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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음식점이 코로나 핫스팟" …영업시간 단축에 '당근과 채찍'

중앙일보

입력

꺾이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에 일본 정부가 결국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간의 권고 수준에서 벌칙까지 부과하는 수준으로 강도를 높이고, 단축에 응하는 곳에는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깜깜이 감염'의 진원으로 식당이 지목되면서다. 하지만 '고 투 트래블' 의 뒤늦은 중단에 이어 대응이 또다시 한발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도쿄 거리가 인파로 가득찼다. [AP=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도쿄 거리가 인파로 가득찼다. [AP=연합뉴스]

“식당 폐점시간 당겨 ‘급소’ 잡자”

25일 아사히신문은 “모든 사회생활을 멈출 필요는 없다. 다만 ‘급소(急所)’를 잡아야 한다”는 일본 정부 코로나19 대책 전문가 분과회 오미 시게루(尾身茂) 회장의 호소를 전했다. 그가 말한 급소란 바로 식당이다.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전파 사례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은 데는 식당 내 감염이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그는 확신했다.

실제 도쿄도(東京都)가 지난 8일부터 일주일간 확진 사례를 분석했더니 60%는 감염 경로 파악이 불가능했다. 오미 회장은 “집단감염이 그동안 식당에서 주로 발생해왔고, 유럽의 연구 보고에서도 식당 영업 재개시 감염이 갑자기 늘어났다”는 점을 들어 식당을 '깜깜이 전파'의 주범으로 꼽았다.

이때문에 분과회는 감염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도쿄에서 식당 영업시간을 더욱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쿄의 경우 분과회의 조언을 받아들여 지난달 28일부터 도내 식당에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최소 1~2시간 더 당겨야 한다는 게 분과회의 판단이다. 분과회는 최근 신규 감염자가 줄어든 오사카의 경우 지난달 27일부터 오후 9시로 폐점 시간을 당긴 것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오미 회장은 “나를 포함해 인간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주변을 통제할 수 없는 약한 존재”라며 “그렇다면 나라와 지자체가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당 설득 놓고 책임 떠넘기기 

오미 시게루 일본 정부 코로나19 전문가 분과회 회장이 지난 7월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미 시게루 일본 정부 코로나19 전문가 분과회 회장이 지난 7월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민감한 영업시간 규제 문제를 놓고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 연출됐다. 아사히신문은 “정부가 도쿄도에 폐점 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안을 물밑에서 타진했지만 도는 ‘사업자가 거부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일본에서 식당 영업시간 단축 사안은 강제가 아닌 지자체의 권고 사안이다. 도쿄도 등 일본 지자체는 요청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벌칙 규정 없는 현행 특별조치법 개정이 우선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영업시간을 단축하면 감염이 줄어들 것이라고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마냥 폐점 시간을 앞당기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확진자 정점 찍자 "법 개정 검토"

전문가, 정부, 지자체가 손발을 맞추지 못하는 사이 일본 코로나19 상황은 연일 악화했다. 25일 일본 전역에서 새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3831명으로, 전날(24일) 3740명, 23일 3271명에 이어 사흘째 하루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도쿄도는 24일 하루 최다인 888명 확진자가 쏟아진 데 이어 25일 오후 3시 기준 884명으로 이틀 연속 800명 이상을 기록했다.

일본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한 건 이 같은 확산세가 발표되고 나서였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중 하나로 “지원금과 벌칙을 병행해 실효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특별조치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발표에 현지에선 사태가 악화한 뒤 등 떠밀리듯 나서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스가 내각은 제3차 유행기가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여행 장려 정책인 ‘고투(Go To) 트래블’을 이어가다 뒤늦게 중단시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스가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자신이 여러 사람과 저녁 회식을 했다 논란이 된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모임을 삼가고 조용한 연말연시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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