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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손이 시린 그대에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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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코로나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연일 1000명대의 확진자가 나오며 의료진의 고충도 크다. 야외 검사소에서 또 다른 복병 추위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칼바람에 발끝이 시려워요!” “손가락이 시렵다 못해 곱아서 일할 때 많이 불편합니다!” 한파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고충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다, 찬 것 따위가 닿아 통증이 있다를 이르는 말로 ‘시렵다’를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른 표현은 ‘시리다’이다. ‘시려워요’ ‘시렵다 못해’와 같이 많이 사용하지만 ‘시려요’ ‘시리다 못해’로 고쳐야 한다.

‘시렵다’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시렵다’를 복수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시렵고, 시렵도록, 시려워, 시렵지, 시려운, 시려우니, 시려우면, 시렵더라, 시려웠다’처럼 쓰면 안 된다. ㅂ불규칙용언인 춥다가 ‘추워’, 맵다가 ‘매워’로 활용되는 것과 같이 ‘시렵다’가 활용된 형태여서다. 기본형이 ‘시리다’이므로 ‘시리고, 시리도록, 시리어(시려), 시리지, 시린, 시리니, 시리면, 시리더라, 시리었다(시렸다)’처럼 활용해야 한다.

‘시렵다’ 형태의 동사 사용 빈도가 높아진 것은 동요 ‘겨울바람’의 파급력 때문이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이란 가사가 입에 익은 탓이다. 노랫말의 ‘시려워’는 운율적 효과를 고려한 시적 허용으로 이해해야 한다.

‘졸립다’도 마찬가지다. ‘졸리다’를 ‘졸립다’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졸립다’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활용형도 ‘졸립고, 졸리운, 졸리워, 졸립네’가 아니라 ‘졸리고, 졸린, 졸려, 졸리네’로 써야 바르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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