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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 시킨 정경심은 무죄, 지시받은 김경록은 유죄..왜

중앙일보

입력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록만 억울하게 됐다"

檢 조국 일가 모두 증거인멸 혐의 적용, 조권, 정경심은 무죄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23일 징역 4년을 선고한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선 이런 반응이 나왔다. 정 교수의 지시를 받고 정 교수 자택 하드디스크와 동양대 PC를 은닉한 김경록PB는 증거인멸 혐의로 유죄(징역 8월, 집행유예 2년)를 받았지만, 정 교수에겐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내 증거 없앤 건 처벌 못해" 

정 교수 재판부는 정 교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수사에 대비해 자택 PC의 은닉을 공모한 사실, 정 교수가 김씨에게 PC 은닉을 지시한 사실 관계도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정 교수와 김씨가 동양대 연구실로 함께 이동했다"며 정 교수는 증거인멸의 교사범이 아닌 공동정범이라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현행법상 피고인이 자신의 증거를 인멸한 경우, 혹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자기의 증거를 인멸할 경우는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 교수에게 지시를 받아 PC를 숨겨주고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김경록씨만 억울하게 된 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신의 '감찰 무마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신의 '감찰 무마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경록 변호인 "인간적 배신감 느낀다" 

김씨 측 변호인은 지난 16일 항소심 결심에서 검찰이 징역 10개월을 구형한 것에 "피고인은 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미루는 정 교수의 태도에 인간적 배신감마저 금치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 교수의 지시에 따라 소극적으로 가담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자신의 재판에서 김씨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실 관계도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 측에서 이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한 것이다. 정 교수의 재판부도 이날 판결에서 "정 교수의 증거은닉 지시로 수사와 재판이 방해됐고, 그런 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이 생겼다"며 김씨의 유죄 판결을 정 교수에게 불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교수를 포함해 조 전 장관과 조 전 장관의 동생인 조권씨,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에게도 모두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했다. 조권씨는 후배와 함께 자신의 증거를 파쇄한 사실이 인정돼 정 교수와 마찬가지로 증거인멸 혐의에서 무죄가 나왔다.

조범동씨의 경우 증거인멸 혐의에 유죄가 나왔고, 1심이 진행 중인 조 전 장관에 대해선 아직 유무죄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이날 정 교수의 판결로 조 전 장관 역시 증거은닉혐의에선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 측은 "법원이 증거인멸 법리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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