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결산]부동산과의 전쟁…집값‧전셋값 뛰고 세금 부담에 “실수요도 살기 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28 17:42

업데이트 2020.12.28 19:32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전쟁에 나선 정부는 올해 7번에 걸쳐 크고 작은 대책을 내놨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대출부터 세금, 임대차까지 사실상 할 수 있는 규제는 다 쏟아부었다.

대통령의 결기에 부동산 대전은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비화했다. 투기 수요를 넘어 주택 수요자 전체가 적이 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웠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늘어난 보유세 부담과 로또 청약 광풍, 공급 부족과 핀셋 규제가 밀어 올린 집값, 임대차2법이 불러온 전세 대란까지 올 한해 논란이 됐던 부동산 이슈를 다섯 장면으로 짚었다.

잇딴 규제에도 주택시장 상승세 이어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잇딴 규제에도 주택시장 상승세 이어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주택자 증세 논란

“1주택 실소유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의 영향은 거의 없다.”

문재인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대책인 7‧10대책 이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장관의 호언장담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부는 올해 부동산 관련 모든 세금을 대폭 올렸다. 집을 살 때(취득세), 집을 가지고 있을 때(재산세‧종합부동산세), 집을 팔 때(양도소득세) 내는 모든 세금이 두 배 이상 올랐다. 실수요자인 1주택자가 체감하는 세금 부담은 커졌다.

대표적인 게 종합부동산세(종부세)다. 우선 대상자가 늘었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70만~80만 명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10만~20만 명 더 늘었다. 세수도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3조3471억원)보다 많은 4조 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서울은 25개 구 중 종부세 대상 아파트가 없는 곳은 금천구 등 6개 구에 불과하다.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도 가파르게 늘었다는 의미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종부세뿐만 아니라 재산세도 증가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 5.98%였다. 서울의 경우 14.73%, 강남권과 도심권의 30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경우 30% 가까이 올랐다. 세금 폭탄이 터졌다고 할 정도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르면 5~10년에 걸쳐 공시가격은 시세의 90%로 높아진다. 세율과 상한도 오른다. 내년 1월부터 2주택 이하 보유자의 경우 종부세율이 과세표준 구간별로 0.1~0.3%포인트 인상된다.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0.6~2.8%포인트 오른다. 양도세율은 1주택자도 최고 70%까지 높아진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보유세를 높이면 거래세를 내려 탈출구를 마련해 줘야 시장에 매물이 돌고 왜곡된 시장이 정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또 청약’ 광풍

올해 청약 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광풍'이다. 지난 5월 서울 성수동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3가구 모집에는 26만4625명이 몰렸다. 평균 청약 경쟁률이 8만8208만대 1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75대 1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상반기 청약 경쟁률은 11대 1이었다. 당첨 커트라인도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상반기 분양한 단지별 최저 당첨 가점의 평균은 2017년 상반기 43.9점에서 54.8점으로 10.9점 올랐다.

청약 시장의 과열은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정부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이나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며 분양가를 관리한 탓에, 주변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로또 아파트’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달 청약을 받은 경기도 과천시 지식정보타운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373만~2403만원이다. 최근 입주한 인근 아파트 시세가 3.3㎡당 5000만원 선인 것을 고려하면 ‘청약 당첨=시세차익 10억’이다.

‘청약 역차별’ 논란도 불거졌다. 민영 아파트의 경우 생애 최초 특별공급이 15% 추가되며 일반공급이 전체물량의 57%에서 42%까지 줄었다. 국민주택은 20%에서 15%로 감소했다. 부양가족이 많고 무주택기간도 긴 40대나 50대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젊은 층도 자산 기준 없이 소득 기준만 적용한 공급 방식에 현금이 많은 ‘금수저 외벌이’를 위한 특별공급이라고 반발했다.

