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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뻔뻔하다" 공격에 박형준 "근거 없는 비난"…그 둘의 14년째 악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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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한 홍준표 의원. 우상조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한 홍준표 의원. 우상조 기자

“홍준표 의원과 한번 틀어지면 너무 피곤하고 힘들다. 기억력도 좋고 집요하다. 누가 홍 의원과 대립하면 ‘안 싸우는 게 상책’이라고 말한다.”

지난 4ㆍ15 총선을 앞두고 홍 의원이 공천 문제로 당 지도부와 대립할 당시 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핵심 관계자는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홍 의원이 최근 집중 공격 중인 사람은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형준 동아대 교수다. 포문을 연 건 23일이다. 페이스북에 “MB(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실세였던 사람이 부산시장 해보겠다고 나와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직 두 대통령의 잘못을 사과한다고 한 것을 잘했다고 부화뇌동한다”며 “자숙하고 MB 면회나 열심히 다녀야 사람의 도리가 아닌가”라고 적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에선 김종인 위원장이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을 두고 잡음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박 교수를 콕 집어 공격한 것이다.

박 교수는 곧장 "사실에 기초한 비판이라면 정치 선배의 고언이라 여기고 달게 받겠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 사과하는 게 아니라, 보수 정권이 제대로 운영을 못해서 이런 무도한 이들에게 정권을 넘겨준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전 대통령께 여러 경로를 통해 인간적 도리를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큰 정치인인 홍 의원이 후배 책 잡는 일 하지 말고 보수 정권 재창출을 위해 구심이 돼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의원 SNS 캡처

홍준표 의원 SNS 캡처

그러나 홍 의원은 27일 다시 “그 좋던 총선 다 망치고 총선 망친 날 KBS 나가 유시민과 한껏 놀았다”며 “조용히 물러나 근신해야 함이 마땅한데도 부산시장 하겠다고 나섰다니 정치가 참으로 뻔뻔스럽다”고 글을 올렸다. 박 교수 측은 "총선 당일 KBS 출연은 기존에 계약이 돼있어 파기하기가 불가능해 당 지도부와 조율해 출연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공개적인 대응에 나서지는 않았다.

당 안팎에선 “아직도”란 말이 나온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둘 간의 갈등의 역사 때문이다. 먼저 회자되는 건 2006년 지방선거 경선이다. 당시 홍 의원은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에서 주요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새정치수요모임 등 소장파는 홍 의원 대신 새로운 후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요모임 대표는 박 교수였고, 이들이 대안으로 내세운 건 정계를 떠나있던 오세훈 전 시장이었다. 박 교수와 홍 의원의 당시 발언이다.

2006년 4월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홍준표, 오세훈, 맹형규 후보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006년 4월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홍준표, 오세훈, 맹형규 후보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박 교수=“언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유력 후보들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외부인사 영입에 나서면 된다. 오 전 의원의 영입이 거론되니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각이 서기 시작한다.”

▶홍 의원=“외부인사 영입 얘기가 계속 나와서 힘든 몇 달을 보냈다. 지도부에서 후보들을 왜소화시키고 잘될 만하면 끌어내리는 일은 하지 않길 바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의원은 2004년 총선 공천 심사위원이었고, 박 교수는 공천을 받아 의원이 됐다. 박 교수가 대학 선배(고려대)인 홍 의원 대신 자신의 고교 후배(대일고)인 오 전 시장을 지원하자 홍 의원이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홍 의원은 이날도 “부산 수영에 우리 당 공천을 줬더니 17대 국회의원이 됐다”고 당시를 거론했다.

두 사람의 다음 악연도 오 전 시장과 관련 있다. 2011년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 투표에 시장직을 걸 당시 홍 의원은 한나라당 대표였고, 시장직 사퇴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곧장 시장직을 던졌다. 당시 사정을 아는 당 관계자는 “오 전 시장 사퇴는 홍준표 대표 체제의 붕괴를 부른 도화선이 됐다”며 “홍 의원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거쳐 정권 실세로 통하던 박 교수가 오 전 시장을 박근혜 의원의 대선 대항마로 키우기 위해 시장직 사퇴를 독려한 거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 측 관계자는 “전혀 사실과 다른 오해”라며 “사퇴를 적극적으로 만류했다. 오 전 시장에게 물어봐도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것이다. 다만 이 시기 둘의 관계가 더 꼬인 것은 분명하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지난 15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지난 15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총선때도 두 사람은 불편한 구도를 형성했다. 홍 의원은 지도부와 공천 갈등 끝에 탈당했지만, 박 교수는 보수 통합을 주도하며 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핵심에서 총선을 지휘했다.

또 홍 의원의 공세는 과거의 악연 뿐 아니라 현실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선을 준비하는 홍 의원 입장에선, 관계가 껄끄러운 박 교수가 부산시장이 될 경우 주요 지지 기반 중 하나인 부산을 잃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두 사람 악연이야 당에서 유명하지만, 개인 원한으로만 비판하는 건 아닐 것”이라며 “현재의 정치 지형을 고려해서 보면, 부산ㆍ경남을 포함한 영남의 패권과 관련된 문제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당시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왼쪽)과 오세훈 당시 광진을 후보(가운데)가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전략대책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변선구 기자

박형준 당시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왼쪽)과 오세훈 당시 광진을 후보(가운데)가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전략대책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변선구 기자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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