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돌아온 尹 외친 "상식"···이 한 단어에 檢 안팎 술렁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25 15:59

업데이트 2020.12.25 17:05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해 차량에서 내려 검찰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해 차량에서 내려 검찰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법원의 ‘2개월 정직’ 처분 정지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성탄절 휴일임에도 대검찰청에 출근했다. 윤 총장은 지난 16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로 징계가 확정되자 이튿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가 9일 만인 이날 오후 12시 10분쯤 검은색 관용차를 타고 대검찰청에 도착했다. 윤 총장은 이날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와 복두규 사무국장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 대책에 대해 논의를 했다.

앞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지난 16일 윤 총장에게 2개월 정직 처분을 의결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4일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신청한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본안 소송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본안 판결이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까지 내려지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윤 총장의 징계는 사실상 무산됐다.

윤 총장은 법원 결정이 내려지자 “사법부의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행정법원이 직무정지 집행정지 처분이 받아들였을 때는 대검찰청 로비에서 “대한민국 공직자로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는 말을 했다. 당시는 지난달 25일 추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 뒤 7일 만에 한 출근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2차 심의 결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2차 심의 결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윤석열 9일 만에 출근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윤 총장이 지난 17일 이후 9일 만에 출근하는 자리에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외에 ‘상식’이라는 단어를 꺼내 든 것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징계 과정이 상식 밖의 일이었고, 이를 알아봐 준 법원에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겠나”는 해석이 나온다.

재판부는 징계 절차에 대해서 윤 총장 측이 법무부 검사징계위에서 신청한 징계위원 기피 의결 과정에 명백한 결함이 있어 징계 의결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기피 신청에 대한 의결 과정에 하자가 있는 점을 보태어 보면, 결국 신청인의 본안 청구 승소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피 의결 의사정족수는 재적위원 과반수로 4명 이상이 출석해야 하는데 일부 표결에서는 3명만 참여해 기각 결정을 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한 현직 검사는 “이 국면에서 가장 많이 나온 얘기가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는 말”이라며 “추미애 장관이 감찰위와 1차 행정법원 결정 등에 이어 3전 3패를 겪은 이유”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형사법 전문가는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징계가 무효라는 점을 법원이 지적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한 상황에서도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치명적인 우를 범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혁명과 독립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토머스 페인의 초상화. [미국 초상화 갤러리]

미국의 혁명과 독립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토머스 페인의 초상화. [미국 초상화 갤러리]

‘상식’ 단어에 미국 사상가 토머스 페인 떠올린 검찰 간부도

윤 총장을 측근에서 보좌했다가 지방으로 좌천된 한 검찰 간부는 ‘상식’이라는 단어로 미국의 사상가 토머스 페인(1737~1809년)을 떠올렸다. 페인은 저서 『상식(Common Sense)』을 통해 군주제를 비판하고 공화제만이 미국이 갈 길이라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특권층을 보호하는 영국의 군주·귀족 전제정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상식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 간부는 “공화제의 가치가 개인의 자유를 소중하게 여기는 삼권분립에 있는데 페인 사후 200년이 지난 시점에서 너무나 당연히 여겼던 상식의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23일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재판 결과도 그렇고 이제는 상식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윤 총장의 복귀에 따라 월성 원전 의혹과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윗선과 정‧관계 수사에 다시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이번 의혹 사건 핵심 관계자에 대한 소환 조사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라임‧옵티머스 관련해서는 여권 정치인의 연루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김민상·김수민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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