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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없는 가게들 '속탄 성탄'…“이럴 바엔 3단계 가자” 한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 서울 명동의 한 카페가 한산한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크리스마스 특수가 사라졌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명동의 한 카페가 한산한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크리스마스 특수가 사라졌다. 연합뉴스

#. 성탄절 당일인 25일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 근처의 한 베이커리 카페. 벽난로에 더해 성탄절 느낌이 물씬 나는 인테리어로 꾸며진 20평 규모의 이 매장엔 손님 3팀이 듬성듬성 자리를 잡았다. 샌드위치를 주문하면 매장에 머무를 수 있다. 노트북을 펼친 손님들도 있었다. 카페 주인 A씨는 손님들에게 “최대한 천천히 식사하시라”고 안내한다. 식사 시간에는 제한이 없지만, 식사를 마치면 음료를 포장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손님들이 주로 나들이객이라 배달이나 포장만 하러 일부러 매장을 찾는 분들은 별로 없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로 격상되면 아예 휴점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예년과 같은 크리스마스 대목은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오후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있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전경. 크리스마스이브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곽재민 기자

지난 24일 오후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있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전경. 크리스마스이브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곽재민 기자

#. 성탄절 이브인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있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스페이스원. 예년 같으면 선물을 사러 나온 인파로 북적였을 이곳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주차난은 커녕 평소 주말 수준보다 원활한 흐름을 보였다. 저녁 식사시간이 되면서 푸드 코트 등에서 식사를 하기 위한 방문객이 조금 몰릴 뿐 대부분의 매장은 고객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의류 매장 관계자는 “의류업에 종사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올해 같은 최악의 크리스마스이브는 처음”이라며 “추가 세일 안내 문구를 붙여도 방문객이 없으니 별수가 없다. 최악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서울의 한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서울의 한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통째로 사라진 크리스마스 특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크리스마스 특수가 완전히 실종됐다. 코로나19 감염자가 1000명대를 기록하면서 연말 소비 심리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3일부터 시행된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로 외출과 모임 등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쇼핑객이나 나들이객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거리 두기 2.5단계가 적용된 첫 주말인 지난 12~13일 롯데ㆍ현대ㆍ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14% 줄었다. 이에 더해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로 연말 매출 감소세는 계속 심해지는 추세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성탄절 연휴 매출은 역대급으로 저조할 전망”이라며 “거리 두기 3단계 시행에 따른 셧다운까지 이어져 연말 대목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에선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으로 연말에 문을 닫을 경우 하루 100억~150억원가량의 매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백화점 3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있지만, 온라인 매출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 감염이 이어지던 지난 8월 전남 광주 서구 한 아웃렛 주차장이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 감염이 이어지던 지난 8월 전남 광주 서구 한 아웃렛 주차장이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줄폐업하는 도심형 아웃렛

복합쇼핑몰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복합쇼핑몰 방문 고객 수는 지난해 대비 30%가량 줄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로 격상된 지난 8일 이후엔 방문객 숫자가 40% 감소했다.

도심형 아웃렛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이랜드 리테일은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매출이 부진한 점포 정리에 들어갔다. 송도 NC백화점 커넬워크점ㆍ대구 동아아울렛 본점ㆍ2001아울렛 수원 남문점 등이 이미 폐업했다. 뉴코아아울렛 모란점과 안산점도 폐업을 앞두고 재고 정리가 진행되고 있다.

8월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8월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차라리 3단계 가자”…외식업계도 한숨

연말 대목이 사라진 건 외식업계도 마찬가지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연말 특수라는 작은 희망마저 사라진 요식업 자영업자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4일 0시를 기준으로 5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 내려진 가운데 전라남도 광주 서구 한 식당 입구에 이를 설명하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뉴스1

4일 0시를 기준으로 5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 내려진 가운데 전라남도 광주 서구 한 식당 입구에 이를 설명하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뉴스1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최근 배달ㆍ포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그니처 메뉴인 반상 차림은 배달ㆍ포장이 불가하다. 김 씨는 “배달ㆍ포장을 안 할 순 없어 단품 메뉴만 포장해드리고 있다”면서 “우리 집은 신선도를 생명으로 하는데 그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장인을 상대로 하는 만큼 매장 매출 비중이 큰 데 3단계가 되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탄 연휴가 시작된 지난 24일 점심 40석 규모의 이 한식당엔 단 두 팀만 식사하고 있었다.

24일 일일 확진자가 1200명을 넘어서면서 최후의 보루인 3단계로 상향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서울 광진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모(54)씨는 “오후 9시까지 영업을 하지만, 집합 금지까지 온 현재 방역 단계에선 문을 열고 있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차라리 3단계를 적용해 문을 아예 닫고, 정부가 나서 임대료 감면이나 저금리 대출 지원과 같은 방안을 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방역조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방역조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 27일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여부 논의

한편 정부는 오는 27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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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민ㆍ추인영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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