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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3연패···성탄절 돌아온 윤석열, 원전수사 속도 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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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직 2개월’ 징계로 위기를 맞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24일 법원의 총장직 복귀 결정으로 또다시 기사회생했다. 윤 총장은 크리스마스날인 25일부터 출근할 예정이다. 윤 총장측은 "25일 오후 1시 출근해 대검 차장과 사무국장으로부터 부재중 업무 보고를 받고 이튿날인 26일 오후 2시 출근해 각종 업무 보고를 받은 뒤 업무처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일에도 직무 정지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집행정지 결정으로 일주일 만에 다시 출근했다. 윤 총장은 법원 결정이 나온 24일 오후 9시 전까지 자신을 변호한 이완규·이석웅 변호사와 소주 한 잔을 했다고 한다.

반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주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의 결정으로 무리한 징계라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징계안을 재가한 만큼 청와대도 정치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윤 총장, 오후 9시 전까지 이완규·이석웅 변호사와 소주 한 잔  

직무에 복귀한 윤 총장은 대전지검의 원전 수사 상황을 직접 챙길 수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윤 총장의 1차 직무정지 기간 대전지검 원전 수사팀은 대검에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의 구속 영장 청구 의견을 냈는데도 결정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윤 총장이 복귀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일 영장을 청구했다.

대검 내부에서는 윤 총장이 1차 직무정지 직전까지 이두봉 대전지검장에게 전화로 지시하며 사건을 챙겨왔다는 점에서 연휴 이후에 본격적인 수사 지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 1일에도 법원이 결정을 내린 지 40분 만에 바로 대검으로 출근했다. 저녁도 거른 채 3시간 가까이 밀린 보고를 받았다.

윤 총장이 업무를 재개하면서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대형 금융펀드 사기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여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서울남부지검이 맡은 라임 사태 관련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인사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 이후론 추가 소환 일정 등이 수사 관련 사항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24일 저녁 불 켜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24일 저녁 불 켜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일선 검사 “수사도 중요하지만 조직을 잘 추스려야”

이를 두고 한 평검사는 “현 정부를 향한 수사를 잘 지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을 잘 추스려야 한다”며 “내년부터 바뀌는 검경수사권 조정 등에 맞춰 검찰 시스템을 바꾸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직 2개월 효력이 법원 인용으로 잠시 정지됐다고 해도 여권이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할지 몰라 조직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며 “윤 총장이 구심점 역할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지방의 한 차장검사는 “아직도 상식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준 사법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선고와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와 정직의 집행정지가 인용되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인사청문회를 거친 검찰총장을 경미한 사유로 엉성한 절차를 거쳐 징계하면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징계·직무배제 부당 의견 권고와 같은 날 행정법원의 직무복귀 결정에 이어 이번 징계 집행정지 인용까지 ‘3연패’를 당한 추 장관은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과 조남관 대검 차장까지 등을 돌린 데 이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후배 검사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평검사들도 지난달 25일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조치가 부당하다고 성명을 낸 상황이라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압박 카드를 추가로 꺼내기 힘들어졌다. 추 장관은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태로 이날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3연패 당한 추미애 장관, 법원 결정에 입장 내지 않아 

결국 청와대가 추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자를 인선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추 장관은 지난 16일 청와대를 방문해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그 자리에서 본인의 사의를 표했다. 다만 후임자가 결정되거나 취임할 때까지는 장관 직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현직을 유지한 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내년부터 시행되는 수사권 조정 관련 후속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1월 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까지 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모든 게 불투명해졌다.

야당은 이날 “대한민국 국민은 값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며 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대한민국은 법치(法治)가 죽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는 성명을 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몇 달간 정권의 수사방해와 검찰 길들이기가 잘못됐다는 것이 두 번이나 확인됐다”고 적었다. 반면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판결은 행정부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국론 분열을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민상‧정유진·김수민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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