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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급증 1682조, 처음으로 GDP 넘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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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30대 청년층의 가계대출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및 주택매입 수요가 늘고,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등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대출로 투자)’에 나선 청년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 3분기 빚 1년 전보다 7% 늘어 #2030이 대출 증가세 가장 가팔라 #기업 이자보상배율 4.4→3.5배 뚝 #정부 금융지원 종료 땐 위기 우려

24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국내 청년층 가계대출은 전년동기 대비 8.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연령층(6.5%) 평균보다 빠른 증가세다. 소득 대비 대출비율(LTI)로 따지면 더 도드라진다. 청년층의 LTI는 3분기 말 기준 221.1%로 지난해 말 대비 14.9%포인트 상승했다. 다른 연령층의 LTI가 같은 기간 6.6%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된다.

연령대별 평균 부채 보유액

연령대별 평균 부채 보유액

한은 관계자는 “청년층의 부동산·주식 투자 수요 확대 같은 수요 측 요인에다, 접근성이 높은 비대면 신용대출 확대 청년층 전·월세 자금대출 지원 등 공급 측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청년층의 가계부채 부실 위험은 아직 크지 않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권 대출 비중이 높고, 이자만 납입하는 전세자금 대출이 많다는 게 근거다. 실제 청년층 가계대출 연체율은 0.47%로 여타 연령층(0.71%) 대비 양호한 수준이다.

전체 가계부채는 처음으로 나라 전체의 경제 규모를 앞질렀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1.1%였다. 가계신용이 GDP를 앞선 건 2007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가계부채는 1682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이 7.2% 늘었고, 기타대출(대부분 신용대출) 역시 6.8%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3분기 현재 171.3%로 전년 동기 대비 10.7%포인트 상승했다. 소득 증가 속도보다 부채가 더 빨리 늘어난 결과다.

하지만 전체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35.7%로 2018년(39.6%) 이후 꾸준한 하락세다. 대출금리 하락과 대출만기 장기화 등 구조적 변화의 결과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아직은 가계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정도가 당초 우려만큼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이 우려를 나타낸 건 기업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4.4배였던 국내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올해 상반기 3.5배로 크게 낮아졌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이자를 갚을 능력을 보는 지표다. 이게 낮아진다는 건 수익성과 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은 줄었는데 이자 부담은 증가한 영향이다. 정부가 내년 금융지원을 연장하면 기본 상황(매출 5.8% 증가)에서 유동성 부족 기업 비중은 2.5%로 올해(3%)보다 줄어든다. 그러나 비관적인 상황(매출 -1.7% 감소)에서는 4.4%까지 늘어난다. 금융지원을 전면 종료할 경우에 이 비중은 기본 상황에서 5.1%, 비관적 상황에서 7%로 급증한다.

자영업도 걱정이다. 내년 4월 이후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자영업 가구(243만7000가구) 중 적자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내년 12월 ‘매출 회복 시나리오’에서는 20.3%,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22.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컸던 지난 3월(21.8%)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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