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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세계 7→5위, 내수 사상 최대…그래도 못 웃는 한국 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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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한국의 자동차 생산 대수(288만 대)가 중국·미국·일본·독일에 이어 세계 5위에 올랐다. 지난해(7위)보다 두 계단 상승했다. 올해 국내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판매 대수는 역대 최대인 161만 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수출 191만대, 17년 만에 최저 #일자리 9개월새 4000개 사라져 #내년 수출 23% 늘어도 내수 -4.4% #현대차, 러시아 GM공장 인수 완료 #러시아 생산능력 20만→30만대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2020년 자동차산업 평가와 2021년 전망’ 보고서를 23일 내놨다. KAMA에 따르면 국내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동차 생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기간이 5~15일에 그쳤다. 반면 해외 주요 완성차 업체는 지난 3~6월에 공장을 가동했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면서 생산 차질을 빚었다.

최근 10년 간 자동차 내수 판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최근 10년 간 자동차 내수 판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부는 코로나19로 위축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개별소비세를 깎아줬다. 개별소비세를 인하한 지난 3~6월에는 자동차 내수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증가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전인 지난 1~2월 자동차 내수 판매가 16.9% 줄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자동차 수출은 급감했다.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소비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KAMA는 올해 자동차 수출 대수가 191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03년(181만대)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200만대 밑으로 내려갈 것이란 예상이다. KAMA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5~2019년) 자동차 수출 대수는 연평균 259만 대였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일자리 수는 감소했다. 지난 1월(37만8000명)과 10월(37만4000명)의 고용인원을 비교하면 9개월 만에 일자리 4000개가 사라졌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자리 감소) 4000명은 부품업체 인원”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의 전동화 추세가 빨라질수록 ‘고용 없는 성장’이 될 수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내년 자동차 수출 대수는 올해보다 22.9% 증가할 것으로 KAMA는 전망했다. 코로나19의 충격이 가라앉고 주요국의 경기부양책이 본격화하면 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반영했다. 국내 시장에선 자동차 판매가 올해보다 4.4% 감소할 것으로 KAMA는 예상했다. KAMA는 내년에 한국의 자동차 생산 대수가 세계 6~7위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에 있는 옛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의 인수를 완료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현대차 러시아법인은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계약 완료는 지난달 초”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언제 생산을 시작할지는 모른다”고 설명했다.

GM은 2008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에 연간 생산능력 10만 대 규모의 승용차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GM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해외 사업을 정리하면서 2015년 해당 공장을 폐쇄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연산 20만 대 규모의 공장을 갖고 있다. 이번에 인수한 GM 공장을 포함하면 연간 생산능력은 30만 대로 증가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40만 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러시아 자동차 브랜드 라다(LADA)에 이어 판매량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할 전망이다. 현대차 러시아법인은 “올해는 16만3000대를 파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김영주·박성우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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