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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훙 1호 주식 퇴출, 1년 만에 곤두박질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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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훙 1호 주식’으로 불리던 중국 기업 루한 홀딩스(如涵控股, 종목명 RUHN)가 나스닥 퇴출 절차를 밟고 있다.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지 약 1년 6개월 만의 일이다. 코로나 특수로 왕훙 비즈니스가 다시 흥하고 있는 지금, 왕훙 1호 상장사는 되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년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2019년 4월 나스닥에 상장한 루한 홀딩스 [사진 바이두바이커]

2019년 4월 나스닥에 상장한 루한 홀딩스 [사진 바이두바이커]

루한 홀딩스는 왕훙 라이브 방송을 주사업으로 하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회사다. 왕훙과 라이브 방송, 전자상거래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워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지난 2016년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았고, 2018년 중국 신삼판(新三板 비상장 중소기업용 장외거래시장) 상장을 거쳐, 2019년 4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2019년 미국 나스닥 상장했던 중국 기업 '루한 홀딩스' #대표 왕훙 불륜 스캔들, 적자 지속으로 상장 폐지 수순

이 회사가 ‘왕훙 1호 주식’이라 불린 것은 왕훙 비즈니스에 기반한 사업체이기 때문이다. 100명 넘는 왕훙 네트워크가 루한 홀딩스의 힘이었고, 그 성공의 중심에는 중국 스타 왕훙 장다이(张大奕)가 있었다.

장다이 [사진 소후닷컴]

장다이 [사진 소후닷컴]

회사 내에서 매출 비중이 큰 장다이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IPO 당시 펑민(冯敏) 회장 다음으로 많은 주식을 보유한 2대주주가 바로 장다이였다. 회사 상장 후 장다이의 몸값은 9000만 달러(약 1000억 5000만 원)에 달했다.

그러나 장다이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했다. IPO 당일 루한 홀딩스가 하락 마감하자, 완다 그룹 황태자 왕쓰충(王思聪)은 “장다이가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창출한다”며, “건강하지 않은 매출 구조”라고 지적했다.

루한 홈페이지에 게재된 소속 왕훙 사진 [사진 루한 홈페이지]

루한 홈페이지에 게재된 소속 왕훙 사진 [사진 루한 홈페이지]

우려는 현실이 됐다. 루한 홀딩스는 1년 여 만에 상장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당초 발행가 12.5달러로 시작한 루한 홀딩스의 시총은 10억 달러 이상이었다. 그러나 사유화(발행주식을 되사들여 상장 폐지 절차를 밟는 것)가격은 3.4달러에 그쳤다. 1년 사이 주가가 75% 폭락했다.

왕훙으로 흥한 회사의 몰락은 결국 왕훙 때문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간판 왕훙 장다이 리스크가 뼈아팠다. 올 상반기 중국 본토는 물론이고 국내에도 알려졌던 '불륜 스캔들' 때문이다.

왼쪽부터 장판 총재 부인, 장판 총재, 장다이 [사진 터우탸오]

왼쪽부터 장판 총재 부인, 장판 총재, 장다이 [사진 터우탸오]

2020년 4월 17일, 알리바바 톈마오(天猫) 장판 총재의 부인이 위챗에 올린 글 하나로 세상이 떠들썩해졌다. 왕훙 장다이를 남편의 내연녀로 공개 지목하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그 날 알리바바와 루한 홀딩스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불륜 스캔들로 2200만 달러(약 270억 원)의 시총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다.

장다이는 즉각 오해라고 대응했고, 장판도 사건을 빨리 수습하려 애썼다. 곧 이어 알리바바 그룹은 장판이 장다이와 루한 홀딩스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판은 톈마오 총재 자리는 지켰으나, 사생활 문제로 그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그룹 파트너위원회 구성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사진 바이두바이커]

불륜 스캔들은 표면적으로 장다이 개인의 평판을 실추시켰지만, 본질적으로는 루한 홀딩스의 ‘불확실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스타 왕훙 장다이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가 역시 문제였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회사 매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장다이의 비중은 상장 후에도 여전히 50% 이상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루한 홀딩스의 신인 개발과 마케팅 능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지속적인 적자 또한 문제였다. 매출은 발생했지만 마케팅 비용으로 많은 돈이 나가면서 “마케팅에 이렇게 큰 돈을 쓴다면 왕훙 회사로서의 존재 의미가 없다”는 평을 받았다.

[사진 터우탸오]

[사진 터우탸오]

그 사이 왕훙 업계 판도도 달라졌다. 왕년의 스타 왕훙 장다이가 구설수로 주춤하는 사이, 웨이야(薇娅 viya), 리자치(李佳奇) 등 새로운 얼굴이 업계 1-2위를 다투는 ‘완판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은 중국의 '왕훙 비즈니스'가 다시 한 번 꽃을 피운 해였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왕훙 라이브 방송 매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왕훙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막강해지면서 '완판' 왕훙의 몸값 역시 천정부지로 올랐다.

[사진 바이자하오]

[사진 바이자하오]

아이러니하게도, 왕훙 파워를 기반으로 흥한 루한 홀딩스가 고꾸라진 이유 역시 왕훙 리스크 때문이었다. 왕훙 라이브 방송의 파급력이 커질수록 허위·조작 방송 논란도 늘어났다. 얼마전에는 유명 왕훙 신바(辛巴)가 판매했던 제비집이 가짜로 밝혀지면서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배상금을 지불하는 사건이 있었다. 결국 중국 당국은 지난 11월 13일 허위·조작 방송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꺼내 들었다.

이 같은 실태는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유튜버 뒷광고 및 주작 방송 논란은 올해 국내에서도 뜨거운 이슈였다. 인플루언서 본인 뿐만 아니라, 소속 회사 및 업계 산업사슬이 모두 얽혀있는 문제다. 상장 후 1년, 롤러코스터 같았던 루한 홀딩스의 행보는 왕훙 비즈니스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보여주는 사례다.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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