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기생충만큼 잘나간다…미국 Z세대 사로잡은 K뷰티 '미미박스'

중앙일보

입력 2020.12.24 15:58

업데이트 2020.12.24 16:12

K뷰티 스타트업 '미미박스(MBX)'의 카자(KAJA)가 최근 미국 세포라 18~24세 고객 선호도 1위 브랜드에 꼽혔다. 소비자 평점이 5점 만점에 4.4점. 카자는 미미박스가 2018년 글로벌 화장품 유통 기업 세포라와 공동 출시한 브랜드다. 지난 2년간 세포라에서 카자는 80만 개 이상 팔렸다.

[인터뷰] 하형석 MBX 대표

미미박스와 세포라가 2018년 공동개발한 K뷰티 브랜드 '카자(KAJA)' [사진 MBX]

미미박스와 세포라가 2018년 공동개발한 K뷰티 브랜드 '카자(KAJA)' [사진 MBX]

미미박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세포라와 함께 두 번째 K뷰티 브랜드 '옫지(OTZI)'를 출시했다.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다. 한글 '우리(ㅇㅜㄹㅣ)'의 자·모음과 유사한 영어 알파벳을 활용했다. 대나무와 인삼 등 한국 원료를 사용했다. 세포라와 잇따라 브랜드 2개를 공동개발한 하형석(37) MBX 대표를 '옫지' 출시 전날인 지난 15일 화상 인터뷰했다.

실리콘밸리가 주목한 '1호' 기업

하형석 미미박스(MBX) 대표 [사진 MBX]

하형석 미미박스(MBX) 대표 [사진 MBX]

국내에서 미미박스는 화장품 구독 서비스로 유명했는데.
피봇팅(사업 전환)을 여러 번 했다. 2012년 구독 박스로 시작했다. 소비자로부터 월 1만6500원을 받고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을 소개하고, 기업에 소비자의 취향 데이터를 제공하는 모델이었다. 2014년까지 재고가 전혀 없을 만큼 잘 됐다. 뷰티 전문 모바일 커머스로 사업을 확장했고, 400만 이용자를 모았다. 2014년에 큰 전환점을 만나 지금의 K뷰티 화장품 제조업까지 왔다.
전환점이 뭐였나.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엑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에서 약 13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후 포메이션8, 굿워터캐피탈 등 실리콘밸리 테크 전문 벤처캐피탈(VC)에서 줄줄이 투자를 유치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중국에 진출하면서 전 세계의 10~30대 고객을 상대하게 됐다. '고객에게 새로운 발견을 제공하자'는 미션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글로벌 고객에게 '새로운 발견'은 K뷰티 그 자체였다. 그래서 브랜딩 사업에 뛰어들었다. 본사도 이때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중국·일본 등 아시아부터 진출하지 않고, 미국으로 직행했다. 왜인가.
미국에서 시장의 기회가 가장 크다고 봤다. 한국에선 막혔던 투자가 미국에서 터진 이유도 컸다. 테크 VC뿐 아니라 존슨앤드존슨 계열 JJDC도 지난해 우리에게 약 395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들은 K뷰티의 DNA가 미국 시장에 통할 거라고 본 것 같다. 지금은 매출 50% 이상이 미국에서 나온다.
미미박스와 세포라가 공동개발한 K뷰티 스킨케어 브랜드 '옫지(OTZI)' [사진 MBX]

미미박스와 세포라가 공동개발한 K뷰티 스킨케어 브랜드 '옫지(OTZI)' [사진 MBX]

K팝서 힌트…'메이드 인 코리아' 강조

K뷰티 DNA란.
매력적인 가격대, 훌륭한 기술력, 재밌는 경험이다. 중저가 브랜드지만 기술력은 유명 고가 브랜드 못지 않고, 포장과 바르는 방법 등 소비자 경험도 다르다. 패션에 비유하자면 자라(ZARA)나 H&M이 노리는 시장이다.
미·중 동시 진출했다. 반응에 차이가 있나.
반응은 중국이 더 빨랐다. 대신 기복이 심했다. 중국은 시장도 고객도 모두 빨리 변하는 편이다. 반면 미국은 고객과의 신뢰를 쌓으면서 매출이 꾸준히 늘었다. 미국에 집중할 때라고 느꼈다.
미국의 K뷰티 소비자는 어떻게 다르던가.
한국에선 브랜드가 중요하고, 미국에선 제품 자체가 중요하다. 한국 화장품은 브랜드를 크게 쓰고 제품명을 작게 쓰지만 미국은 반대다. 진정성 있는 소통, 각자의 스토리, 제품의 성능에 대한 명확한 전달도 중요하다. 강남스타일, BTS 등 K팝의 성장 서사에서 단서를 얻었다. 한국인이 만든, 한국 회사의 한국 화장품이란 우리의 강점을 살릴 때 소비자 반응이 뜨거웠다. 옫지에 대나무, 쌀 같은 한국 원료를 내세운 이유다.
미미박스와 세포라가 2018년 공동개발한 K뷰티 브랜드 '카자(KAJA)' [사진 MBX]

