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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손 들어줬지만…결정문에 남긴 홍순욱 판사의 숙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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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4일 법원의 징계청구 집행정지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다. 사진은 지난 1일 법원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인용 뒤 업무에 복귀하던 윤 총장의 모습.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24일 법원의 징계청구 집행정지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다. 사진은 지난 1일 법원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인용 뒤 업무에 복귀하던 윤 총장의 모습. [뉴스1]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을 뒤집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집행정지를 인용한 홍순욱 부장판사의 결정문은 윤 총장에게 크리스마스 선물과 숙제를 동시에 안겨줬다.

法 "징계위 의사정족수 미달로 무효" 

이날 재판부가 ▶윤 총장의 정직을 결정한 법무부의 징계위원회가 과반수 출석의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효인 점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제기한 징계 사유는 "윤 총장의 책임이 아니며 추측에 불과하다"고 한 점▶윤 총장이 회복할 수 없는 긴급한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한 점은 윤 총장에겐 희소식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회 회장은 "징계위의 절차가 무효라는 부분은 향후 징계취소 본안 소송에서 법무부에겐 매우 불리한 요소"라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 [뉴스1]

"판사문건 부적절" 홍순욱의 지적  

하지만 홍 부장판사는 이날 윤 총장에게 여러 숙제도 함께 안겨줬다. 판사 문건의 경우 "악용될 위험성이 있어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고 채널A 감찰방해 혐의도 법무부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두 사건 모두 윤 총장 측이 본안에서 따져볼 부분이 있다며 위법성 전반을 판단하진 않았지만 "근거 없는 징계"라는 윤 총장 측 주장도 모두 수용하진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윤 총장 측에서 "추 장관이 원전수사 등 정권 수사를 막으려 윤 총장을 징계했다"는 주장도 "소명할 자료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가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그렇다고 윤 총장 주장 모두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라 말했다. 재판부가 지적한 지점은 향후 징계청구 본안소송에서 윤 총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총장, 추미애 장관의 모습. [연합뉴스]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총장, 추미애 장관의 모습. [연합뉴스]

尹, 크리스마스부터 출근 "상식 지키겠다" 

홍 부장판사는 집행정지 사건으론 이례적으로 두번의 심문기일을 통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윤 총장 사건의 집행정지는 본안에 가깝다며 윤 총장과 법무부에 윤 총장의 징계 사유와 그 내용 및 징계 절차까지 세세히 물었다. 홍 부장판사는 2013년 서울변회 법관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판사이기도 하다.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윤 총장은 크리스마스인 25일부터 검찰총장 직무에 복귀한다. 지난 16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징계를 재가한지 8일 만이다.

윤 총장은 집행정지 인용 뒤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총장은 평소 법치주의와 헌법정신이란 용어는 자주 사용했지만 공식 입장에 '상식'이란 표현을 넣은 것은 이례적이다. 추 장관은 이날 저녁 법원의 결정 뒤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24일 저녁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뉴스1]

24일 저녁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뉴스1]

법조계 "秋와 文 정당성 상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집행정지가 인용되며 이 징계를 청구하고 재가한 추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의 징계 정당성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총장의 정직 2개월을 결정한 정한중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의 집행정지가 기각될 것"이란 자신감을 보였지만 이 역시 무색하게 됐다.

판사 출신의 이현곤 변호사는 "판사 문건의 경우 부적절하지만 당장의 정직 사유로 보진 않은 것"이라며 "정직 2개월이 윤 총장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로 인정된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인·박사라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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