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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직원은 손발, 리더가 '답정너'인 회사의 미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27)

B사는 ‘일 잘하는 회사’로 소문나 있다. 사장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일사불란하게 일을 처리한다. B사장은 한 치의 오차 없는 자사의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런데, B사장은 전형적 ‘지시형 리더’다. 회사에서 자기 자신만이 유일한 브레인이라고 믿는다. 본인이 가장 뛰어나며, 모든 고급 정보는 자신만 알아야 하며, 자신이 생각한 대로만 조직이 움직이길 바란다.

B사장은 늘 자기 확신에 차 있다. 본인의 탁월함이 지금의 B사를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B사장이 가장 선호하는 직원은 단 두 가지 유형이다. 시키는 일을 빨리해내는 사람, 사실 그대로를 정확히 보고하는 사람이다. 즉, 자신이 브레인 역할을 하고 직원은 손발의 역할을 할 때, 조직이 가장 잘 돌아간다고 믿는다.

B사는 정말 일 잘하는 회사일까?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직원이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냈다가 여러 번 거절당한 직원은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퇴사했다. [사진 pxhere]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직원이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냈다가 여러 번 거절당한 직원은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퇴사했다. [사진 pxhere]

B사에 적응된 직원들은 사장의 지시에 신속하게 움직이며, 익숙해진 업무를 빨리 처리한다. 그러나 새로운 일을 기획하거나 응용이 필요한 업무를 시도하지 않으며, 이런 일은 사장의 업무 영역이라고 여긴다.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직원이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냈다가 여러 번 거절당한 직원은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퇴사했다.

모든 기획부터 업무 분배까지 오랫동안 혼자서 일해왔던 B사장은 요즘 고민이 깊어졌다.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고객의 기대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며 더 참신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혼자 일 처리를 하는 B사장은 업무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버거움을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직원들은 시키는 일 이외에는 할 수 없고, 일 좀 할 수 있을 것 같은 직원은 바로 퇴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리더 혼자만 브레인 역할을 하는 B사의 미래는 어떨까? 리더가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 할지라도 결국 한 사람의 경험·정보·시야에 갇힌 결과물은 시간이 갈수록 경쟁력을 잃기 쉽고, 조직 전체의 역량도 발전할 수 없다.

‘손발만 필요한 리더’의 부작용

포스트 코로나19 ‘뉴노멀’ 시대에 진입하면서 시장 상황, 트렌드는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따라서 리더 한 명에게 의존하는 방식은 실패할 위험이 더 커졌다. 탁월한 리더에게도 사고의 한계가 있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리더의 단편적인 경험, 편향에 의지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일은 조직에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손발만 필요한 리더는 조직 전체의 역량을 떨어뜨린다. 리더가 시키는 일만 해야 하는 직원은 성장하기 어렵고 매너리즘에 빠진다.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고, 본인 프로젝트를 책임감 있게 할 기회가 없으므로 직원의 업무 역량도 발전하지 못한다.

리더가 시키는 일만 하는 게 익숙하고 편하다고 생각하는 직원만 남게 될 경우, 조직 입장에서도 손해가 크다. 직원의 업무 의욕·역량이 높지 않아 성과가 나오지 않는데, 투입되는 비용(인건비, 운영비 등)은 계속 발생하니 조직 입장에서는 비용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리더 한 명에게 의존하는 조직은 성장하기 어렵다. 특히 환경적인 요인이 급변하는 뉴노멀 시대, 조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집단 지성이 필요하다.

집단 지성의 힘

집단 지성이란 조직 구성원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자 얻게 되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집단 지성이란 조직 구성원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자 얻게 되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집단 지성이란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해 얻게 되는 결과를 의미한다. 즉, 조직 구성원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자 얻게 되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조직에서 집단 지성이 필요한 이유는 첫째, 의사 결정을 위한 인사이트 도출을 가능하게 한다. 리더 한 사람의 생각, 경험, 편향, 정보에 의존한 의사 결정은 리스크가 있다. 프로젝트 성공률을 높이고, 조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가령 A가 조사한 데이터, B가 조사한 시장 트렌드, C가 조사한 경쟁사 분석, D의 전문 지식 등 다각도의 집단 지성을 모아 의사 결정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둘째, 집단 지성은 조직의 문제해결능력을 향상한다. 특히 조직 외부에서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리더 한 명의 해결책보다 조직원 전체가 협력해 찾은 해결책이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더 높인다. 즉, 조직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집단 지성에서 나온 여러 해결책 중 가장 적절한 것을 활용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셋째, 안정적인 조직 성과는 결국 집단 지성에서 나온다. 천재적인 리더가 손발 역할만 하는 직원을 소위 ‘하드캐리’ 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리더가 순간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거나 리더가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직 성과는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성과를 낼 수 있는 역량이 조직 전체에 고루 퍼져 있고, 구성원 간의 협력이 활발할 때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직에서 집단 지성이 발휘되기 위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 팀워크가 중시되는 조직 문화는 필수 요소다. 그렇다면 리더는 직원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우선,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직원들과 공유한다. 직원도 의사 결정에 도움되는 합리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직원이 아이디어를 낼 때, 칭찬하고, 공감하고,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해야 한다.

또한 모든 직원이 자신만의 강점을 발휘하도록 이끈다. 리더의 업무 성향, 혹은 조직에서 선호하는 업무 방식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가진 강점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한다. 직원을 집단 지성에 참여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이 잘하는 업무(업무 방식)로 팀에 기여하고, 성과에 대해 리더가 직원과 팀을 인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성장을 위해 집단 지성을 활용하려면 유연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아무리 직원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내도 리더가 ‘답정(답은 정해져 있다)’이라면 의미 없다. 결국 리더가 의사 결정을 독단적으로 하고 직원은 손발이 되기만을 바란다면, 직원들은 점점 목소리 내지 않고 시키는 일만 하게 될 우려가 있다.

조직에서 집단 지성은 ‘리더와 직원이 함께’ 최선의 성과를 내기 위한 방법을 찾고, 목표한 성과를 내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수집된 지식과 정보를 조합하거나, 보완하거나, 발전시켜 최선의 결과를 내는 재료의 역할을 한다. 리더가 직원의 아이디어나 의견을 평가해 비난의 대상으로 바라볼 경우 집단 지성이 발휘되기 어렵다. 아무리 혁신적이고 조직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라도 리더가 경청하지 않으면 조직 성과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리더는 성과에 필요한 경험과 노하우, 풍부한 지식과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독단적인 결정을 할 때가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집단 지성을 모으고 리더가 가진 합리적인 근거를 활용해 최선의 방법을 찾고 성과를 낼 때 빛을 발하는 게 아닐까?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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