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쪽 정경심 판결문의 질타···조국의 국회 해명, 거짓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24 15:20

업데이트 2020.12.24 16:42

지난해 9월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해 9월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저희 아이가 봉사활동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法, 조국 청문회와 언론 해명 대부분 허위 판단
위증죄 적용 국정감사 전 사퇴, 법적 처벌 불가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의 한 장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민씨의 2012년 동양대 봉사활동을 묻자 조 전 장관은 이같이 답했다.

조 전 장관은 청문회 당시 조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도 "분명이 했다"고 말했고, 자신은 그 인턴 활동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한 야당 의원의 질의엔 조씨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도 약 2주간 인턴을 했다고 반박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날 법정구속됐다. 우상조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날 법정구속됐다. 우상조 기자

정 교수 판결엔 "허위" 수십차례 반복  

하지만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세 명의 부장판사로 구성된 정 교수의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거짓말을 했다고 본 것이다.

정경심 1심 판결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경심 1심 판결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570쪽에 달하는 정 교수의 1심 판결에는 "허위"란 단어가 수십차례 반복된다. "조국과 공모하여"라는 문장도 여러차례 등장한다. 정 교수의 변호인단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1심 판결에 즉각 항소했다.

조국의 해명과 재판부의 판단

정 교수의 1심 재판부는 조민씨의 ▶단국대 체험활동(1저자 논문) ▶공주대 체험활동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 ▶KIST인턴 ▶동양대 연구활동 ▶ 동양대 표창장을 모두 거짓이라 봤다. 정 교수 측이 법정에서 사실이라 주장한 내용이다.

조 전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조씨가 실제 이 스펙과 관련한 활동을 대부분 했다고 해명했다. 다음은 인사 청문회 당시 조씨의 허위 스펙 의혹에 대한 조 전 장관의 답변과 정 교수 재판부의 판단을 비교한 것이다.

조국 전 장관 인사청문회 中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주광덕 위원=딸이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의 인턴을 했다고 증명서를 발급받았죠? 그것을 자신의 한영외고 생활기록부에 등재했죠?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예, 그런데 제가 관여한 바 없습니다.

정성호 위원=실제 인턴은 분명히 했다는 거죠?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

※정경심 교수 재판부=정경심과 조국은 장영표(단국대 교수)가 조민을 단국대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해주는 대신 조국은 장 교수 아들의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스펙 품앗이를 약속. 조민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활동 없이 뒤풀이에 참석하려 세미나장에 혼자 왔음. 정경심과 조국은 조민이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했다는 허위내용이 기재된 확인서를 발급받기로 공모했음.

〈동양대 봉사활동〉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저희 아이는 그때 분명히 봉사활동을 (동양대) 가서 그 경북 지역의 청소년들의 영어에세이 첨삭이라든가 하여튼 영어 관련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박주민 위원=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봉사활동 분명히 했었고 그것을 그 프로그램을 관리했던 교수 등은 굉장히 고맙게 여겼고 그래서 뭐라도 해 주고 싶어서 표창장을 추천했고 그래서 표창장이 발부됐고

※정경심 교수 재판부=조민은 (동양대) 청소년 인문학영재프로그램 1기 및 2기 영어에세이쓰기 수업에 튜터로 참여하지 않았으므로 동양대 총장 표창장에 기재된 내용은 허위임. 조민은 청소년 인문학프로그램의 수강생이 제출한 영어에세이를 첨삭하지 않았고, 2012년 여름방학에 동양대에서 실시된 중고등학생 대상 영어캠프, 동양대 교직원들의 초중학생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캠프에서 봉사활동을 한 사실이 없음

지난해 10월 1일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로 나오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왼쪽)와 답변을 마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고개를 숙인 채 서로 엇갈리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1일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로 나오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왼쪽)와 답변을 마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고개를 숙인 채 서로 엇갈리고 있다. [뉴스1]

조국 부인한 증거인멸 공모도 인정

정 교수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완강히 부인했던 자택PC 하드디스크 교체 공모 여부와 사모펀드 운용보고서 수정 관여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의 개입을 일부 인정했다.

조 전 장관은 김경록PB가 자신의 자택에서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했을 당시 김씨에게 "의례적 인사만 했다"며 증거인멸 가담 여부를 부인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장관에게 "아내를 도와줘 고맙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지만 조 전 장관은 국회 본회의에서 "그런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정 교수 재판부는 이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과 입장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자택PC 하드디스크와 동양대 교수연구실 PC를 은닉하기로 공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조 전 장관을 증거인멸의 공범이라 봤다. 다만 정 교수가 김씨와 함께 자신의 범죄 증거를 인멸해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가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교수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가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교수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리한 내용 청문회단에 제출 안해" 

조 전 장관은 자택으로 '블라인드 조항'이 담기지 않은 사모펀드 운용보고서를 받은 뒤 이를 청문회단에 제출하지 않고 위조한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다.

이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코링크PE 관계자에게 자택에서 운용보고서를 받은 사실,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당시 받은 자료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해 청문회준비단에 제출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정 교수가 해당 보고서의 위조를 지시한 사실은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재판부의 판단을 모두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항소심에서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따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정 교수의 1심 결론은 세 명의 부장판사로 구성된 대등재판부가 8개월간 재판을 하며 판단한 것"이라며 "뒤집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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