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까지 온 英코로나 변종…일부 치료제 무용지물 만들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0.12.28 11:52

업데이트 2020.12.28 12:1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

영국에서 처음 나타나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변종이 일부 항체 치료제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는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 STE90-C11
공격 목표 단백질 아미노산 바뀌어
S단백질-항체 결합력 160분의 1로
백신으로 생성되는 항체는 다를 듯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위를 공격하는 특정 항체에만 해당하는 것이지만, 백신을 통해 사람 몸에서 만들어지는 일반적인 항체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제조회사나 관련 전문가들은 지금 보급하고 있는 백신이나 개발 중인 백신이 영국의 변종(변이체)에 대해서도 충분히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텍사스대 제약학과 소속 필립 프라테프 박사는 27일(현지 시각)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medRxiv)에 영국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변이체)의 특성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분자 물리학 방법을 이용해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인 RBD(수용체 결합 부위)가 사람 세포의 수용체(ACE2,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 2) 등 다른 단백질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분석한 내용이다.
단백질의 상호작용 변화는 결합에너지 차이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했다.

사람 세포 수용체와의 결합력 더 높아져

분석 결과, 영국에서 발견된 N501Y 돌연변이 변종은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과 ACE2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둘 사이의 결합력이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501번 아미노산은 RBD에서 ACE2와 직접 접촉하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데, 영국 돌연변이 N501Y는 RBD의 501번째 아미노산이 아스파라긴(N)에서 타이로신(Y)으로 교체된 것이다.

아미노산이 바뀌면서 바이러스의 RBD가 수용체의 중심에 더 깊이 접근, 더 잘 결합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프라테프 박사의 설명이다.

영국 변종 바이러스와 사람 수용체의 결합. 왼쪽 S1 RBD는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 부위를 말하며, 오른쪽 hACE2는 사람의 수용체인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2를 말한다. 가운데 붉은색 원은 RBD의 501번째 아미노산인 타이로신(Tyr)의 위치를 표시한 것이다. 자료: 미 텍사스대학 필립 프라테프 박사

영국 변종 바이러스와 사람 수용체의 결합. 왼쪽 S1 RBD는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 부위를 말하며, 오른쪽 hACE2는 사람의 수용체인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2를 말한다. 가운데 붉은색 원은 RBD의 501번째 아미노산인 타이로신(Tyr)의 위치를 표시한 것이다. 자료: 미 텍사스대학 필립 프라테프 박사

반면, 이 변종의 RBD는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로 독일 업체에서 개발 중인 STE90-C11 항체와는 상호작용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N501Y 돌연변이로 인해 RBD와 STE90-C11 사이의 결합력은 160분의 1로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테프 박사는 "이번 분석 결과로는 영국 변종에 대한 STE90-C11 항체의 효능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변종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항체의 결합. 왼쪽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 부위(RBD)를, 오른쪽은 단일 클론 항체로 개발 중인 STE90-C11을 나타낸 것이다. 중간 아래 녹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은 RBD의 501번째 아미노산으로 STE90-C11 항체가 결합하는 부위다. 자료: 미 텍사스대학 필립 프라테프 박사

영국 변종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항체의 결합. 왼쪽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 부위(RBD)를, 오른쪽은 단일 클론 항체로 개발 중인 STE90-C11을 나타낸 것이다. 중간 아래 녹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은 RBD의 501번째 아미노산으로 STE90-C11 항체가 결합하는 부위다. 자료: 미 텍사스대학 필립 프라테프 박사

하지만, 프라테프 박사의 분석은 RBD의 특정 부위만 공격하는 특정 항체에 한정된 것이다.

백신 주사를 통해 사람 몸에서 만들어지는 다른 항체들이 영국 변종을 막지 못한다는 증거는 아닌 셈이다.

사람 몸에 바이러스 항원을 주사하는 백신의 경우 인체가 직접 다양한 항체를 만들도록 하는 데 비해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의 경우 특정 항체를 만들어 넣어주는 방식이다.

STE90-C11 항체는 박테리오파지 기법을 활용해 대량으로 생산된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인데, 이달 초 논문으로 공개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아미노산 하나만 바뀌어도 결합력은 3배 증가

지난 27 일 일본 도쿄 아오야마 쇼핑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쓰고 걷고 있다. 일본은 영국발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에 대한 예방책으로 새해 1월 말까지 모든 비거주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영국 전역에 퍼졌습니다. AP=연합뉴스

지난 27 일 일본 도쿄 아오야마 쇼핑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쓰고 걷고 있다. 일본은 영국발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에 대한 예방책으로 새해 1월 말까지 모든 비거주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영국 전역에 퍼졌습니다. AP=연합뉴스

한편, 중국 쓰촨(四川)대학 연구팀은 medRxic에 발표한 별도의 연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 RBD의 아미노산이 하나만 바뀌어도 수용체인 ACE2와의 결합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도 RBD의 아미노산을 교체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합력을 분석했는데, 9개의 가상 돌연변이 중 6개의 경우 결합 친화도가 돌연변이 전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가상 돌연변이 Q493M의 경우 결합 친화성이 3배로 높아졌다.
이는 439번 아미노산이 글루타민(Q)에서 메싸이오닌(M)으로 바뀔 경우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 수용체에 훨씬 더 잘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쓰촨대학 연구팀은 영국 변종의 주요 돌연변이 부위인 501번에 대해서도 분석을 진행했으나, 501번째 아미노산을 아스파라긴(N)에서 타이로신(Y)이 아닌 발린(V)으로 교체된 가상 돌연변이에 대해 분석했다.
영국 변종이 알려지기 전에 연구가 진행된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분석 결과, 영국 변종인 N501Y 돌연변이와는 달리 N501V 돌연변이의 경우는 특별히 결합력이 더 높아지지는 않았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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