆1주택자 증세 논란=“1주택 실소유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의 영향은 거의 없다.” 문재인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대책인 7·10대책 이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장관의 호언장담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집을 살 때(취득세), 집을 가지고 있을 때(재산세·종합부동산세), 집을 팔 때(양도소득세) 내는 모든 세금이 두 배 이상 올랐다. 대표적인 게 종합부동산세(종부세)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70만~80만 명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10만~20만 명 더 늘었다. 세수도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3조3471억원)보다 많은 4조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서울은 25개 구 중 종부세 대상 아파트가 없는 곳은 금천구 등 6개 구에 불과하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보유세를 높이면 거래세를 내려 탈출구를 마련해줘야 시장에 매물이 돌고 왜곡된 시장이 정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또 청약’ 광풍=올해 청약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광풍’이다. 지난 5월 서울 성수동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3가구 모집에는 26만4625명이 몰렸다. 평균 청약 경쟁률이 8만8208대 1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75대 1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상반기는 청약 경쟁률이 11대 1이었다. 정부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이나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하며 분양가를 관리한 탓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아파트’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달 청약을 받은 경기도 과천시 지식정보타운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373만~2403만원이다. 최근 입주한 인근 아파트 시세가 3.3㎡당 5000만원 선인 것을 고려하면 ‘청약 당첨=시세차익 10억원’이다.

잇딴 규제에도 주택시장 상승세 이어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잇딴 규제에도 주택시장 상승세 이어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택 공급 부족=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시장은 공급 부족 우려를 제기했다. 정부는 시종일관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공급 부족을 자인하듯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일부와 자투리 유휴부지까지 주택을 지어 13만2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8·4대책을 발표했다. 3개월 후 호텔·상가 등을 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등 11만4000가구를 내놓겠다는 11·19대책도 내놨다.

전국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문재인 정부 들어 확 줄었다. 2015년 480만여 가구에서 김 장관이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한 2017년 389만 가구로 줄어든 데 이어 2018년 331만 가구, 2019년 288만 가구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올해는 9월까지 143만 가구에 불과해 이 추세대로면 연말까지 200만 가구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핀셋 규제’의 풍선효과=정부는 부동산 전 분야에 걸쳐 ‘핀셋 규제’를 했다.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판단한 지역만 골라 규제했고 부동산 투기의 원흉이라며 고가 주택에 높은 세율을 매겼다. 지역별·금액별 차별 규제는 ‘풍선 효과’를 만들었다. 규제를 피한 지역의 집값이 오르고 또 오르는 형국이 됐다.

9억원 이하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서울을 포함한 투기과열지구에선 9억원 이하 집을 살 때 집값의 40%(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까지 빌릴 수 있고 세율도 낮다. 대출 규제를 피해 중저가 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서울에서는 6억원 이하 아파트보다 9억원 초과 아파트가 더 많아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 6억원 이하 비율은 67%였다. 하지만 현재(6월 말)는 29%에 불과하다. 반면에 9억원 초과는 같은 기간 15%에서 39%로 늘었다.

◆임대차법에 전세대란=집값 오름세만큼 서민을 괴롭힌 것은 전세난이다. 이를 부추긴 건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3법이다. 전·월세상한제(5%),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은 바로 시행됐고 전·월세신고제는 내년 6월 시행이다.

갑작스러운 입법으로 전세 물건이 자취를 감췄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기존 전세 물건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데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당장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한 탓이다. 전셋값은 급등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전셋값은 1.94%, 서울은 1.31% 올랐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하반기 들어서는 전국 5.2%, 서울 2.99%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8주 연속 상승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옮기는 수요자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식으로 수요 분산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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