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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물리학 잘하면 주식투자도 ‘대박’ 낸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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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호 20면

돈의 물리학

돈의 물리학

돈의 물리학
제임스 오언 웨더롤 지음
이충호 옮김
에프엔미디어

뉴욕 증시 10년간 2478% 수익률 #저명한 수학·물리학자의 펀드 #수학 모형 활용하는 퀀트 투자 #금융위기 발생 일조했을 수도

‘주린이’(주식 투자 초보자)라는 말로 상징되는 올해 주식투자 바람은 광풍으로 승급했다. 올해 초 코로나 19로 한때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이제 코스피 3000고지를 눈앞에 두고 ‘전 국민 투자시대’가 열리고 있다.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열기가 쉽사리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돈의 물리학』은 지금 같은 시기에 주식과 투자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나 투자 분야 종사자 모두 관심을 가질 만한 교과서다. 이 책은 금융계에 뛰어든 물리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퀀트(Quant)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서 그것이 주식시장과 금융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갔다. 퀀트는 주식시장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적용해 앞으로의 수익을 예측하여 돈을 버는 방법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이를 이용해 돈이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를 예측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특성을 잘 이해하기만 해도 주식투자로 수익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 세계 최고의 투자자는 누굴까. 워런 버핏도 조지 소로스도 빌 그로스도 아닌 짐 사이먼스라고 이 책은 단정해서 꼽는다. 사이먼스는 끈 이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수학인 ‘천-사이먼스 형식’을 공동 발견한 수학·물리학자다. 금융을 전공한 박사도, 경제학자도 아닌 그가 왜 최고의 투자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퀀트의 대가인 그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62위 부자(순자산 235억 달러, 12월 23일 현재)다. 그가 1988년 뉴욕에 설립한 투자회사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메달리온펀드는 10년 동안 2478.6%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소로스의 퀀텀펀드는 1710.1%로 2위였다.

돈의 흐름도 수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수학 모형 기반의 퀀트 투자가 대표적이다. 사진은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 거래소 모습. [AP=뉴시스]

돈의 흐름도 수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수학 모형 기반의 퀀트 투자가 대표적이다. 사진은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 거래소 모습. [AP=뉴시스]

르네상스 임직원 중 3분의 1이 박사학위 소지자인데 금융 부문이 아니라 사이먼스처럼 물리학이나 수학, 통계학 분야 출신이다. 그들은 예측 불가능한 것을 예측했고 그걸로 큰돈을 벌었다. 2008년 금융위기에도 살아남은 사이먼스의 메달리온 펀드는 그해 80%의 수익을 기록했다. 반면 베어스턴스와 리먼 브러더스, AIG, 시타델 투자 그룹, 버크셔 해서웨이 등은 파산하거나 큰 타격을 입었다.

미래에 주가가 어떻게 변할지 확률을 예측하려고 처음 시도한 사람은 20세기 초 프랑스 수학자 루이 바슐리에다. 그는 주가가 무작위 행보를 한다면 일정 시간 뒤에 특정 가격에 이를 확률은 정규분포곡선(좌우대칭 종형곡선)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이는 퀀트의 시작이었다.

에드워드 소프는 퀀트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는 수학과 물리학을 이용해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었다. 소프는 수리물리학과 전기공학이 합해져 새로 탄생한 분야에서 나온 개념을 적용해 현대적인 헤지펀드를 발명했다.

월스트리트에 퀀트를 도입해 제도화한 건 물리학자 피셔 블랙이다. 그가 마이런 숄스, 로버트 머턴과 함께 개발한 옵션 가격 결정 모형은 모든 파생상품 모형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남아 있다. 블랙은 투자은행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계량금융을 만들었다. 골드만삭스의 주식 부문에서 계량적 전략 그룹을 조직하는 일을 맡은 블랙은 새로운 종류의 투자은행 직원인 최초의 퀀트 중 한 명이 됐다. 그때부터 월스트리트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1987년 검은 월요일 주가 대폭락의 원인으로 옵션과 블랙-숄스 모형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금융상품(포트폴리오 보험)이 지목되기도 했지만 수학적·물리학적 투자기법은 진화를 거듭해 나갔다.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회사 프리딕션 컴퍼니는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수학 모형과 퀀트의 발전은 금융과 금융공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이 때문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수 있다. 이런 수학 모형은 완전할 수 없는 법이다. 어쩌면 수학 모형을 절대적으로 맹신하고 추종한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물리학과 수학이 앞으로도 주식시장이나 금융 부문에 더 새롭고 더 발전된 이론을 공급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금융과 물리학의 은밀한 접촉의 역사인 이 책은 일반 투자자들에겐 쉽게 읽히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어쩌랴.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쯤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인내를 가지고 천천히 돈의 물리학에 접근해 보자.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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