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경심 캐다 죄다 좌천됐다…불굴의 수사팀 ‘이모티콘 소감’

중앙일보

입력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입시비리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으면서 법정 다툼이 검찰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2019년 9월 강제 수사 이후 함께했던 수사팀 검사 중 3~4명이 이날 재판 뒤 서울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했다고 한다.

검찰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야만 들어 갈 수 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 소속 검사들이었던 이들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인사에서 좌천돼 뿔뿔이 흩어진 상태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사건을 총 지휘했던 한동훈 검사장은 부산고검에서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으로, 다시 진천 본원으로 연속 좌천됐다.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었던 양석조 부장 검사는 대전고검 검사로 밀려났다.

한동훈 검사장 “저를 비롯한 수사팀, 할일 한것”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여주지청장으로,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를 이끌었던 고형곤 부장검사는 대구지검으로 옮겼다. 재판 실무를 책임졌던 강백신 중앙지검 부부장검사는 지난 8월부터 통영지청 형사1부장을 맡고 있다. 송경호 지청장과 강백신 부부장 검사는 각각 여주지청과 통영지청 업무를 보면서, 조 전 장관 관련 재판 업무 때문에 일주일에 많게는 3~4회씩 서울로 출근해야 했다.

수사팀 검사에게 소감을 묻자 “재판부가 검찰의 손을 들어 준 게 아니라, 실체를 알아봐 준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다른 검사는 손을 흔드는 이모티콘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한동훈 검사장도 전날 “저를 비롯한 수사팀은 할 일을 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짤막한 입장만을 밝혔다.

정경심 1심 판결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경심 1심 판결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가 나온 것은 수사팀이 사건을 1년 4개월가량 맡으면서 끈기 있게 물고 늘어진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13명으로 이뤄진 정경심 교수 측은 8명으로 된 수사팀을 흔들기 위해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 사이가 좋지 않은 조카를 법정으로 데려왔다. 조카는 “최 전 총장이 지난해 8~9월쯤 ‘내가 윤석열 검찰총장과 밥도 먹었고, 문재인과 조국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면서 ‘그러니 깝치지 말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황하지 않고 집요하게 질문해 상황을 역전시켰다. 조카가 “정 교수의 딸 조씨가 2012년 여름 몇몇 친구들과 아이들을 인솔하는 모습을 봤다”라고 증언하자 검찰은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라고 했다가 말을 바꿨는데 초·중·고 어디에 속하는 학생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를 본 재판장은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2∼2013년 동양대 입학처장을 지낸 한 교수는 지난 10월 재판에서 “2012년 동양대에서 조 전 장관의 딸 조모씨를 목격했으며, 자신이 조씨에게 상장을 주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사들이 세밀하게 질문을 던지자 “조씨의 봉사활동 장면을 직접 본 적은 없고, 학교의 지원이 부족한 와중에 ‘딸이 일을 도왔다’는 정 교수의 푸념을 들은 것”이라고 진술을 일부 수정했다.

검찰 “동양대 표창장 위조 30초면 된다”…법정서 시연하기도

검사들은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뒤집기 위해 법정에서 직접 표창장을 만들어 출력해 보였다. 그러면서 “전문 이미지프로그램이 아니라 정 교수가 잘 안다는 MS워드 프로그램으로도 쉽게 제작이 가능하다”며 “채 30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은 ‘검사가 32, 33회 공판기일 법정에서 프린터를 이용해 동양대에서 제공받은 상장 용지에 파일을 출력했으므로 가정용 프린터로도 표창장을 출력할 수 있음이 증명됐다’고 판결문에 기록됐다.

학계를 중심으로 “입시비리 혐의로는 형량이 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도 지난 4월 윤석열 검찰총장과 술자리에서 “표창장은 강남에서 돈 몇 십만원 주고 다들 사는 건데 그걸 왜 수사했느냐”고 말한 게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성균관대 약대 교수 딸의 입시비리와 숙명여고 문제 유출 사건 등을 맡았던 일선 검사들은 “불법적인 부의 대물림은 센 형량으로 처벌해야 한다”며 “상류층이 품앗이로 자녀들의 성과를 위조해 남의 기회를 뺏는 범죄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