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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력이 인기일까..요즘 대세는 하루하루 ‘찢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월보다는 큼지막한 날짜가 강조된 ‘일력(日曆)’이 인기다. 시골 할머니 집 벽에 걸려있을 것 같은 얄팍한 종이의 찢는 달력, 그 일력이다. 스마트폰 속 달력을 확인하는 일이 더 익숙한 젊은 세대가 특히 일력에 반응한다. 복고를 새롭게 즐기려는 ‘뉴트로(new+retro)’ 트렌드의 영향이 크다.

2021 달력 트렌드

매일의 날짜를 강조한 일력이 인기다. 매일 다른 일러스트에 동양 고전 속 글귀를 담은 '민음사 2021 인생 일력'. 사진 민음사

매일의 날짜를 강조한 일력이 인기다. 매일 다른 일러스트에 동양 고전 속 글귀를 담은 '민음사 2021 인생 일력'. 사진 민음사

지난해부터 뜨거웠던 일력 바람이 올해도 못지않다. 여러 브랜드에서 일력 상품을 내고, 심플한 디자인에서 일기장 기능을 넣은 것까지 형태도 다양해졌다. 문구 편집숍 텐바이텐에 따르면 심플한 디자인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일력을 내는 ‘라이브워크 2021 일력’, 복고 콘셉트의 찢는 일력 ‘수바코 2021 일력’, 다이어리 꾸미기용으로 적합한 작은 크기의 일력 ‘2021 미니 일력-스누피’ 등이 인기다. 텐바이텐 관계자는 “달력은 한 번 구매하면 1년 동안 함께하는 아이템으로 단순한 날짜 확인 기능보다는 인테리어 소품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며 “탁상용·벽걸이 달력을 넘어서 일력, 스티커 달력, 미니 달력 등 다양한 스타일이 출시되고 있다”고 했다.

날짜 하나만 강조하는 일력은 단순한 디자인으로도 인기가 높다. 라이브워크의 2021 일력. 사진 G마켓

날짜 하나만 강조하는 일력은 단순한 디자인으로도 인기가 높다. 라이브워크의 2021 일력. 사진 G마켓

카카오프렌즈도 2021년 다이어리를 내면서 다이어리, 탁상 달력과 함께 매일 새로운 디자인이 그려진 일력 상품을 준비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종이를 뜯을 수 있도록 제작됐으며, 찢은 일력 위에 일기를 쓰거나 메모를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연말연시 사은품으로 제작되는 달력도 일력으로 변신했다. 정관장은 홍삼정 마음 에디션 연말용 선물 세트에 2021년 일력을 담아 제공한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1월과 12월(1일~22일) 일력 판매 신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각각 44%, 65%에 달한다.

캐릭터를 담은 다이어리와 캘린더 세트를 출시할 때 일력은 빠지지 않는 상품이 됐다. 사진 카카오프렌즈 공식 인스타그램

캐릭터를 담은 다이어리와 캘린더 세트를 출시할 때 일력은 빠지지 않는 상품이 됐다. 사진 카카오프렌즈 공식 인스타그램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일력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곳은 출판사 ‘민음사’다. 지난 2016년 민음사는 자사 상품인 세계문학 전집의 시즌 프로모션 사은품으로 책 모양의 일력을 냈다. 뜨거운 반응에 2018년부터는 유료 판매 형태의 ‘인생 일력’을 출시했는데, 매년 12월 초면 모두 매진이 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민음사 인생 일력의 특징은 날짜마다 관련 일러스트와 좋은 글귀를 함께 담아낸다는 점이다. 2021년 인생 일력에는 ‘논어’ ‘사기’ ‘맹자’ ‘한국 산문선’ 등 동양 고전 80여권 속 구절이 한 장 한 장 다르게 들어간다. 새로운 달을 시작하는 페이지에는 그달의 추천 도서도 제시한다. 민음사 관계자는 “일력을 원하는 세대가 달력에서 옛 감성을 찾으려는 복고 트렌드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동양 고전 콘텐츠를 입혀보면 잘 맞겠다 싶어 기획했다”고 했다.

날짜를 확인하는 단순한 달력 기능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로 활용되는 일력. 사진 민음사

날짜를 확인하는 단순한 달력 기능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로 활용되는 일력. 사진 민음사

민음사 일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여러 출판사에서 비슷한 형태의 일력을 내고 있다. 매 날짜 디자인이나 글귀가 들어가는 형태의 일력은 단순한 디자인 소품이라기보다 하나의 책과 같은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날짜와 함께 한 문장의 영어 표현을 제시하는 ‘올리버쌤의 영어회화 일력 365’,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하완 작가가 직접 쓰고 그린 ‘2021 작심삼일력’ 등이 대표적이다.

하완 작가의 '2021 작심삼일력'에는 다양한 모습의 고양이 그림이 담겨 있다. 하단에는 메모줄을 넣어 원하는 내용을 기록할 수 있다. 사진 G마켓

하완 작가의 '2021 작심삼일력'에는 다양한 모습의 고양이 그림이 담겨 있다. 하단에는 메모줄을 넣어 원하는 내용을 기록할 수 있다. 사진 G마켓

매일의 날짜가 기록된 일력은 일기장 역할을 하기도 한다. 찢어낸 일력 뒷면에 메모 기능을 담은 형태의 디자인이 많이 출시되는 이유다. 가지고 다닐 정도로 작은 형태로 디자인되거나, 매일 책상에 두고 일기장처럼 사용할 수 있게 책이나 수첩 형태로 디자인된다. 작은 크기로 디자인된 일력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트렌드로 떠오른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특히 활용도가 높다. 다이어리에 찢어낸 일력을 붙여 마치 스티커처럼 꾸미기를 한다는 것이다. 최경혜 텐바이텐 디자인 문구 MD는 “날짜 하나만 간결하게 적혀 있어 단순한 느낌을 주면서도 특유의 복고 감성이 있어 20대 사이에서 일력의 인기가 특히 높다”며 “일력에 일기도 쓰고, 날짜별로 디자인이 다른 작은 크기의 일력으로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는 등 활용도가 높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라고 했다.

작은 크기의 일력은 일명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용으로 활용된다. 사진 텐바이텐 공식 인스타그램

작은 크기의 일력은 일명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용으로 활용된다. 사진 텐바이텐 공식 인스타그램

유지연 기자 yoo.jiyo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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