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곡점 포착 뛰어난 ‘블랙먼데이의 승자’

중앙선데이

입력 2020.12.26 00:02

업데이트 2020.12.26 00:57

지면보기

717호 16면

[월스트리트 리더십] 튜더 인베스트먼트 회장 폴 튜더 존스

모멘텀 투자와 선물 매매에 능한 폴 튜더 존스 회장은 1987년 ‘블랙먼데이’가 배출한 불세출의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이다. [사진 유튜브 캡처]

모멘텀 투자와 선물 매매에 능한 폴 튜더 존스 회장은 1987년 ‘블랙먼데이’가 배출한 불세출의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이다. [사진 유튜브 캡처]

폴 튜더 존스는 1987년의 ‘블랙먼데이’가 배출한 불세출의 헤지펀드 매니저다.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22.6% 곤두박질치던 그 날, 존스의 투자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일을 계기로 그에겐 ‘블랙먼데이의 승자’라는 꼬리표가 늘 붙어 다닌다. 1982년부터 시작해 주가지수가 3배 이상으로 상승했던 초강세장의 끝은 참혹했다. 결정타는 선물시장에서 왔다. 당시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채택한 ‘포트폴리오 보험’ 전략, 즉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보유 주식 대신 주가지수 선물을 기계적으로 매도하는 거래가 쏟아지자 주식 매도세가 증폭된 것이다.

1987년 대폭락 장세서 126% 수익률
“천성이 비관적” 위기에 특히 강해

원활한 거래 위해 유동성 가장 중시
물타기 않고 ‘지키는 투자’ 원칙 지켜

빈곤 퇴치 이끌고 공정 기업 선정
자본주의 역기능 개선에도 앞장서

존스의 블랙먼데이 성공 투자 비결은 바로 여기 있었다. 정점에 달한 주식시장의 변곡점을 간파하고 가장 약한 고리인 주가지수 선물을 매도한 것이 주효했다. 존스는 그해 125.9%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고, 그 후로도 계속된 활약상에 힘입어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가 중 한명이 됐다.

농산물·원자재 거래서 선물 매매 경험 쌓아

존스는 농산물·원자재 등을 거래하는 상품(commodities) 트레이더 출신이다. 상품 중에서도 면화 거래로 경험을 쌓았다. 1976년 대학을 졸업하고 면화 교역 중심지 뉴올리언스의 면화 거래소를 거쳐 뉴욕 면화 거래소에서 트레이더로 활동했다. 존스는 면화시장에서 경력을 시작한 덕분에 일찍부터 선물 거래에 눈뜰 수 있었다. 미래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자산을 사거나 팔기로 약정하는 선물은 농산물시장에서 처음 시작됐고, 당시까지만 해도 상품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물은 거래량이 풍부해 시장 유동성을 중시하는 존스가 자신의 투자 아이디어를 행동에 옮길 때 가장 선호하는 거래 도구이기도 하다.

면화 거래에서 두각을 나타낸 존스는 1980년 헤지펀드 운용사 튜더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투자 업계에 뛰어들었다. 투자 전략으론 정치·경제·사회적 요인에 기반해 채권·외환·상품·주식 등에 투자하는 ‘매크로 투자’를 택했다. 매크로 투자는 존스의 투자 성향과 잘 맞았다. 투자의 호흡이 짧은 매크로 투자에선 가격의 추세적 움직임에 집중하는 이른바 ‘모멘텀 투자’가 중요하고, 이는 존스가 강점을 지닌 영역이었다. 면화 거래소에 첫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기술적 분석에 빠져들었던 존스는 가격 차트에서 투자의 실마리를 찾는 데 뛰어났다. 심지어 “가격이 펀더멘털보다 앞서 움직인다”라고 말할 정도로 모멘텀을 중시했다.

폴 튜더 존스(Paul Tudor Jones)
튜더 인베스트먼트 회장·CEO·최고운용책임자(CIO)

출생연도 1954년(66세)

최종 학력 버지니아대학 경제학과(1976년 졸업)

개인 자산 58억 달러(2020년 12월 기준, 포브스)
미국 108위·세계 320위

그렇다고 존스가 자산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소홀한 것은 아니다. 존스는 매크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의 하나로 ‘정보와 지식 습득에 대한 갈망’을 꼽는다. 자질이야말로 잘못된 가격에 거래되는 자산을 탐색해내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평가 혹은 저평가된 자산을 발굴한 후에는 그가 중시하는 직관과 모멘텀에 투자의 핸들을 넘긴다.

이처럼 펀더멘털과 모멘텀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것이 매크로 투자인지라 매크로 투자는 ‘3차원 체스게임’이라는 흥미로운 비유를 하기도 한다.

존스의 신들린 듯한 투자는 블랙먼데이 이후에도 계속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90년에 있었던 투자다. 존스는 블랙먼데이 투자와 매우 유사한 논리로 일본 주가지수 선물을 매도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었다. 이는 시기적으로도 아주 극적이었다.

