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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경심, 비합리적 주장 계속…증거인멸 가능성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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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피고인의 입시비리 범죄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많은 사람에게 허탈감과 실망을 야기하고, 우리 사회가 입시 관련 시스템에 대해 갖고 있었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략)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등 입시비리 혐의 관련 진술자들이 정치적 목적 등으로 허위 진술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비난하는 계기를 제공해 진실을 이야기한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

“성실히 노력하는 이들에 허탈감 #최성해 등 증인들 허위진술 주장 #진실 밝힌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 #정씨 “표적 수사” 모든 혐의 부인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판결문을 읽어나가던 임정엽 재판장의 발언은 점점 그 수위가 높아졌다.

그의 비판이 겨냥하던 대상, 즉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판결문 낭독이 이어질수록 눈에 띄게 표정이 어두워졌다. 실형과 법정 구속이라는 판결이 예상 밖이었던 듯 “의견이 있느냐”는 임 재판장의 물음에 정 교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변호인이 대리해서 말하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

정경심 1심 판결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경심 1심 판결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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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재판장은 “본인의 이야기를 기재하게 돼 있다. 안 된다”고 답했고, 정 교수는 작은 목소리로 “할 말 없습니다”라고만 답했다. 그는 “구속 사실을 남편인 조국씨에게 통지하면 되겠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채 서울남부구치소로 이송됐다.

정 교수 측은 재판 내내 자신의 기소에 대해 “남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낙마를 위한 표적 수사의 결과물”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해 왔다. 지난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도 “학자였던 배우자가 공직자가 된 뒤 누가 되지 않고 살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온 가족이 파렴치한으로 전락했다”고 혐의를 부인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런 전략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에서는 혐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인을 증거인멸 가능성과 연결하는 경우가 있다. 이날 재판부도 “관련 증거를 조작하거나 관련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등 증거인멸 행위를 재차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법정 구속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객관적인 물증과 신빙성 있는 진술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설득력이 없고 비합리적인 주장을 계속하는 태도는 방어권 행사의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성 없는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할 무렵부터 이 재판의 변론 종결일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에 관해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사실이 없다”고 정 교수를 비판했다.

무죄 사안들도 선고에 좋은 영향만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무죄 판결이 내려진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을 거론하면서 “비록 무죄지만 피고인이 자신의 입시비리, 코링크PE 관련 범행을 은폐할 목적으로 저지른 행위며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처벌받는 결과가 초래됐다”며 “또 피고인의 형사처벌 대상이 된 범행의 ‘범행 후 정황’에도 해당하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 지지자들로 보이는 일부 방청객들은 유죄가 선고될 때마다 한숨을 내쉬었다. 정 교수의 법정 구속이 확정되자 “어떡하면 좋냐”며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반면에 조 전 장관과 여당 등으로부터 “무리한 기소”라고 비판받았던 검찰은 고무된 분위기다. 수사팀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최종적으로 죄와 책임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가영·박태인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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