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기업들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 이유 "거래 관계 때문"

중앙일보

입력 2020.12.26 14:00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72)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기업 담당자 4000명을 조사한 결과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한 이유는 ‘대출 등 금융기관과의 기존 거래관계’가 80.4%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pixabay]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기업 담당자 4000명을 조사한 결과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한 이유는 ‘대출 등 금융기관과의 기존 거래관계’가 80.4%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pixabay]

사실 어떤 일이든 선택이란 어려운 문제다. 그 선택의 대상에 대해 잘 모른다면 어려움은 가중되기 마련이다. 얼마 안 되는 대안을 놓고 누구나 최상의 선택을 하고자 노력하지만, 차선도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퇴직연금에 가입하게 되면 반드시 해야 하는 첫 번째 단계가 바로 퇴직연금사업자의 선택이다.

물론 확정급여형(DB, Defined Benefit)이나 확정기여형(DC, Defined Contribution)은 기업이 어느 정도 사업자 선택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는 선택 여지가 크지 않다. 하지만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개인형퇴직연금)의 경우 오로지 가입자가 사업자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다. 앞으로 IRP의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다. IRP 가입자의 노후는 어떤 사업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좋은 선택 방법이 있다. 바로 고용노동부의 ‘퇴직연금사업자 평가’를 활용하는 것이다.

2017년 시범 운영에 들어간 퇴직연금사업자 평가는 평가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업자를 중심으로 매년 시행되며, 그 결과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발표된다. 이 평가의 목적은 기업 및 가입자의 합리적 퇴직연금 사업자 선택을 위한 정보 제공과 사업자 간 자율 경쟁 및 서비스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퇴직연금사업자 정보가 부족해 기존 거래 관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용자와 가입자가 사업자 역량에 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근로복지연구원이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기업 담당자 4000명을 조사한 결과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한 이유는 ‘대출 등 금융기관과의 기존 거래관계’가 80.4%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금융기관의 평판(안정성, 인지도 등)’ 6.6%, ‘퇴직연금 서비스에 대한 전문성’ 3.1%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림1〉참조.

결국 사용자들은 퇴직연금사업자 선정을 위한 객관적인 기준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사의 사정에 맞는 사업자 선정을 하기보다는 기존 거래 관행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렇게 선정한 사업자의 퇴직연금 운용 과정에 대해 다양한 불만 사항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래의 〈그림2〉와 같이 현재 사업자에 대해 불만족(매우 불만족~보통)하지만 사업자를 변경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대안이 없어서(24.5%)’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대출 등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있어서( 23.0%)’, ‘변경 시 절차가 복잡하여(13.4%)’ 순으로 나타났다. IRP 가입자라고 해도 이같은 결과와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평가항목은 다음의 〈표1〉과 〈표2〉에서와 같이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나뉜다. 2020년 퇴직연금사업자의 평가 결과는 고용노동부 퇴직연금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에서 사업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퇴직연금사업자는 법에 따라 퇴직연금 업무를 성실하게 이행할 의무, 계약을 준수할 의무, 법에서 정하는 금지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 교육실시의무, 감독기관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할 의무 등을 가진다. 하지만 이런 의무의 충실한 수행에 대한 심판은 기업이나 가입자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퇴직연금 사업자 선택과 변경에서 필수적이다. 그동안 평가결과에 대한 정보 공유가 거의 없었던 점은 매우 아쉽다.

옛말에 양금택목(良禽擇木)이란 말이 있다.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깃들인다’는 뜻인데 새는 본능적으로 최소한 나무를 가릴 줄 아는 정보가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올바른 ‘택목’을 하기 위해 퇴직연금 사업자에 대한 평가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CGGC(Consulting Group Good Company)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