1990년은 일본 경제의 버블이 무참하게 꺼지며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하는 까닭에서다. 그해 반 토막이 난 일본 주가지수는 존스의 펀드에 87.4%라는 높은 수익률을 안겨 주었다. 그 밖에 기술주가 폭락하던 2001년에도 존스의 촉은 제대로 작동했고, 그 결과 48.1% 수익률을 기록하며 업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렇듯 존스는 자산 가격이 추락하는 베어 마켓에서 유달리 강한 면모를 보였다. 한마디로 위기에 강한 것이다. 이는 상당 부분 존스의 성격에도 기인한다. “천성이 비관적(bearish)”이라고 스스로 인정할 만큼 만사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기에 위기를 감지하는 데 뛰어난 것이다.

존스의 투자 행적을 돌이켜보면 그가 공격 일변도의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방어에 방점을 찍고 ‘지키는 투자’를 위한 원칙을 세우고 철저하게 따른다. 존스의 투자원칙을 뜯어보면 두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첫째, 투자 결정에서 ‘시장 유동성’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가격이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원활한 거래를 위한 충분한 유동성이 보장되지 않는 시장엔 진입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손절(損切)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존스가 선물 거래를 선호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둘째 ‘물타기’를 하지 않는다. 시장이 생각과 반대로 움직일 때 투자의 단가를 조절하며 버텨보려는 유혹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 결과 손절은 빨라지고 손실은 최소화한다. 그래서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투자의 ‘타이밍’이다. 어중간한 가격대에 섣불리 시장에 진입해선 큰돈을 벌지 못하고 어설프게 손절하기 십상이라, 시장이 돌아서는 변곡점을 포착하는 데 주력한다.

“가격이 펀더멘털보다 앞선다” 모멘텀 중시

그동안 헤지펀드 매니저로서 자본주의의 혜택을 크게 입은 존스는 이제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를 지키는 데 적극적이다. 소득 양극화와 이익 지상주의의 주범으로 몰린 자본주의의 전환을 여러 방면에서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선 재단 ‘로빈 후드’와 비영리 리서치 기관 ‘저스트(JUST) 캐피털’을 설립한 것이다. 로빈 후드는 ‘벤처 자선 사업’이라는 특별한 사업 모델을 갖고서 뉴욕시 일원의 빈곤 퇴치에 주력하고 있다. 마치 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듯이, 기부 대상을 선정하고 전반적 지원을 제공해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자 한다. 특히 사회적 변화를 금전적 수치로 측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기부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저스트 캐피털을 통해 존스가 이루려는 것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이다. 자본주의의 중심을 주주에서 직원·고객·시민사회·환경 등 이해관계자 전반으로 확장하는 데 앞장선다. 이를 위해 매년 서베이를 통해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공정(just) 기업’의 조건들을 파악한 후, 조건별로 미국 대기업들의 성과를 측정하고 순위를 매긴다. 2018년부턴 골드만삭스와 협력해 공정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범시키며 기업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튜더 인베스트먼트 (Tudor Investment Corp.)
설립연도 1980년

설립자 폴 튜더 존스

업종 헤지펀드·자산운용

운용자산규모 384억 달러(2020년 3월 기준)

직원 수 278명(2020년 3월 기준)

비트코인 선도적 대량 매수, 가격 급등에 일등공신
올해 비트코인 가격 급등의 일등공신을 꼽는다면 단연 마이클 노보그라츠와 폴 튜더 존스일 것이다. 지난 5월 필자가 다뤘던 인물인 노보그라츠가 연내 2만 달러 재탈환을 역설하며 근거로 내세운 것이 기관 투자자의 시장 진입이었고, 대형 헤지펀드로는 처음으로 존스가 대량 매수에 나서며 이에 화답했기 때문이다. 존스의 주력 펀드는 전체 운용 규모 215억 달러(2020년 3월 기준) 중 약 2%를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스의 위상을 고려하면 헤지펀드를 포함한 많은 기관 투자자가 존스의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존스는 비트코인 투자의 배경으로 팬데믹에 대처한 초유동성이 초래할 인플레이션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응할 투자 대상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한 몇 가지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꽤 의미심장하다. 경마에서 가장 빠른 말에 돈을 걸듯, 투자에서도 가격이 가장 빨리 움직일 대상을 골라야 하는데, 그것이 비트코인이라는 것이다. 모멘텀에 집중하는 매크로 투자가다운 주장이다.

사실 존스는 올해 갑작스레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든 게 아니다. 이미 2017년에 개인적으로 투자해 100% 수익률을 올린 바 있고, 그 이후로도 비트코인의 가격 움직임과 펀더멘털을 꾸준하게 분석하고 내린 투자 결정이라 그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비트코인을 상대로 돌입한 존스의 3차원 체스게임은 한동안 계속될 공산이 크다.

최정혁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jhchoy@hycu.ac.kr
골드만삭스은행 서울 대표 및 유비에스·크레디트스위스·씨티그룹 FICC(채권·외환·상품) 트레이더로 일했다.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에서 국제금융과 금융리스크를 강의하며 금융서비스산업의 국제화 등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모비온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