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쓰·말·노'…나의 슬기로운 집콕 생활

중앙일보

입력 2020.12.27 09:00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70)

아 징한 세상,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고 볼 수 없고 사람 속에 더불어 살지 못하게 하니 인간 세상이라 할 수 있나 모르겠다. ‘쓰·말·노’가 없었다면 어찌할 뻔했나. 쓴다. 이것저것 써본다. 옛글을 베껴 쓰기도 하고 새로 쓰기도 하고 글이 되든 아니 되든 좌우간 쓴다. 말, 말하고 싶어 죽겠지만 대면 강연은 못 하니 유튜브에 대고 마구마구 한다. 노래, 연습도 공연은 못 하니 혼자서 마구마구 불러본다. 흘러간 팝송, 흘러간 옛 노래, 가곡, 오페라 아리아…. 되는대로 마구 부른다. 하루 중 쓰고 말하고 노래하며 보내는 시간이 족히 대 여섯 시간은 되는 듯하다. 아니라면 무엇하며 이 많은 시간 보내겠나.

지금껏 올린 페이스북 포스팅이 1만개를 훌쩍 넘고, 유튜브가 938개에 이르고 보니 유튜브는 내 쓰·말·노의 플랫폼이 된 셈이다. 적게 만들고 많이 쓰면 당연히 콘텐츠가 부족하게 되지만 바닥난다 싶으면 늘 새로운 시도로 돌파한다. 권대욱TV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난다’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누구든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난다.

비록 세월이 걸리고,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 대한민국이 절대 망하지 않을 거란 확신을 주는 젊은이, 사랑과 충만한 열정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보통 사람, 지혜와 통찰이 번득이는 구루를 만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응원이 절대 필요하다.

서로서로 힘이 되는 관계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으로 노력할 것이다. [사진 권대욱]

서로서로 힘이 되는 관계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으로 노력할 것이다. [사진 권대욱]

인생의 반전이 필요하다면 만나는 사람을 새롭게 하라는 한 페이스북 친구의 포스팅에 절대 공감한다. 그동안 사람을 많이 만났지만 거의 일 때문에 만났다.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부탁을 받거나 상생을 생각하는 만남이다 보니, 자연 그 사람의 직위와 힘, 우리 회사와의 관계를 많이 생각했고, 그 사람이 가진 덕성과 인간적 면모를 파악함에 소홀했다. 이제 현업의 (물론 아직 일은 있고 그 경우는 그대로지만) 갈급함이 덜해지고 시공적 여유가 많다 보니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일보다는 사람을 생각 다 보니 더 많은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더 좋고 재미있다. 나보다 그 그리고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만나게 되니 더 많은 배움과 깨달음이 있다. 누구든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난다.

충주를 여행했다. 콩탕도 먹고 흔들다리도 보고, 예쁜 카페에도 들려 주인장과 인터뷰도 하고, 빌라개발지에 대한 컨설팅도 해주는 바쁜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기다리고 있다. 눈을 기다리는 밤. 함께 하얀 아침을 맞는다. 첫눈이다. 서설(瑞雪)이다. 눈 좋아하는 나는 가만 있지 못하고 눈 내리는 산막의 정경에 겨울 노래, 눈 노래를 장장 7시간이나 걸려 입혔다. 옆에서 보던 곡우는 아무도 안 보는 것 뭣 때문에 그리 몰입이냐 야단이지만, 힘들지 않았고 행복하기만 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그래서 함께 나눈다.

자신만의 공간 확보가 갖는 행복의 의미를 경험으로 알고 있다. 오두막이어도 좋다. 다락방이어도 좋을 것이다. 자신만의 공간,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보자. 서럽고 슬프고 세상이 나를 속인다 느낄 때,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만큼 나를 위로하는 것은 없다. 옛 선비에게 그것은 고향이었지만 고향을 상실한 현대인은 돌아갈 곳이 없다. 집이 있지 않으냐? 말하겠지만 그곳은 준비하고 출발하는 곳이지 결코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래가 혼자요, 원래부터 고독한 인간이 돌아갈 곳은 그 고독, 나만의 공간에서 느끼는 절대 자유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있다면 아끼고 없다면 만들 일이다. 다들 행복을 말하지만, 노력은 하지 않는다. 행복 또한 준비하고 맞을 태세일 때 분명히 찾아온다. 그래서 행복은 습관이라 말한다. 얼마 전 어느 분의 말씀을 들으니 진정 행복한 순간을 시간으로 환산해보니 채 46시간이 안 되더란다. 지금 행복해지자. 행복은 유보되거나 저축되어 배가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헤르만 헤세의 시 한 편을 보내드린다.

눈을 기다리는 밤. 함께 하얀 아침을 맞는다. 첫눈이다. [사진 권대욱TV]

눈을 기다리는 밤. 함께 하얀 아침을 맞는다. 첫눈이다. [사진 권대욱TV]

행복해 진다는 것
- 헤르만 헤세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지
그런데도 그 온갖 도덕
온갖 계명을 갖고서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네
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 만들지 않은 까닭
인간은 선을 행하는 한
누구나 행복에 이르지
스스로 행복하고
마음속에서 조화를 찾는 한
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한
사랑은 유일한 가르침
세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단 하나의 교훈이지.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그렇게 가르쳤다네
모든 인간에게 세상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의 가장 깊은 곳
그의 영혼
그의 사랑하는 능력이라네
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든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있는 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네

사랑하는 능력, 그것은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오늘도 그 능력을 발휘하시는 따뜻한 날이 되길 바란다.

(주)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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