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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커질수록 존재감 사라지는 野 "마냥 기뻐할 때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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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윤 총장은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아 출근하지 못했지만, 24일 법원이 윤 총장 측의 징계 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다시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윤 총장은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아 출근하지 못했지만, 24일 법원이 윤 총장 측의 징계 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다시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윤 총장 손을 들어주자, 야당은 문 대통령을 향한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윤석열 승리가 우리 승리는 아냐” 고민도

24일 밤 법원이 윤 총장 징계 처분에 대한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자, 야권에선 즉각 “대한민국 국민이 값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 입장문)며 환호가 터져 나왔다. 25일에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상식적인 일에 대해 상식적인 판단이 나온 것”이라며 반겼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코로나로 우울한 성탄절을 보내고 있는 국민께 큰 위안이 되었다. 윤 총장 징계를 반대해왔던 저로서도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라고 적었다.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 결정은) 문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제 대통령이 더는 비겁하게 커튼 뒤에 숨어서 법무부 장관이나 징계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길 수 없을 것이다. 사실상 탄핵을 당한 문 대통령은 즉각 국민 앞에 나와 진정한 사죄를 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문 정권의 검찰개혁은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완벽하게 파탄 났다”며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문 대통령의 패배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판결한 판사를 비난하고 정치적으로 사법부를 공격한다면 정권의 레임덕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비대위 관계자들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비대위 관계자들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후 문 대통령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한 데 대해서도 김은혜 대변인은 “아전인수식 사과에 국민은 더 혼란스럽다. 차라리 안 하는 게 더 나았을 사과”라고 혹평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법적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경고도 나왔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독재정권을 완성하려고 검찰총장 무력화, 쫓아내기에 나선 문 대통령과 추 장관에게 직권남용죄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만 남았다”며 “(박근혜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국장(전 2차관) 인사 조처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은 바 있다”고 적었다. 오신환 전 의원은 추 장관에 대해 “즉각 정계를 떠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낙연 대표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연 뒤 ‘검찰개혁’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여당 대표, 원내대표, 법사위원까지 긴급 소집해 한다는 것이 고작 혹세무민이냐”(국민의힘 법사위원)는 비판이 나왔다.

이처럼 윤 총장의 ‘판정승’에 보수 야권은 고무된 분위기지만, 동시에 제1야당으로서의 고민도 만만찮다. 윤 총장의 존재감이 개별 야권 대선 주자는 물론, 야권 세력 전체를 뛰어넘을 만큼 커지고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3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 참석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3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 참석했다. 뉴시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 총장과 정부가 대립하면서 정부의 실정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어 우리 당 입장에서 당장 나쁠 건 없다”며 “그렇지만 마냥 기뻐할 때도 아니다. 반문재인 지지 세력을 어떻게 우리 당으로 끌고 올지, 윤 총장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만 할 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야당이 해야 할 일을 윤 총장이 하는 건 아쉽다”면서도 “결국 선거판이 열리면 정부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은 야당으로 힘을 모아 줄 것이며, 마땅한 정치 세력이 없는 윤 총장도 그에 따라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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