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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모주, 양파 우유, 치킨 수프…세계의 감기 민간 요법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환의 면역보감(91)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약초의 면역기능과 항산화 효과가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감기·독감일 때 약초의 효능이 두드러진다. 바이러스 질환은 변화무쌍해 치료하는 약이 딱히 없다. 심한 정도를 얼마나 줄여 힘들지 않게 지낼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이럴 때 약초의 기능으로 다양한 감기 증상을 완화해줄 수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는 한약 처방으로 감기 증상을 완화하는 것에 관한 논문이 많다. 감기는 한의원에서 전문의약품을 처방받는 것이 최상이지만, 민간에서도 몇 가지 식품용 약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서양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게 쓰이는 민간 감기 처치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민간 감기약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쌍화탕 재료는 상당수가 식품용 한약재로, 손쉽게 구해 달여 먹을 수 있다. 한의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와 혈 두 가지를 쌍으로 조화롭게 해준다는 의미가 ‘쌍화’에 담겨 있다. 기와 혈이 조화를 이뤄 순환되면 초기 몸살감기를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민간 감기약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배중탕, 배숙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배중탕은 배 속을 파내 그 안에 약재들을 넣고 푹 고아 먹는 방법이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민간 감기약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배중탕, 배숙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배중탕은 배 속을 파내 그 안에 약재들을 넣고 푹 고아 먹는 방법이다. [사진 pixabay]

삼계탕도 감기에 정말 좋은 식품이다. 탕이라고 되어 있는 식품은 한의학을 이용한 약선요리에 해당하며, 닭 외에 대부분의 재료가 한약재다. 미국에서도 감기에 치킨 수프를 먹듯이 한국의 삼계탕은 고단백의 닭과 한약재의 힘으로 훨씬 더 기혈순환을 좋게 한다.

배중탕, 배숙 같은 방법도 전해져 온다. 배중탕은 배 속을 파내 그 안에 약재들을 넣고 푹 고아 먹는 방법이다. 안에 들어가는 약재 쌍화탕 재료를 비롯해 목감기에 좋은 도라지, 근육통에 효과적인 모과, 몸살감기에 잘 듣는 칡뿌리 등 증상에 맞는 약재에 생강· 대추를 넣어 고은 다음 꿀과 함께 마신다. 어릴 때 감기 기운이 있으면 어머니가 몇 시간씩 달여내어 주시면 온종일 마시고는 몸이 든든해지던 기억이 생생하다.

감기에 의외로 좋은 효과를 내는 재료는 파 뿌리와 귤껍질, 그리고 무가 있다. 파 뿌리는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귤껍질에는 비타민C를 포함한 항산화 물질이 많고, 무는 속을 편하게 하면서 수분을 보충해 준다. 이런 여러 재료를 잘 조합해 먹으면 감기에 도움이 된다.

몽골과 러시아 등 추운 지역에서는 동물의 젖, 치즈 같은 고칼로리 음식이 필수이다. 북유럽에선 감기에 양파 우유를 마신다. 양파를 갈아서 데운 우유에 혼합해 마시는데 양파의 항산화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사진 pixabay]

몽골과 러시아 등 추운 지역에서는 동물의 젖, 치즈 같은 고칼로리 음식이 필수이다. 북유럽에선 감기에 양파 우유를 마신다. 양파를 갈아서 데운 우유에 혼합해 마시는데 양파의 항산화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사진 pixabay]

다른 나라 사람들도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노하우가 있다. 우즈베키스탄 같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우유에 달걀과 꿀을 넣은 ‘고골모골’이라는 음료를 마신다. 몽골과 러시아 등 추운 지역에서는 동물의 젖, 치즈 같은 고칼로리 음식이 필수적이다. 북유럽에선 감기에 양파 우유를 마신다. 양파를 갈아서 데운 우유에 혼합해 마시는데 양파의 항산화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감기에는 소주 한 잔에 고춧가루 탁 털어 넣고 마신 후 땀 흘리며 푹 자면 낫는다는 민간의 이야기가 있다. 이때의 소주는 지금 시중의 소주가 아니고 전통 방식으로 만든 소주여야 한다. 고춧가루는 체온을 올리기 위해, 땀 흘리며 자는 건 충분한 휴식과 체온조절, 혈액순환의 의미가 있다. 이 방법이 일리가 있기는 한데, 이때 소주를 잘 못 마시면 도리어 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술을 한껏 데우면 알코올이 날아가 버린다. 한의학은 술을 넣어 달여먹는 처방이 많은데, 그렇게 하면 물과 알코올에서 두 가지 성분이 우려 나오게 되고, 술로 인해 약 기운이 빨리 전달된다.

우리나라의 모주는 이런 성질을 활용했다. 모주는 막걸리에 쌍화탕 재료를 넣고 푹 고아 만든 술이다. 어머니가 술 마시는 아들의 건강을 위해 만들었다는 설화가 전해져 오는데, 감기 증상일 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여러 나라의 민간 감기 처방에는 의외로 술이 포함된 경우가 종종 있다.

일본에는 다마고 사케라는 것이 있는데, 다마고는 달걀, 사케는 정종이라는 의미다. 정종을 뜨겁게 데워 알코올을 어느 정도 날리고 달걀을 풀어 마신 후 한숨 자는 방법이다. 일본에서는 감기뿐만 아니라 취침 전 약주 한 잔으로 마시기도 한다.

북유럽에서는 뱅쇼 또는 글루바인을 마신다. 와인을 따뜻하게 데운 후 여러 가지 약초를 넣어 달인 다음, 과일로 풍미를 좋게 해 마시며 추운 겨울을 난다. 항산화 작용이 좋은 정향, 팔각회향, 계피, 올리브 잎 같은 약초에다 오렌지, 사과 같은 과일을 넣고 와인의 기운을 빌려 순환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축제 때 온 마을 사람이 엄청나게 큰 통에 담아 즐기는 음료로도 소개되고 있다. 유럽지역에서는 위스키나 럼주, 보드카에다 약초, 향신료, 과일 등을 넣어 겨울을 이겨내는 음료로 마시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약초 처방이 가장 발달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독립적인 의료인으로 대우받는 한의사라는 직군이 있기 때문이다. 약초 전문가인 한의사가 감기에 좋은 여러 약초를 처방하기도 하고, 집에서 편하게 복용하는 민간 약재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체온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 순환에 효험이 있는 약초로 추운 겨울 감기와 독감을 거뜬하게 이겨내기 바란다.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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