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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에 비상장주 헐값 매각, 수십억 가로챈 사모펀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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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운용사 18곳에 대한 검사 결과 운용사 임직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 등을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금감원의 중간 점검 결과에 따르면 A자산운용사 대표는 사모펀드에 편입한 비상장 우량주식을 헐값에 배우자 명의로 넘겼다. 그는 이 중 일부를 매수 가격의 두 배로 팔아 수십억원을 부당하게 챙겼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 18곳 점검, 도덕적 해이 심각 #페이퍼컴퍼니로 수백억 챙기기도

B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펀드에서 투자한 업체가 투자금을 제대로 쓰고 있지 않다는 정보를 알고도 수십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그는 판매사에 정보를 알리지 않고 신규 펀드를 설정한 뒤 이 업체에 추가 자금을 투입했다. 금감원은 자산운용사 임직원이 장부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컨설팅 비용이나 대출 주선 수수료 등으로 수백억원을 부당하게 챙긴 사례도 적발했다. 자체 위험관리 기준도 없이 펀드에 특정 자산을 넣어달라는 판매사의 요청에 따라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펀드’를 설정한 운용사도 있었다.

금감원은 현재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9043개와 사모펀드 운용사 233곳에 대한 전수 검사를 진행 중이다. 펀드 운용자산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실제 운용자산과 투자제안서가 일치하는지 등을 따져보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점검 완료율은 50.5%(펀드 수 기준)였다. 2023년까지 전수 검사를 완료하는 게 금감원의 목표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드러난 불법 행위에 대해 엄중한 제재를 추진하기로 했다. 필요하면 검찰과도 긴밀히 협조할 계획이다. 다만 금감원은 요주의 회사에 대해 먼저 검사를 시행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도덕적 해이가 업계에 만연한 문제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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