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확보 급한데, 정부 “한두 달 관찰기회 생겨 다행”

중앙일보

입력 2020.12.24 00:02

업데이트 2020.12.24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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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언급(“우리도 특별히 늦지 않게 접종할 수 있을 것”)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백신 확보전에 전력투구해도 모자랄 판에 ‘백신을 천천히 맞아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정부 “세계 최초 접종은 피해야”
전문가 “언제 1등 하자고 했나”

청와대 “백신의 정치화 중단하라”
야당 “K방역 홍보가 정치질”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사회 분위기가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하는 것처럼 1등 경쟁을 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 방역 당국으로서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 개발 과정이 상당히 단축됐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는 국민을 위해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주제”라며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그런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하고 그런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한두 달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미국과 영국의 팬데믹 상황을 언급하며 “이들 국가를 반면교사로 삼기에는 다소 부적절하고 세계에서 1, 2등으로 백신을 맞는 국가가 될 이유는 없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언제 우리가 접종 1등을 하자고 했느냐. 백신 확보를 잘 해야 했다고 말하는 건데 정부가 핀트가 맞지 않는 핑계(안전성)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 3~4월이면 백신 접종국과 미접종국 간에 상황이 확연히 비교될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며 “백신 접종률이 30%만 넘어가도 신규 환자가 급격히 줄어든다. 백신 접종을 서두를수록 코로나19의 위험에서 조금이라도 일찍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석(전 질병관리본부장)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지엽적인 핑계를 대지 말고 지금이라도 보건 당국을 비롯해 외교부·국가정보원, 민간 기업 등이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상반기 내 자국민 절반 이상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고, 영국 정부는 코로나 종식까지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내년 1분기 접종 가능한 물량이 현재로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50만 도즈(75만 명분, 내년 최소 확보 물량의 2.5%) 정도다.〈중앙일보 12월 23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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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민주당이 ‘코로나19 백신 확보 늑장’ 비판에 대해 “백신의 정치화”(청와대), “터무니없는 공포 조장에 단호히 대처하겠다”(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입장인 데 대해선 국민의힘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정치질’을 한 건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당 핵심 관계자)이라고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는 데 쓰는 안간힘을 백신 구하는 데 좀 쓰셨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하라는데, K방역을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은 청와대로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했다.

백민정·손국희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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