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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자백한 살인 14건, 공소권 없음 처분···처벌 못 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대부터 70대까지 여성을 강간·살해·유기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34년 만에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지난달 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하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뉴스1

10대부터 70대까지 여성을 강간·살해·유기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34년 만에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지난달 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하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뉴스1

연쇄살인이 뒤늦게 드러난 이춘재(57)가 “1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을 하고도 검찰의 처벌을 피하게 됐다. 자백한 사건의 공소시효가 모두 지난 데 따른 결론이다. 수원지검 형사1부와 형사6부는 이춘재와 그가 저지른 '초등생 실종 사건'을 은폐한 전직 경찰관 등 9명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은 14건, 성범죄는 34건이다. 1986~1991년까지의 범죄다. 경찰은 이중 살인은 모두 혐의를 확인했고 성범죄는 9건을 입증했다. 그러나, 검찰로 송치된 23건 모두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이춘재가 실제 처벌을 받은 것은 사건은 처제 살인(1994년 1월 검거)뿐이다.

이춘재, 재심 법정서 자백하기도 

이춘재는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군(현 화성시), 수원시와 충북 청주시에서 14건의 살인 사건과 9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전직 경찰관과 전직 검사 등 7명은 윤성여(53)씨를 1988년 9월 화성군의 한 가정집에서 여중생(당시 13세)이 살해당한 사건(이춘재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아 20년간 옥살이를 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직 경찰관 2명은 1989년 7월 학교에서 귀가하던 중 사라진 초등생(당시 8세)의 시신과 유류품 등을 같은 해 12월 발견하고도 숨긴 혐의로 받았다. 전직 경찰관 1명은 8차 사건은 물론, 초등생 실종 사건 수사에 모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이춘재의 살인 등 범행은 수원지검 형사1부에, 8차 사건 재심과 초등생 실종 사건 관련은 형사6부에 배당해 추가 수사를 벌였다. 이춘재는 경찰은 물론 지난달 2일 윤씨의 재심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 “모두 내가 범행했다”고 자백하기도 했다.

공소시효 지나 처벌 못 해  

하지만 공소시효가 발목을 잡았다.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이었다가 2007년 법 개정 이후 25년으로 늘었다. 2015년엔 국회에서 '태완이법'이 통과하면서 완전히 폐지됐다. 그러나, 1980~1990년대 범행을 저지른 이춘재에겐 해당하지 않았다. 경찰도 이춘재 등을 송치하면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8차 사건 재심을 청구한 윤씨에게 지난 17일 무죄가 선고됐고 이춘재가 범행을 모두 자백하긴 했지만, 죄명 별로 5~15년의 공소시효가 모두 지난 것이 명백해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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