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상자형 자율주행차, 멋 없다고? 알고보면 이유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26 10:00

업데이트 2020.12.26 14:51

아마존이 인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ZOOX의 로보택시. 목적기반 모빌리티 형태로 탑승 공간과 적재 공간을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다. 사진 ZOOX

아마존이 인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ZOOX의 로보택시. 목적기반 모빌리티 형태로 탑승 공간과 적재 공간을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다. 사진 ZOOX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ZOOX는 실제 운행이 가능한 ‘로보택시’를 공개했다. ZOOX는 지난 6월 아마존이 인수해 화제를 모은 자율주행 전문기업이다. 올해 내비건트 리서치 자율주행 리더보드에서 9위에 오른 실력자다.

공개된 차량은 우리가 도로 위에서 흔히 보는 자동차와는 외관부터 다르다. 마치 상자(BOX)에 바퀴가 달린 듯한 형태다. 앞뒤 구분조차 되지 않는다. 순수 전기차로 네 귀퉁이에는 카메라와 라이다 등 자율주행을 위한 센서들이 달려있다.

ZOOX 로보택시의 내부 공간 모습. 사진 ZOOX

ZOOX 로보택시의 내부 공간 모습. 사진 ZOOX

왜 박스 형태일까

박스 형태의 자율주행차를 선보이는 건 ZOOX뿐이 아니다. 도요타는 지난 22일 다목적 자율주행차 e-팔레트(e-Palette)의 운행 시스템을 공개했다.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 전시회(CES)에서 소개한 e-팔레트 콘셉트카를 실제로 구현한 것이다.

도요타가 모빌리티 도시인 '우븐 시티'에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량 e-팔레트. 박스형으로 여객이나 화물 운송에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사진 도요타

정해진 구간을 오가는 셔틀버스의 경우 레벨4 자율주행 구현이 더 쉽다. e-팔레트에 승객이 탑승하는 모습. 사진 도요타
도요타 e-팔레트의 내부 모습. 운전 장치는 없는 대신 비상 제동 등 최소한의 조작 패널만 달려 있다. 사진 도요타

e-팔레트 역시 박스 형태다.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주행과 관련한 판단과 동작을 제한된 조건에서 자동차가 담당하는 수준)이어서 운전석이 없다. 긴급 제동 등의 조작을 할 수 있는 스크린 형태의 조작 패널만 달려 있어 내부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도요타는 도쿄 하계 올림픽에서 선수촌 내 모빌리티 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었지만 대회가 미뤄졌다. 대신 올해 CES에서 발표한 ‘우븐 시티’ 내에서 활용할 예정이다. 우븐 시티는 수소연료전지 등 그린 에너지를 이용하고, 초고속 통신망으로 가정과 시설, 모빌리티를 연결하는 도시 실증사업이다.

도요타는 이번 운행 시스템에서 ‘오토노마스(Autono-MaaS)’라는 개념도 선보였다.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과 모빌리티 서비스(MaaS·Mobility as a Service)를 합쳐 만든 신조어다. e-팔레트를 통해 적시에 필요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목적기반 모빌리티의 시작

현대자동차가 투자해 유명해진 전기차 플랫폼 스타트업 카누(Canoo)도 박스 형태의 차량을 최근 선보였다. 목적기반 모빌리티(PBV)를 지향하는 카누는 배터리와 모터, 바퀴 등으로 구성된 스케이트 보드 모양의 플랫폼에 필요에 따라 다양한 ‘껍데기’를 씌워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다.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의 구독형 자율주행 차량.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라 불리는 하체 위에 탑승 공간이 마련된 박스 형태다. 사진 카누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의 구독형 자율주행 차량.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라 불리는 하체 위에 탑승 공간이 마련된 박스 형태다. 사진 카누

같은 뼈대에 목적에 따라 여객수송, 화물운송, 심지어 달리는 사무실까지 가능하다는 게 PBV의 개념이다. 카누가 선보인 화물용 차량과, 구독형 모빌리티 서비스 차량 역시 ‘박스형’ 캐빈을 갖춘 게 특징이다.

자칫 멋이 없어 보일 수 있는 ‘박스형 자동차’가 속속 선보이는 건 실현 가능한 전기 자율주행차여서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는 후드(보닛) 아래에 커다란 엔진과 변속기가 들어가고, 운전석 주변에 많은 장치를 배치해야 했다. '후드+탑승공간+트렁크'로 나뉘는 ‘3박스’ 형태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내연기관과 변속기가 필요 없는 전기차는 카누의 플랫폼처럼 바닥에 깔린 구조만으로 운행이 가능하다.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이라면 운전석과 운전을 위한 장치도 필요 없다. 미래 차 업계에선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자율주행차로 일반 승용차보다는 셔틀버스 형태를 지목한다.

정해진 구간을 일정한 속도로 달리면 되기 때문에 딱히 유선형의 차체가 필요없다. 사람이나 화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실을 수 있는 형태가 ‘박스형 자동차’라는 의미다. 셔틀이나 화물운송용 자율주행차는 군집(群集) 주행을 할 수도 있다. 다양한 장소와 경로를 다녀야 하는 승용차보다 변수가 작아 자율주행을 구현하기에도 더 용이하다.

현대모비스가 올해 CES에서 선보인 엠비전S 콘셉트카. 역시 박스 형태로 만들어졌다. 사진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올해 CES에서 선보인 엠비전S 콘셉트카. 역시 박스 형태로 만들어졌다. 사진 현대모비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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