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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취소, 고맙다 중국" 英극우 정치인 도발에, 中 난리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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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코로나19 3차 대유행은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20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영국 런던의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20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영국 런던의 모습. [EPA=연합뉴스]

그중 가장 주목을 받는 나라는 영국이다.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해서다. VUI-202012/01로 알려진 이 변종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70% 높다고 한다. 여기에 영국 보건장관은 2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유래된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  '501.V2'의 출현도 알렸다.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연일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1일 영국 런던 거리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지난 21일 영국 런던 거리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19일 수도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에 긴급 전면 봉쇄 조치를 내린 이유다. 1600만 명 이상의 영국인이 크리스마스에 집에만 머물게 됐다. 사람으로 북적여야 할 영국 런던의 거리는 봉쇄 조치로 인해 인적이 드문 곳이 됐다. 상황에 따라 영국 전역에 봉쇄 조치가 내려질가능성도 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우울한 성탄을 맞은 영국이다.

지난 21일 중국 홍콩의 거리에서 산타 관련 복장이 팔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1일 중국 홍콩의 거리에서 산타 관련 복장이 팔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중국이 소환됐다. 한 영국 정치인의 발언을 통해서다.

누가 무슨 말을 했길래?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주인공은 나이젤 패라지. 영국 브렉시트당 대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당의 이름으로 쓰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영국의 유럽 탈출을 강력하게 주장한 당의 대표. 극우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크리스마스가 취소됐다. 고맙다, 중국."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별도의 설명은 없다. 그러나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1일 영국 런던 거리의 모습. 사람이 거의 없고 한산하다.[신화=연합뉴스]

지난 21일 영국 런던 거리의 모습. 사람이 거의 없고 한산하다.[신화=연합뉴스]

앞서 소개한 대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영국에선 확진자가 폭증했다.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 일대에 내려진 전면 봉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건 언제든 이상하지 않다. 패라지 대표의 “크리스마스가 취소됐다”는 말은 바로 이런 상황을 나타낸 거로 보인다. 그리고 뒤를 이어 “고맙다 중국”이라고 말했다.

의도는 뻔하다. 속내를 반영해 패라지의 트위터 문장을 번역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나이젤 패라지 영국 브렉시트당 대표의 트윗. [트위터 캡처]

나이젤 패라지 영국 브렉시트당 대표의 트윗. [트위터 캡처]

“코로나19를 발생시킨 중국, 너희들 때문에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취소됐다! 정말 고맙다!”

물론 '고맙다'는 반어법이다. 반(反)중 정서를 자극하는 다분히 정치적인 발언일 수밖에 없다.

지난 21일 영국 런던 거리의 모습. 사람이 거의 없고 한산하다.[신화=연합뉴스]

지난 21일 영국 런던 거리의 모습. 사람이 거의 없고 한산하다.[신화=연합뉴스]

이런 의도를 알고 있는지, 많은 영국인은 패라지에 공감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850마일이나 맞대고 있다. 우리보다 인구와 인구밀도도 더 높다. 그런데 확진자는 1400여 명에 불과하다.” 코로나 기원 여부와 상관없이 영국의 코로나 확산은 영국 책임이란 뜻이다.

지난 10월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 참석해 연설하는 나이젤 패라지 영국 브렉시트당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월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 참석해 연설하는 나이젤 패라지 영국 브렉시트당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글도 있다. “해외여행과 집회 참가를 금지하고 있을 때 외국 선거를 위해 미국을 다녀온 뒤 펍(영국 술집)을 들어간 (당신 같은) 남자도 똑같다.”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유세 현장에 참가해 지지연설을 한 패라지 대표의 행동을 비판한 거다. 물론 패라지의 생각에 동조한 글도 꽤 있다. 하지만 다수는 의견이 달랐다.

그런데 정작 중국이 흥분했다.

나이젤 패라지 영국 브렉시트당 대표의 트윗에 답한 천웨이화 중국 차이나데일리 EU지국장. [트위터 캡처][트위터 캡처]

나이젤 패라지 영국 브렉시트당 대표의 트윗에 답한 천웨이화 중국 차이나데일리 EU지국장. [트위터 캡처][트위터 캡처]

패라지 대표의 글에 한 중국인이 트윗으로 댓글을 달았다. “마스크나 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Wear a mask and stop talking shit).” 란 내용이다. 글을 쓴 건 천웨이화(陳衛華)란 인물이다. 너무 공격적인 것 아니냐는 패라지의 리트윗에 천은 “당신 같은 트럼프식 인종차별주의자에겐 예의를 갖출 수 없다”고 답했다. "패라지는 트럼프의 꼭두각시"란 말도 했다.

중요한 건 천이 중국 관영신문 차이나데일리의 유럽연합 지국장이란 점이다. 언론인이란 신분과 별개로 감정 섞인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천 지국장뿐이 아니다. 중국 언론도 난리가 났다. 차이나데일리는 패라지와 천웨이화의 논쟁을 보도하며 “패라지는 이상한 방식으로 중국을 비난하는데, 이는 자신이 어리석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나이젤 패라지 영국 브렉시트당 대표의 트위터 발언에 대해 보도한 중국 글로벌타임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나이젤 패라지 영국 브렉시트당 대표의 트위터 발언에 대해 보도한 중국 글로벌타임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패라지 같은 영국 정치인은 자유와 민주주의 같은 이른바 보편적 가치를 이용하여 국민을 오도했다”며 “중국을 악마화하는 것은 서양이 전염병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 19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영국 런던의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19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영국 런던의 모습. [AFP=연합뉴스]

정작 영국 주요 언론은 패라지 발언을 기사화하지 않았다. 패라지 발언을 비판한 트위터 속 영국인처럼 극우 정치인인 그의 발언 의도를 짐작해서였으리라. 오히려 중국 관영 언론이 패라지의 발언을 더 크게 알린 셈이다.

왜 그랬을까.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중국이 코로나 기원에 민감한 건, 국제사회의 반(反)중국 인식과 국내의 불만 여론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근 코로나19 기원은 중국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데 더욱 힘 쏟는 중국 정부와 관영언론이다. 해외 전문가 발언의 일부만 인용하거나 왜곡해 주장을 강화하는 데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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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를 두고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바이러스 비난에서 벗어나면 큰 통치 불만 요소 중 하나를 더는 것(에린 배것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과 같은 해석이 나온다.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나온 패라지의 의도적 중국 도발. 그리고 거기에 발끈 한 중국. 이는 중국의 불안감 때문은 아닐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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