미미박스와 세포라가 2018년 공동개발한 K뷰티 브랜드 '카자(KAJA)' [사진 MBX]

사드·코로나 타격,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창업 9년차다. 위기는 없었나.
매일이 위기다(웃음). 두 번의 위기를 꼽자면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때와 올해 코로나19다. 2017년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하던 중국 매출이 거의 0원이 됐다. 대응 능력이 부족했다. 이때 경험을 밑거름 삼아 올해는 위기를 기회로 잘 바꾼 것 같다.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기존에 세운 사업계획을 다 엎었다. 가장 먼저 내부 소통을 늘렸다. 매일 아침 사내 미팅을 잡아 어제를 회고했다. 서울, 타이베이, 상하이, 샌프란시스코에 퍼져있는 직원들의 불안을 줄여야 했다. 슬랙, e메일, 화상회의 등 소통 채널도 늘렸다. 인기는 없지만 브이로그 등을 올리는 내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다(웃음).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도 변했을 텐데.
그 다음 고객의 변화를 살폈다. 립스틱을 바르던 고객들이 마스크를 썼고 스킨케어를 중시했다. 온라인 사업과 스킨케어 투자를 늘렸다. 아마존과 틱톡에 진출해 팬데믹 전 35~40%였던 온라인 매출을 60%까지 끌어올렸다. 스킨케어 사업 비중도 15%에서 50%까지 늘렸다.
중앙일보는 지난 15일 하형석 미미박스(MBX) 대표를 화상 인터뷰했다. 김정민 기자

중앙일보는 지난 15일 하형석 미미박스(MBX) 대표를 화상 인터뷰했다. 김정민 기자

재미·친환경…세포라에 10대를 불러왔다

세포라와 협업한 계기는.
세포라는 10대 고객이 없다는 게 고민이라고 했다. 우리는 세포라 데이터를 활용하면 10대가 살 만한 가격대의, 질 좋고 재밌는 맞춤형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겠단 자신이 있었다. 가령 지금 미미박스가 자리잡은 25~35달러 가격대 화장품이 세포라 매대에는 없었다.
Z세대에게 인기를 끈 비결은.
재미 요소가 컸다. 보통 세럼은 투명한데, 우리는 꽃 추출물을 넣어 컬러를 입혔고,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제품에 넣는 등 다른 브랜드가 하지 않던 시도를 했다. 또 틱톡 등으로 화장품 바르는 법, 패키징 스토리를 올려 Z세대 소비자와 소통했다.
미미박스와 세포라가 공동개발한 K뷰티 스킨케어 브랜드 '옫지(OTZI)' [사진 MBX]

미미박스와 세포라가 공동개발한 K뷰티 스킨케어 브랜드 '옫지(OTZI)' [사진 MBX]

새로 출시한 브랜드 '옫지'는 어떤 컨셉인가.
Z세대가 중시하는 '가치 소비'를 제품에 녹였다. 이들은 '이 제품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세대다. 제품을 버릴 때의 경험, 성능의 과학적 입증을 중시한다. 유해성분을 빼고 동물 실험과 동물성 원료를 제외해 PETA(동물권단체) 인증을 받았다.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와 박스 없는 패키징을 사용했다.
10년 후 미미박스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만의 강점이 글로벌에서도 통한다는 걸 다른 스타트업에 보여주고 싶었다. 어느 정도 청신호를 보낸 것 같다. 10년 후엔 우리 같은 회사가 많아졌으면 한다. 동시에 지난 9년간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 좋은 제품으로 기억되는 게 가장 어렵다는 걸 배웠다. 그런 기억을 남기는 기업이 되고 싶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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