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지부지 '벚꽃 엔딩'?...日 검찰, 아베 전 총리 불기소 결정

중앙일보

입력 2020.12.24 16:22

업데이트 2020.12.24 20:34

일본 검찰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불법 향응 제공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했다. 이로써 1년 넘게 계속돼 온 이른바 '벚꽃 스캔들' 공방은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도쿄지검 특수부, '벚꽃 스캔들' 아베 불기소
"직접 관여 증거 부족"...비서만 약식 기소돼
'꼬리 자르기' 비판도..야당 "헌정사 큰 오점"

지난달 24일 일본 국회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일본 국회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24일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도쿄지검 특수부는 24일 아베 총리를 혐의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불기소는 검사가 고소나 고발된 용의자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결정이다.

검찰은 또 벚꽃 모임 전야제를 주최한 '아베 신조 후원회' 대표 하이카와 히로유키(配川博之·61) 공설(公設) 제1비서 등은 정치자금규정법 위반(불기재)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4월 도쿄 '신주쿠 교엔'에서 정부 주최 봄맞이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을 열었다. 행사 전날 고급 호텔에서 열린 전야제에는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현의 지지자들이 대거 초청됐으며 이들은 음식값 등으로 1인당 5천엔(약 5만 3000원)의 참가비를 냈다.

하지만 이 호텔의 최저 행사 비용은 1인당 1만 1000엔(약 11만 7000원) 수준으로, 부족한 비용을 아베 전 총리 측이 보전해줬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논란은 지난해 10월 불거졌으나, 올해 5월 시민단체 등이 아베 전 총리와 주변 인물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호텔에서 발행한 명세서 등을 통해 '아베 신조 후원회'가 부족한 비용을 대납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후원회는 참가자들로부터 받은 회비와 후원회 측의 보전 비용 등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 확인된 기재 누락 금액은 선관위에 자료가 남아있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022만엔(약 3억2000만원)에 달한다. 이 중 아베 측이 보전한 금액은 약 700만엔(약 7453만원)이다.

지난해 4월 신주쿠교엔 (新宿御苑)에서 개최된 '벚꽃을 보는 모임'에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지지통신]

지난해 4월 신주쿠교엔 (新宿御苑)에서 개최된 '벚꽃을 보는 모임'에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지지통신]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 사무실 관계자 등을 조사해 혐의를 사실로 확인하고 21일에는 아베 전 총리를 직접 불러 관여 여부를 조사했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자신은 차액을 보전해줬다는 사실은 물론, 수지보고서에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아베 불기소 이유에 대해 "이 사건에 아베 전 총리가 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약식기소된 비서 등도 아베의 관여를 부정하고 있어 (아베 전 총리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검찰이 전직 총리는 건드리지 않고 비서만 처벌하는 '꼬리 자르기' 형태로 사건을 사실상 종결하는 데 대해 비판도 커지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아즈미 준(安住淳) 국회대책위원장은 "전혀 납득이 안 되는 결과다. 일본 헌정사에 오점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일본공산당 서기국장도 아베 전 총리가 그동안 국회에서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해왔음을 지적하며 "위증죄를 물어야 한다. 국회의원 사임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일본 중의원(하원) 조사국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참의원 본회의와 예산위원회 등 총 33차례 회의에서 아베 전 총리가 했던 답변 내용을 분석한 결과, 검찰 수사 결과와 다른 '허위 답변'을 한 경우가 총 118회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베 총리는 25일 국회에 출석해 그간의 경위를 설명할 예정이다. "후원회의 전야제 경비 보전 사실 및 기재 누락을 알지 못했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자신의 국회 답변이 결과적으로 '허위'로 판명된 데 대해 사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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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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