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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노영민..니가 왜 거기서 나와?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왼쪽부터), 정세균 총리, 이낙연 더불민주당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왼쪽부터), 정세균 총리, 이낙연 더불민주당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비서실장, 당정청회의서 '내년 2월 백신접종 시작' 깜짝발표 #정작 추가질문엔 설명 없어..이런 중대뉴스 대통령이 직접설명해야

1.
주말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 동시에 코로나 백신이 공급되는 ‘합동작전’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유럽 국가들에 26일 백신이 배달됐으며, 27일 접종이 시작됐습니다. 화이자 백신이 4억명에게 접종될 예정입니다.

‘코로나를 무찔렀다.’(독일 보건장관)
‘자유를 되찾았다.’(이탈리아 외무장관)

2.
부럽습니다. 방역의 주체가 개별국가가 아니라 EU라는 국가연합체이기에 더 감동적입니다.

EU에는 독일 프랑스 같은 최선진국도 있지만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등 상대적으로 못사는 동유럽 국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구 소련 국가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백신확보 경쟁에서 국가 이기주의가 만연한 가운데 EU의 공동대응은 매우 모범적입니다.

코로나 같은 글로벌 팬데믹은 대응 역시 글로벌이어야 합니다. 현실은.. 미국같은 강대국의 자국우선주의만 판치고 있습니다.

3.
백신의 중요성에 대해선 우리 정부도 충분히 인식한 듯합니다.

휴일인 27일 코로나 대응 고위당정청 회의가 열렸습니다.
모두발언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깜짝 뉴스를 밝혔습니다.

‘내년 2월부터 의료진과 노약자 백신접종을 시작할 것’이며‘2분기면 일반국민들도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4.
그런데..이런 뉴스를 왜 청와대 비서실장이 발표하지?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부대표는 정세균 총리입니다. 부처간 정책을 조정하는 실무책임자인 국무조정실장도 참석했습니다. 이들이 발표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노영민은 ‘질병청에서 조만간 상세히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니..이런 기쁜 소식을 질병청은 왜 바로바로 알려주지 않는거야?

노영민은 회의 직후 몰려든 기자들의 추가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중대 뉴스에 왜 구체적인 설명이 없지?

5.
정세균 총리는 사실 같은 자리에서 다른 소리를 했습니다.

‘구체적인 (백신접종) 시점은 제약사의 생산역량등 영향을 받기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국민의 최고관심사에 대해 총리와 비서실장이 왜 다른 소리를 하지?

6.
지난 22일 청와대 대변인은 장문의 브리핑을 내면서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노영민의 발언은 ‘백신의 정치화’의심을 받기 십상입니다. 총리와 다른 목소리는 불신을 초래합니다.
이런 중대 뉴스라면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야 맞습니다. 어려울 경우, 정은경 질병청장이 적임자입니다. 비서실장은 아닙니다.

7.
백신대책은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전문가 중심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백신확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확보 이후 절차입니다.
제대로 배포하고 관리할 조직과 인력과 장비의 확보, 접종 우선순위 결정 등이 모두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8.
코로나 발생(2019년 12월 30일 중국 우한) 1년이 됐습니다.
아무리 백신이 빨리 들어와도 2021년 한 해 동안 코로나는 계속될 겁니다.

그 와중에 국민들이 정부의 역할에 대해 재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고통과 실망이 깊어질수록 정부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평가는 날카로워질 겁니다.
‘백신의 정치화’는 국민들이 가려낼 겁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