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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재욱의 퍼스펙티브

‘민관 합동 백신 TF’ 만들어 백신 확보에 매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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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백신 확보 늦장 대응과 앞으로의 과제

세계 주요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인 백신을 조기 확보해 이달부터 접종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 상반기엔 코로나19 위기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이스라엘에서 고령자 등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세계 주요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인 백신을 조기 확보해 이달부터 접종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 상반기엔 코로나19 위기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이스라엘에서 고령자 등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정부는 무대 뒤에서 조용히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0개가 넘는 백신 후보가 개발 중에 있었고, 어느 회사 백신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주요 제약회사들과 초기부터 접촉해 가능성이 높은 백신 제품 후보를 찾기 위하여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최대한 빨리 백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우리가 확보한 최초의 백신 물량은 올해 12월 말에 도착할 예정이며, 2021년 3분기 이내로 전 국민에게 백신을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미·영·일은 백신 확보 넘어 접종 전쟁으로 판 바꿨는데 #한국은 ‘치료제’ 매달려 우물쭈물하다 암울한 겨울 맞아 #정부는 실책을 솔직히 사과한 뒤 국민에게 이해 구하고 #범정부 백신 TF 구성해 신속한 백신 확보 방안 마련해야

백신을 개발한 미국·영국이나 독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백신 접종 경쟁에서 1등을 하고자 하는 국가의 이야기도 아니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화이자 백신을 확보한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의 14일자 대국민 담화의 일부분이다. 백신 확보는 공격적으로, 접종은 신중하게 한다는 확보 전략의 성공 사례이다.

영국·미국·일본·싱가포르 등 주요국은 백신 확보를 넘어 이미 ‘접종 전쟁’으로 판이 바뀌고 있다. 영국은 지난 8일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400만 명분의 백신을 이달 내에 국민에게 접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백신 접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 26일 기준 954만 회 분량 백신을 전국에 배포하고 이 중 194만 명에게 1차 접종을 완료하였다. 내년 1월 내로 3억 회 접종 분량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신은 게임 체인저

세계 주요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인 백신을 조기 확보해 이달부터 접종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 상반기엔 코로나19 위기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영국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세계 주요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인 백신을 조기 확보해 이달부터 접종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 상반기엔 코로나19 위기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영국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상황은 불투명하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분에 대한 계약을 완료하고, 내년 2~3월부터 국내 반입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으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돼 국내 공급이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화이자 백신은 1000만 명분을 계약했으나 내년 3분기에나 도입될 예정이다. 얀센 백신은 600만명분을 계약하고, 내년 2분기부터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모더나 백신은 아직 계약도 맺지 못했다. 하루 확진자 1000명 안팎에 이르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위기 속에서 백신도 확보하지 못한 채 우울한 연말과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현실이다.

백신은 코로나19 유행을 멈추거나 더 나아가 종식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래서 백신을 ‘게임 체인저(game-changer)’라고 일컫는 것이다. 반면 치료제는 코로나19 감염 후 치사율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여 사용할 수 있으나 감염 자체를 종식할 수 없다. 그러한 이유로 백신 확보를 최우선적인 국가 정책 과제로 두고 전 세계 국가가 백신 확보 전쟁에 뛰어든 것이다. 반면 인제야 3상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일부 코로나19 치료제의 역할과 효과성을 과신하거나 코로나 유행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해결책이라고 이야기하는 일부 정부 관계자의 입장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정부발 가짜뉴스라고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

세계 주요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인 백신을 조기 확보해 이달부터 접종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 상반기엔 코로나19 위기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고령자 등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세계 주요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인 백신을 조기 확보해 이달부터 접종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 상반기엔 코로나19 위기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고령자 등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정부 당국과 국민이 확실하게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코로나 백신의 접종률이 전 국민의 50%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감염 전파 차단 효과 즉, 신규 확진자 수와 감염 확산이 감소하는 구체적이고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미국·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내년 상반기에 도달하면 감염 통제의 가시적 효과와 더불어 감염 통제와 코로나 유행을 멈출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된다. 국민이 코로나 이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고, 경제가 정상화될 수 있는 정책적·사회적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정부와 사회는 코로나19로 붕괴한 경제와 고통받아온 시민사회를 위해 경제 회복 대책과 지원책을 준비하고 시행에 들어가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신 접종률이 전 국민의 60~70%에 이르면 집단면역을 형성해 코로나19 감염의 종식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백신 확보와 접종 지연으로 국가 간에 백신 격차와 정상 사회 복귀 격차를 우리 사회가 겪어야만 하는 것인지?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의료 전문가로서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면목이 없다.

