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출소 원하는 시설 이용자 지원하는 일본 NPO

중앙일보

입력 2020.12.27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65)

사회복지 분야에 ‘케이스워크(casework)’라는 말이 있다. 곤란한 문제가 있는 사회복지 대상자가 주체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걸 말한다. 미국의 사회복지학자 팰릭스 바이스테크는 1957년 ‘케이스워크 원칙(바이스테크 7원칙)’을 제시했다. 그중에 자기 결정 원칙은 스스로 행동을 결정한다는 사고다. 장해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라는 원칙에 따라 지원자의 명령이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갖고 있는 본질적인 존엄에서 유래하는 기본적 권리를 확인한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바이스테크 원칙에 따라 장해자의 자기 의사 결정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사회복지단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원자가 장해자에 다가가 신뢰관계를 쌓아가면서 그의 의사를 끌어내는 지원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주거 장소에 관한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지원을 탐색하는 대책도 있다. 또한 의료행위와 관련한 의사결정 지원, 가이드라인 마련 등 구체적인 제도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럼, 실제로 현장에서 의사결정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을까? 현재 일본의 다양한 사회복지단체나 NPO가 추진하고 있는 몇 가지 구체적인 의사결정 지원 사례를 소개한다.

일본에서는 장해자의 자기 의사 결정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사회복지단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원자가 장해자에 다가가 신뢰관계를 쌓아가면서 그의 의사를 끌어내는 지원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 pxhere]

일본에서는 장해자의 자기 의사 결정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사회복지단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원자가 장해자에 다가가 신뢰관계를 쌓아가면서 그의 의사를 끌어내는 지원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 pxhere]

먼저 오사카시 시민후견인 제도는 새로운 형태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오사카시 성년후견지원센터는 시민후견인을 양성하고 있다. 오사카시는 2007년 6월에 성년후견제도의 이용을 촉진하고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센터를 설립했다.

시민후견인은 공개적으로 선발된다. 설명회를 개최하고 수탁자의 공모부터 시작한다. 신청자는 양성강좌는 기초강의(4일간)를 듣고, 면접을 통해 선발된 50명 정도가 실무강의(9일간, 45시간, 23과목)와 시설실습(4일간)을 수강한다. 실무강의 수료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해, 이들을 시민후견인 뱅크에 등록한다.

오사카시 시민후견인은 센터의 지원(전문상담, 수임자 교육)을 받으면서 활동한다. 시민후견인은 현장에서 독창성을 발휘하면서 활동한다. 지원체제를 구축하면 일반 시민이라도 교육을 받고 장해인과 고령자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NPO ‘자립생활센터 굿라이프’는 입소시설 등의 신체적·정신적 장해자와 고령자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단체다.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입소시설에서 나오고 싶다고 하면 그 의사를 존중하고 지원한다. 이용자와 대화, 행정과 교섭, 거주지 탐색, 자립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자립을 원하는 이용자의 의사를 어떻게 확인할까? 진정 입소시설에서 나오고 싶어하는지, 아니면 단지 시설에 불만인지 이용자의 의사를 세심하게 확인한다. 표현하는 언어가 반드시 진의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도 있다. 이 법인은 이용자를 존중하고 명확한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헬퍼체제’를 운영한다. 기본적으로 헬퍼 이용은 주 1회로 한정한다. 싫고 잘 맞지 않는 헬퍼라도 주 1회라면 참을 수 있다. 또한 같은 헬퍼가 주 3일 들어오면 이용자를 지배적으로 대하기 쉽다는 판단 때문이다. 헬퍼가 지배적으로 변하면 시설 분위기는 전부 바뀐다. 한 번 지배관계가 발생하면 이용자는 그 헬퍼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이용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

굿라이프는 이용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함께 고민하면서 지원한다. 이용자가 말하는 언어가 반드시 진정한 의사라고 말할 수 없다. 이용자의 성격과 특성, 언어 외에 행동에서도 의사를 점검한다. 한번 의사를 표현해도 다양한 사람에게 영향을 받고 변하는 경우가 많다. 굿라이프의 헬퍼는 이용자의 의사가 진정 어디에 있는지 항상 의식한다.

아오바엔(青葉園)은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종합복지센터에 위치하고 있다. 아오바엔은 다양한 자기실현프로그램, 간병상태에서도 지역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한 자립프로그램,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사회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증장해를 가진 사람도 지역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오사카시 시민후견인은 센터의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한다. 지원체제를 구축하면 일반 시민이라도 교육을 받고 장해인과 고령자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pixabay]

오사카시 시민후견인은 센터의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한다. 지원체제를 구축하면 일반 시민이라도 교육을 받고 장해인과 고령자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pixabay]

아오바엔은 몇십년 전부터 사람의 개성을 중시해 개별로 지원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개인종합계획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가 어떻게 살아갈지 먼저 생각하고 지원자가 어떻게 영향을 주면서 지원할지 대화를 통해 함께 생각한다. 서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하면서 이를 증거로 이용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 대화한다. 이용자가 자신의 의사를 실천하는 것을 돕기 위해 ‘본인중심지원계획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에 반드시 이용자의 가족과 관련 사업자, 후견인이 모인다. 이용자, 부모, 형제자매, 상담 지원 전문직원, 그룹홈 직원, 아오바엔 일상활동 직원, 간병보험 상담원도 참여한다. 전문직 후견인도 계획회의에 반드시 참석한다. 이러한 운영방식을 통해 서비스 이용계획이 아니라 진정 이용자 본인 중심의 지원계획을 만든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 그리고 수차례에 걸쳐 회의를 거치면서 이용자 중심으로 지원상황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본인중심지원계획은 단순한 서비스 이용계획이 아니다. 지원자는 이용자와 함께 기뻐하거나 슬퍼하고 고민하며, 희망을 갖고 앞을 향해 나가는 쌍방향 소통 모델이다. 진정한 공생사회를 실현할 수 있는 모델로 널리 평가받고 있다.

NPO ‘PAC가이던스’는 치바현에서 장해자의 권리 보호와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장해가 있는 사람의 성년후견상담과 법인후견을 수탁하고 있다. 장해자의 사회활동과 여가생활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프렌드’를 매칭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PAC가이던스는 법인후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무집행자는 PAC가 주최하는 성년후견인 후보자양성강좌(매년 1회 2일)를 수강하고, 사무집행자 명부에 등록한다. 성년후견지원센터 운영위원회가 선임한 사람은 사무집행자로서 활동할 수 있다. 법인후견 역할을 할 때 법인에서 위탁받은 사무집행자 2명(친족 후견인이 있는 경우는 3명)이 선발된다. 사무집행자는 베테랑 주임과 보조로 구성되어 있다. 사무집행자 한 명의 가치판단에 의한 온정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무집행자에 따라 청취내용과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복수로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판단이 곤란한 경우에는 서로 점검하며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자신의 가치관으로 다른 사람의 상황을 결정하고 강제하는 것은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사람은 각각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인권 보호의 출발점이다. 앞으로 장해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대책과 사례는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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