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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그 ‘회복할 수 없는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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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가영
이가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가영 사회1팀장

이가영 사회1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위력적이었고,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2020년, 온 국민은 우울감에 빠졌다. 그런 국민을 법조계는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그 정점에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징계를 당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싸움이 있다. 올 초 조국 전 장관을 대신한 추 장관은 수차례의 지휘권 행사에 이어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를 감행한다. 윤 총장은 명예 회복을 위해 소송전에 나섰다. 핵심 쟁점은 ‘정직 2개월’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인가이다. 윤 총장 측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및 법치주의에 심각한 훼손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률적 시시비비를 떠나 이 상황 자체가 가진 회복할 수 없는 피해의 요체는 다른 데 있다고 본다. 바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옳다고 믿어왔던 상식의 파괴다. 단지 윤 총장의 징계뿐 아니라 2020년 내내 우리는 상식을 부정하는 무도함을 목격해야 했다.

지난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가 비서를 성추행했다는 증언이 나오자 여권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폄하했고, 지지자들은 2차 가해를 저질렀다. 고인을 애도한다면 살아남은 피해자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건 기본 상식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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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내 K방역 성공을 자랑하던 정부가 코로나 3차 대유행 앞에 무기력하다. 실체 없는 K방역의 본질은 ‘타인에 피해 주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였다. 그러나 백신 확보는 ‘0’. 그러자 대뜸 “확보 보다 안전성이 우선”이란다. 손에 쥔 게 없다면 사과 먼저 하는 게 상식 아닌가.

4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여당은 우호 지분까지 포함 180석 이상을 확보했다. 이후 국회 운영은 그야말로 ‘승자독식’. 다수결의 원칙, 국회법을 운운한들  “여야 합의로 운영해야 한다”는 상식을 국민들이 모를 리 없다.

다시 법조계로 돌아와 보자. 추 장관 취임 후 인사는 일부 호평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을 향한 수사를 막으려 윤석열 사단을 학살했단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도 마찬가지다. 말 안 듣는 총장을 찍어내고 싶다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의중을 전달하면 된다는 거,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이 모든 상식들이 배척되는 상황에 윤 총장은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 있다. 이달 초 조미연 판사가 윤 총장 직무배제에 대한 집행정지를 인용할 때 비로소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보게 될까란 생각을 했다. 24일 징계 집행정지 2차 심문을 이어갈 홍순욱 판사의 판단은 2021년을 상식의 해로 맞을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늠자가 될 것이다. 23일 법원은 적용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며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법정구속했다.

이가영 사회1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