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윤석열 징계, 법원이 뒤집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25 00:33

업데이트 2020.12.2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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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낸 징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24일 인용했다. 사진은 지난 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결정을 법원이 중단시킨 직후 대검으로 출근하는 윤 총장. [연합뉴스]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낸 징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24일 인용했다. 사진은 지난 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결정을 법원이 중단시킨 직후 대검으로 출근하는 윤 총장. [연합뉴스]

“주문, 대통령이 신청인에 대하여 한 정직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

“징계위 정족수 미달, 결정 무효”
법원, 2개월 정직 효력정지 결정
윤석열 복귀 “법치·상식 지킬 것”
여당 “깊은 유감, 국론 분열 우려”

추미애, 직무배제 정지 이어 또 패배
이용구 법무차관 입지도 좁아질 듯

검찰 내 “상식 살아있다는 것 보여줘
정경심 선고 등 법원에 경의 표한다”

서울행정법원 12부(홍순욱 부장판사)가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집행정지를 인용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로써 윤석열 검찰총장이 생환했다. 윤 총장은 지난 17일 0시 직무가 정지된 지 8일 만에 다시 총장 업무를 맡게 됐다. 지난 16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윤 총장의 징계를 결재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을 8일 만에 뒤집은 것이다.

그는 지난 1일에도 직무배제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일주일 만에 출근했다. 첫 번째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대결이었다면 이번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결이었다. 청와대에선 “법무부의 징계 의결을 재가했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의 의중은 곳곳에서 드러났었다. 전날 5부 요인과의 회동을 포함해서다. 따라서 돌아온 윤 총장은 과거의 윤 총장과 다르다. 집권세력 차원의 밀어내기 프로젝트를 이겨내서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린 여권으로선 ‘윤석열’이란 또 다른 난제를 끌어안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야당에선 “문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민 앞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총장은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순욱(49·사법연수원 28기) 부장판사는 결정문에서 “징계 취소 청구 사건의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중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무부 징계 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가장 핵심적으론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의사정족수가 미달돼 징계위 결정 자체가 무효라고 판시했다. 예비위원 추가 없이 4명의 위원만으로 기피와 회피 의결을 한 게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해선 “추측에 불과하다” “윤 총장의 책임은 없다”고 지적하고 채널A 수사·감찰 방해에 대해선 “그 상황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해선 “이런 문건이 다신 생산돼선 안 된다”고 했고, 채널A 감찰 방해에 대해선 “감찰 방해의 여지가 있다”며 일부 법무부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와 함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관련해선 윤 총장 측의 금전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손해는 인정했지만 법치주의 훼손, 권력 수사 방해 주장에 대해선 증명 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홍 부장판사는 “이 역시 본안에서 양측이 치열하게 다퉈야 하는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직무배제 무효에 이어 법원이 또다시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며 법조계에선 ‘윤석열의 완승’이란 말이 나왔다.

8일 만에 돌아온 윤석열, 원전·라임 등 여권 수사 본격지휘

윤 총장은 검찰총장 직무에 바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윤 총장은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부터 대검찰청에 출근할 계획이다. 대검 관계자는 “최근 구금시설에서의 코로나 확진 상황,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 등 긴급히 대응해야 할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정직 2개월 집행정지가 인용되며 윤 총장의 징계를 청구하고 이를 재가한 추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의 징계 정당성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원이 두 번의 집행정지 소송에서 모두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며 여권의 ‘윤석열 찍어내기’를 무리수라고 봤다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윤석열의 완승, 추미애의 완패”라고 했다. 이에 따라 추 장관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징계안을 재가한 만큼 청와대도 정치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늘 출근 … 구치소 코로나 상황 등 살필 듯  

윤 총장 측 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재판부에 법치주의가 무엇인지를 묻는 역사적 사건이므로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의 직무 복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윤 총장은 오후 9시 전까지 자신을 변호한 이완규·이석웅 변호사와 소주 한잔을 했고, 한 시간 뒤쯤 직무 복귀 결정을 접했다. 직무에 복귀한 윤 총장은 대전지검의 원전 수사 상황을 직접 챙길 수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윤 총장의 1차 직무정지 기간에 대전지검 원전 수사팀은 대검에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의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냈는데도 결정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윤 총장이 복귀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일 영장을 청구했다.

윤 총장이 업무를 재개하면서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대형 금융펀드 사기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여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서울남부지검이 맡은 라임 사태 관련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인사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소환 전에 이 대표 주변으로도 수사를 벌였지만 조사를 받던 이 대표 측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엔 추가 소환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한 평검사는 “정직 2개월 효력이 법원 인용으로 잠시 정지됐다고 해도 여권이 어떤 방식으로 공격할지 몰라 조직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며 “윤 총장이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차장검사는 “아직도 상식이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준 사법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선고와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정직에 집행정지가 인용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징계·직무배제 부당 의견 권고와 같은 날 행정법원의 직무복귀 결정에 이어 이번 징계 집행정지 인용까지 ‘3연패’를 당한 추 장관은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추 장관은 이날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곤혹스러워했다. “오늘 입장 발표는 없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법원 판단이 늦은 시간에 나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결국 청와대가 추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자를 인선할 가능성이 있다. 추 장관은 지난 16일 청와대를 방문해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그 자리에서 본인의 사의를 표했다. 다만 후임자가 결정되거나 취임할 때까지는 장관 직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이날 “대한민국 국민은 값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며 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청와대는 지난 22일 김명수 대법원장 등 5부 요인들을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법부에 전방위적 협력을 시도했지만 사법부는 법과 원칙을 선택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대한민국은 법치(法治)가 죽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겨냥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징계를 뒤에서 조종하고 재가한 문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징계 정지 신청 인용에 대해 사과할 차례”라고 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제 검찰총장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며 “올곧은 법원의 판단이 ‘검찰 개혁(改革)’의 탈을 쓴 ‘검찰 개악(改惡)’의 도발을 막아냈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야당 “이제 폭정의 굿판은 끝났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제 폭정의 굿판은 끝났다.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미쳐 돌아가던 세상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원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사법부의 판단은 그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판결은 행정부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국론 분열을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징계 양정으로 볼 때 직무정지 2개월은 전혀 과한 게 아니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의견도 있었다. 민주당의 한 핵심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 징계는 제도적 검찰 개혁과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 집중하되, 윤 총장 사퇴 요구에 대해선 여론의 추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상·박태인·김효성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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