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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후임에…"살려주세요 해보라" 갑질논란 박범계 유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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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모습. 박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국회 법사위 간사를 지내 검찰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모습. 박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국회 법사위 간사를 지내 검찰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3선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기 법무부 장관 유력 후보군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최종적인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릴 것이지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박 의원의 내정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았다. 박 의원실 보좌진들은 “법무부 장관 내정 여부에 대해 저희도 들은 게 없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잇는 적임자로 거론되는 건 여당 내 대표적인 법조계 출신 중진이기 때문이다. 이미 수차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검증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조속한 임명도 가능하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과 극한 갈등을 빚은 현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사법연수원 23기 출신인 박 의원은 1994~2002년 판사 생활을 했다. 진보 성향 법관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서도 활동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법률특보로 정계에 입문한 박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2비서관·법무비서관을 역임했다. 2012년 국회의원 당선 전까지 변호사도 지냈다.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 이른바 ‘법조 3륜’에 대한 이해를 두루 갖췄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은 안된다”는 여권 기조에도 부합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대구고검장을 지낸 소병철 의원도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청와대에선 ‘검사 출신은 안된다’는 원칙이 명확했다”고 전했다. 여권에선 “지역구가 대전 서구 을, 고향이 충북 영동인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도 이점”이란 말도 나온다. 현재 충청권 출신 장관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명인데, 성 장관은 재임 2년을 넘겨 조만간 교체될 거란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한때 ‘추미애의 입’…잇단 설화는 부담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당 대표 시절 최고위원과 당 수석대변인을 지냈다. 사진은 박 의원이 지난 2017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이다. 박종근 기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당 대표 시절 최고위원과 당 수석대변인을 지냈다. 사진은 박 의원이 지난 2017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이다. 박종근 기자

박 의원은 같은 판사 출신인 추 장관과도 인연이 깊다. 추 장관이 민주당 대표였던 2017년 7월~2018년 2월 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2~8월엔 당 수석대변인을 지냈다.

박 의원은 현 정부 국정자문기획위원회에서 정치·행정분과위원장을 맡아 검찰개혁 밑그림을 그렸던 경험도 있다. 박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초안도 대표 발의했다.

다만 박 의원이 최근 잦은 설화에 시달렸다는 점은 부담이다. 지난 11월 국회 법사위 회의장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예산 삭감과 관련해 “‘한 번 살려주십시오’ 한 번 (말)하라”고 해 ‘예산 갑질’ 논란을 빚은 게 대표적이다. 박 의원은 당시 “예산이 회복돼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법원행정처장께 예산을 살려달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그런 표현의 질의를 했다”고 해명했으나, 야당에선 “막말의 최고봉”이란 비판이 나왔다. 박 의원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나는 임차인입니다’ 연설 때도 “이상한 억양(이) 아닌 그쪽에서 귀한 사례”라고 평가했다가 ‘특정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 내 일각에선 박 의원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연을 두고 “추 장관처럼 강도 높게 개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초선 의원)이란 평가도 나온다. 박 의원과 윤 총장이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이유에서다. 박 의원은 2013년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중 징계를 받았을 때는 SNS에서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선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몰아세웠고, 윤 총장이 “과거엔 저에 대해 안 그러셨지 않냐”고 반박하면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일각에선 여전히 “추미애 장관을 재신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서 “추미애 말고 또 누가 그 형극의 길을 가려고 할 것인가. 초보 장관에게 맡기기에는 너무 중대한 일이 많다”며 “추 장관의 재신임도 또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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