바이오-제약업계 전문가 영입 필요

세계 주요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인 백신을 조기 확보해 이달부터 접종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 상반기엔 코로나19 위기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헝가리에서 고령자 등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세계 주요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인 백신을 조기 확보해 이달부터 접종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 상반기엔 코로나19 위기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헝가리에서 고령자 등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지금은 국가 위기 상황이다. 잘잘못은 나중에 따지고 지금은 어떻게 백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빨리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백신 확보를 위한 ‘민관 합동 범정부 백신 TF(태스크포스)’ 구성과 역할을 개선해야 한다. 지난 6월 말 정부는 백신 접종 TF를 조직하였으나 관련 부처 공무원들로만 구성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11월에 들어서야 TF 참여가 제한적으로 가능하였다. 이는 명백한 콘트롤타워의 문제이다. 지금이라도 바이오 제약 산업 전문가, 국제 거래·협상 전문가, 보건복지부 담당자, 정부 조달·입찰 전문가 및 변호사로 TF를 조직해야 한다. 다국적기업과의 백신 확보 협상을 담당하여야 할 TF의 구성은 이것이 국제 스탠더드이다. 캐나다·영국은 범정부 TF를 꾸리면서 제약업계에 정통한 민간 전문가들을 책임자로 영입해 추진했다. 영국에선 백신 확보 작전을 총지휘한 바이오 벤처 투자 전문가 케이트 빙엄은 5월부터 무보수로 6개월간 근무를 시작한 이래 6개사 백신 확보 계약을 끌어냈다.

세계 주요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인 백신을 조기 확보해 이달부터 접종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 상반기엔 코로나19 위기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독일에서 고령자 등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세계 주요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인 백신을 조기 확보해 이달부터 접종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 상반기엔 코로나19 위기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독일에서 고령자 등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또한 ‘민관 합동 범정부 백신 TF’가 효과적으로 백신 확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협상과 계약 체결에 대한 전권을 주어야 한다. 백신 확보 계약 이전에 계약 단가, 정부 조달 절차의 준수, 계약 해지 시의 법률적 책임 문제 등을 포함한 협상과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협상 개시부터 계약 체결까지 수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일반적 계약과 입찰 등 조달 절차를 지키면서 할 상황은 아니다.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예외적인 절차와 긴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정부는 명확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그러한 전제 아래에서만이 백신 TF가 소신을 갖고 백신 확보 협상과 계약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백신 확보 실책 사과해야

세계 주요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인 백신을 조기 확보해 이달부터 접종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 상반기엔 코로나19 위기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슬로바키아에서 고령자 등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주요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인 백신을 조기 확보해 이달부터 접종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 상반기엔 코로나19 위기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슬로바키아에서 고령자 등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과거 신종플루 유행과 메르스 사태 당시 관련 정부 당국자가 지금과 유사한 상황에서 소신을 갖고 책임 있는 행정을 하지 못했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또 행정적·과학적 불확실성을 처리하는 데는 책임 있는 정책적 판단이 불가피하다. 전문가적 판단에 따라 소신을 갖고 하여야만 하는 이러한 행정적 정책적 결정에 대하여 정부가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추후 야당이 정치적으로 발목을 잡지는 않아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 국가 위기 상황이며 백신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다.

최근 신뢰와 대응 능력의 한계를 보이는 정부의 방역 콘트롤타워에 대한 개편이 절실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민관 합동 범정부 백신 TF’를 조속히 구성하고 국무총리가 주도해 백신의 효과적인 확보를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백신 접종 국가 전략, 접종 대상자 우선순위, 시기별 백신 접종 계획, 백신 공급·유통 공급망 구축 및 지자체와 일선 의료기관에 이르는 행정 체계의 정비를 조속히 준비해야 한다.

모두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그로 인한 방역 정책의 붕괴가 초래되지 않아야 한다. 백신 확보에 소홀했던 정부 실책에 대해 솔직하게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민간 전문가와 국민과 함께 ‘민관 합동 범정부 백신 TF’를 구성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혹독하고 힘든 겨울을 버텨야 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불신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백신 확보와 방역 정책 신뢰를 반드시 이루어내야만 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