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혁신으로 잇는다...소치 허련의 고조손 허진 개인전

중앙일보

입력 2020.12.24 12:17

업데이트 2020.12.24 12:22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 2020-1,162x130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20. [사진 허진 작가]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 2020-1,162x130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20. [사진 허진 작가]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 2020-10, 130x97cm, 2020. [사진 허진 제공]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 2020-10, 130x97cm, 2020. [사진 허진 제공]

자연과 인간의 상생과 조화를 화폭에 담아온 허진(58·전남대 교수)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동덕아트갤러리에서 23일 개막했다. '인간과 자연의 화해'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광화문 아트포럼 선정 2020 올해의 작가상 수상기념전인 동시에 허 작가의 서른 한 번째 개인전이다.

광화문아트포럼 올해의 작가상 기념전

허 작가는 역사와 자연, 그리고 인간에 얽힌 다층적 기억을 인문학적 입장에서 재해석해온 한국화가다. 화면에 자유롭게 배치한 유목 동물과 여러 이미지를 통해 인간과 자연이 서로 화합하는 순환적 자연생태관에 대한 소망을 표현해왔다. 이런 환경 친화적 생태론을 기반으로 한 '유목동물+인간-문명'시리즈가 그의 대표 연작으로 유명하다.

허진은 조선말기 예원의 종장인 추사 김정희의 수제자이자 호남 남종화의 시조인 소치 허련(1808~1893)의 고조손이며 근대 남화의 대가인 남농 허건(1907~1987)의 장손이다. 허진 일가는 말년에 전남 진도에 자리잡은 소치 선생의 운림산방의 화맥을 5대째 이어오며 독창적인 현대 한국화를 창조해왔다. 인간에 대한 탐구에 집중하며 '묵시', '다중인간', '현대인', '익명인간', '유목동물'시리즈 등을 발표해왔다.

광화문아트포럼 2020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허진 작가의 전시 현장.[사진 동덕아트갤러리]

광화문아트포럼 2020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허진 작가의 전시 현장.[사진 동덕아트갤러리]

허진, 동학혁명운동이야기 5, 146x112cm,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16. [사진 허진 제공]

허진, 동학혁명운동이야기 5, 146x112cm,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16. [사진 허진 제공]

이번 전시에선 그의 대표 연작 '유목동물+인간-문명''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동학혁명운동이야기' 등을 모두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유목동물+인간-문명'시리즈는 역동적 야생동물을 통해 인간 조건의 근원을 성찰하는 작품이다. 문명과 부유하는 인간 형상 위에 실루엣의 점묘로 표현한 동물 이미지를 겹치며 인간이 처한 현실을 강렬한 색채로 부각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시리즈는 유전자 조작과 생명복제 등 유전공학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작가가 꿈꾸는 지속 가능한 생태사회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연작에서 작가는 인간과 자연이 평등하게 공존할 공동체를 상징할 수 대상을 섬으로 표현했다. 허 작가는 " 섬은 어린 시절에 각인되었던 다도해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다"면서 "허균의 홍길동전에 나오는 율도국이나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오는 아틀란티스 같은 유토피아로 상상했다"고 말했다. 다도해의 풍경으로 표현한 마음속의 유토피아인 셈이다.

허 작가는 "제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린 지 올해 32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저 자신의 작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한국화 분야도 얼마든지 참신한 형식을 갖추고 주제가 폭넓게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허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전남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시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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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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