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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정책 탓…금감원 독립해야" 작심발언

중앙일보

입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감독체계를 금융위원회로부터 분리 개편해야 한다고 작심 발언했다. 올해 금융시장을 들썩였던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이 금융산업정책에 있다고도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감독원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기자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감독원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기자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국은 금융감독정책(금융위)과 집행(금감원)이 이원화된 구조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정책과 금융산업정책을 모두 맡는다. 금융사고는 주로 금융산업정책의 결과로 발생하는데, 금융위가 금융감독정책까지 맡다보니 금융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리고 보완해나가는 기능이 부족하다는 게 윤 원장 주장이다.

윤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금융사고를 들여다보면 정부가 금융산업을 육성하려고 하다가 그것이 경우에 따라서 위험을 창출하는데, 그 위험이 결국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등의 유형이 있다"며 "저축은행 사태, 동양종금 사태, 이번 사모펀드 사태도 큰 틀에서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러다보면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금융산업이 신뢰를 잃어가는 결과가 나오는데, 저희가 감독을 맡는 입장에서 바로 이 부분 때문에 무엇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 원장의 이런 주장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감독체계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요건은 예산의 독립이고 이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금감원은 (금융위의) 금융정책 권한 아래서 금융감독의 집행을 담당하는 상황이라 예산과 조직 인력 문제가 예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이 부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예산의 독립은 감독체계 독립의 일부지만 예산독립이 된다고 해서 감독체계 독립이 이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감독체계 독립 없는 예산의 독립으로는 충분하지도 않은 것 같다"며 금융위로부터 예산과 감독체계 모두를 독립할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했다.

감독체계 개편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선 "지금 (금융위와 금감원 간)이원화된 감독체계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러다보니까 감독의 정책과 집행 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며 "결과적으로는 사후에 제도 개선이 잘 안되고 결국엔 이것이 금융감독의 비효율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금융산업 정책이라는 부분과 감독 정책이라는 부분을 서로 분리해 금융감독이 최소한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감독에 있어서 정책과 집행 간 유기적 운영이 이뤄져서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 현장 정보가 즉각 정책에 반영돼야 하고 정책의 취지가 즉각 시장에 가 닿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원장은 이날 올 한해를 보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사모펀드 사태를 꼽았다. 그는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한국 금융의 취약한 장면을 매우 축약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그간 지속적으로 규제완화가 일어나면서 규모는 굉장히 커진 반면 과연 이게 내실을 갖춘 성장이었는가 하는 부분 대해선 시장에서 의구심이 많다"고 해 또 다시 금융위의 정책 실패를 강조했다.

지난 4월 금융위가 중심이 돼 발표한 사모펀드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언론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4월에 제시했던 내용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조심스럽게 제기된다"고 박하게 평가했다. 윤 원장은 "투자자의 자격요건에서 일부 해외 국가 경우처럼 전문투자자로 자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은행에서 사모펀드 판매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것, 운용사들이 충분한 전문성과 자격요건을 갖췄느냐는 것 등 문제제기가 나온다"며 "그런 부분을 나름대로 고민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용환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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