#주택 공급 부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시장은 공급 부족 우려를 제기했다. 정부는 시종일관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 장관은 지난 7월 “올해 입주 물량이 서울 5만3000가구로 2008년 이후 가장 많다. 2022년까지 입주 물량이 10년 평균보다 35% 많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급 부족을 자인하듯 불과 한 달 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일부와 자투리 유휴부지까지 주택을 지어 13만2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8‧4대책을 발표했다. 3개월 후 호텔‧상가를 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등 11만4000가구를 내놓겠다는 11‧19대책도 내놨다.

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5년 전에 인허가 물량이 대폭 줄어서) 공급이 줄 수밖에 없는데, 아파트가 빵이라면 내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말과 달리 공급 부족을 초래한 건 현 정부다. 전국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문재인 정부 들어 확 줄었다. 2015년 480만여 가구에서 김 장관이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한 2017년 389가구로 줄어든 데 이어 2018년 331만 가구, 2019년 288만 가구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올해는 9월까지 143만 가구에 불과해 이 추세대로면 연말까지 200만 가구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을 조롱하는 사진이 화제가 됐다. 아파트를 빵에 비유한 발언에 대한 조롱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을 조롱하는 사진이 화제가 됐다. 아파트를 빵에 비유한 발언에 대한 조롱이다.

#‘핀셋 규제’의 풍선효과

정부는 부동산 전 분야에 걸쳐 ‘핀셋 규제’를 시행했다.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판단한 지역만 골라서 규제했고 부동산 투기의 원흉이라며 고가 주택에 높은 세율을 매겼다. 지역별‧금액별 차별 규제는 ‘풍선 효과’를 만들었다. 규제를 피한 지역의 집값이 오르고 또 오르는 형국이 됐다.

지난해 12‧16대책으로 서울 강남권이 규제에 묶이자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함께 ‘수‧용‧성’(수원‧용인‧성남시) 아파트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2‧20대책으로 수원 등지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자 ‘오‧동‧평’(오산‧동탄‧평택시), ‘안‧시‧성’(안산‧시흥‧화성시) 등 규제를 피한 주변 지역 집값이 올랐다. 6‧17대책에서 접경지역인 김포‧파주시가 규제에서 빠지자 이들 지역 집값이 뛰었다. 부산 등 지방 주택시장도 달아올랐다.

9억원 이하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서울을 포함한 투기과열지구에선 9억원 이하 집을 살 때 집값의 40%(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까지 빌릴 수 있고 세율도 낮다. 대출규제를 피해 중저가 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서울에서는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보다 9억원 초과 아파트가 더 많아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 6억원 이하 비율은 67%였다. 하지만 현재(6월 말)는 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9억원 초과는 같은 기간 15%에서 39%로 늘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세금을 인상한다고 하는데 가격대별로 차별해 증세하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6‧17 대책의 형평성을 조롱하는 사진이 화제가 됐다. 김포 한강신도시는 규제에서 제외됐지만, 인천 실미도는 규제에 포함된 것을 조롱하는 내용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6‧17 대책의 형평성을 조롱하는 사진이 화제가 됐다. 김포 한강신도시는 규제에서 제외됐지만, 인천 실미도는 규제에 포함된 것을 조롱하는 내용이다.

#임대차2법에 전세대란 

집값 오름세만큼 서민들을 괴롭힌 것은 전세난이다. 이를 부추긴 건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3법이다. 전‧월세상한제(5%),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은 바로 시행됐고 전‧월세신고제는 내년 6월 시행이다.

갑작스러운 입법에 집주인은 분노하고 세입자는 불안했다. 혼란은 바로 전세난으로 이어졌다. 전세물건이 자취를 감췄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기존 전세물건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데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당장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한 탓이다. 자연스레 전셋값은 급등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전셋값 1.94%, 서울은 1.31% 올랐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하반기 들어서는 전국 5.2%, 서울 2.99%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8주 연속 상승세다.

전셋집을 구하기도 어렵고 전셋값도 비싸지자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도 늘었다. 이달 들어 전국 아파트값은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5월 이후 8년 7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주간 평균 0.27%의 상승률을 보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옮기는 수요자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식으로 규제가 아니라 수요 분산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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