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514명 나온 동부구치소…12층 아파트형 '닭장'의 저주

중앙일보

입력 2020.12.25 15:44

업데이트 2020.12.25 16:05

서울 송파구에 있는 동부구치소. 단층 구조인 다른 구치소와 다르게 아파트형 구조 건물이다. 뉴스1

서울 송파구에 있는 동부구치소. 단층 구조인 다른 구치소와 다르게 아파트형 구조 건물이다. 뉴스1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방역당국과 법무부는 확진된 수용자를 외부로 이송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25일 0시 기준 동부구치소 관련 전국 누적 확진자는 514명이다. 이 가운데 구치소 직원은 20명, 수용자는 478명이다. 24일에만 288명이 확진됐다.

법무부는 “1차 전수검사 때 음성 판정을 받은 직원 416명, 수용자 2021명에 대해 지난 23일 2차 전수검사를 한 결과 288명이 추가 확진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1차 전수검사에서 직원과 수용자 187명이 확진됐다.

중대본은 아파트형 건물 구조, 정원을 초과한 수용 인원, 실내활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집단감염을 유발했다고 추정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5일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다른 구치소는 단층 건물 형태인데 동부구치소는 12층 건물, 5개 동으로 구성된 아파트형 건물”이라며 “또 다른 곳은 운동장이 있어 야외활동이 이뤄지지만 동부구치소는 대부분 생활이 실내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나온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지난 20일 오후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상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나온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지난 20일 오후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전직 교도관 “배에 갇힌 감염자 상황”

동부구치소의 수용정원은 2070명이지만 2412명(12월 13일 기준)을 수용해 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반장은 “1차 검사에서 나온 확진자들을 1개 동에 격리해 수용했는데 독실 숫자가 부족해 여러 명의 확진자를 함께 수용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용 과밀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외부로 이송하면 좋은데 서울 지역에 생활치료센터가 부족한 것도 문제가 됐다. 수용자 간 감염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전직 교도관은 “일본에서 배 안에 갇힌 감염자 상황과 비슷하다. 수용자들을 그냥 두면 더 퍼질 것”이라며 수용자들을 남부구치소나 서울구치소 등으로 이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2017년 국회에 제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교정시설 수용현황에 따르면 국내 교정시설의 평균 수용률(수용정원 대비 실제 수용인원)은 121.8%로 헝가리(131.8%)에 이어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모습. 우상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모습. 우상조 기자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에 20명 넘게 초과수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닭장’에 비유되는 감방에서 ‘칼잠’을 자야 해 전염병 감염 속도도 빠르다.

방역당국은 1차 전수검사에서 나온 확진자들을 구치소 1개 동에 격리해 생활치료센터 형태로 관리하고 있지만 2차 전수검사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오자 외부로 이송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논의해 곧 결정할 예정이다. 새로운 구치소에 수용하거나 비어있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방역당국·법무부 확진자 외부 이송 논의

동부구치소 관련 첫 확진자는 지난달 27일 확진된 송파구 거주 고등학생이다. 이후 학생의 가족, 구치소에 근무하는 가족의 동료, 수용자, 지인 등으로 퍼지며 감염 규모가 커졌다.

서울시는 6006명을 검사해 최초 확진자를 제외하고 509명이 양성, 5497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는 확진자가 나온 수감동을 일시폐쇄하고 방역 소독했지만 공동생활과 잠복기를 고려하면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방역당국은 동부구치소 집단발생 관련 수용자는 이동 중지된 상태라 외부 전파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8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8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중대본은 동부구치소에 의료 인력 9명, 방호복 5500세트 등 긴급방역물품, 예산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전국 50개 교정시설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하고 있다.

앞으로 모든 교정시설의 신규 수용자는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뒤 3주 동안 격리된다. 현행 2주에서 격리기간을 한 주 늘렸다. 격리해제 전 다시 검사해 음성이 나오면 기존 수용자와 함께 지내게 된다.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2차 검사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

최은경·김민상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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