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드도 동원된 백신 정보전, 우린 9·10월 베팅기회 놓쳤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24 00:03

업데이트 2020.12.24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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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정부는 처음부터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도입할 의지가 매우 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두 백신이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mRNA(전령RNA)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통적 방식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집중했고,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임상시험 진전 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정보전에서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처음부터 mRNA 백신 강한 불신
화이자·모더나 7월 3상 빠른 진척
11월엔 이미 손쓰기 힘든 상황
모사드까지 동원 이스라엘과 대조

코로나 백신 어떻게 만드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 백신 어떻게 만드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4월 코로나19 백신을 논의할 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화이자·모더나의 mRNA 백신이 세계에서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방식이어서 성공 가능성이 낮고, 부작용을 예상할 수 없다며 회의적인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국내 역량을 총동원해도 하루에 10만 명 이상 맞히기 힘들고, 보관과 수송 시설이 안 돼 이를 소화할 만한 구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어떻게 만드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 백신 어떻게 만드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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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해선 긍정적이었다. 이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전달체 방식 백신은 전통적이어서 신뢰성이 높고 지금의 약품 유통체계로도 충분히 공급 및 보관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냈다”며 “아스트라제네카 제품 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마침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위탁 생산을 맡게 되면서 정부는 8월께 국내 생산분 중 800만 도즈를 받기로 했고, 그 이후 협상에서 2000만 도즈로 늘렸다. 이미 아스트라제네카로 기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화이자·모더나와 접촉은 했지만 비중을 거의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이 확 달라졌다. 화이자 백신은 7월 27일 3상 임상시험에 착수했고 11월 9일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모더나 백신도 7월 27일 3상 임상시험을 시작했고 11월 16일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범정부 백신·치료제TF에 정통한 관계자는 “전문가들도 어느 백신을 얼마나 구매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자문하지 못했다. 정보를 나름대로 수집했지만 9, 10월에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화이자·모더나에 선구매를 베팅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국내 도입 예정 코로나19 백신 비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도입 예정 코로나19 백신 비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결과적으로 정부는 두 백신의 임상시험이 매우 빨리 진척됐는데도 정보를 제대로 입수하지 못했고, 11월 중·하순에는 이미 손을 쓰기 힘든 상황이 됐다. 정보기관인 모사드까지 동원한 이스라엘 정부와 대조된다. 모사드는 해외 정보망을 가동해 임상시험의 진행 상황, 안전성, 효과 등의 정보를 파악해 대응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또 “셀트리온의 항체 치료제에 대한 믿음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그는 “셀트리온 항체 치료제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받았고, 거기에 상당히 기대를 걸었다”고 했다. “연말까지 3상 임상시험을 끝낼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셀트리온 기술진을 불러 항체 치료제의 원리, 성공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확인했는데 상당히 근거가 있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항체 치료제 기대 때문에 백신에는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는 뜻이다.

앞서 범정부 백신·치료제TF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시 회의 분위기가 백신이 남아도, 모자라도, 비싸게 사도 욕먹게 돼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비난을 피하기 힘들 거라고 봤고 지금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처럼 돈이 있으면, 1조원만 있으면 선구매했을 수도 있는데 당시 3차 재난지원금에 예산이 많이 들어갔다”고 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태윤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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