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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텔링] 기생충ㆍBTS 세계 제패…2020 문화계 7대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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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20년은 코로나 팬데믹이 휩쓴 와중에도 문화적 성취가 눈부신 한 해였다.  ‘2020 문화계 7대 뉴스’를 페이스북 7개 이모지를 응용해 풀어본다.

◇최고예요: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101년, 오스카 92년의 역사를 새로 썼다. 올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ㆍ감독상ㆍ각본상ㆍ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면서다. 오스카 사상 비영어 영화의 작품상 수상은 최초였다. 각본상은 아시아 영화 최초 수상이었다. 각본을 겸한 봉 감독은 1954년 월트 디즈니 이후 처음으로 하룻밤에 4개의 오스카를 탄 사람으로 기록됐다.  “1인치의 자막 장벽을 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 개로 잘라서 (함께 후보에 오른 감독들과) 나누고 싶다” 등 봉 감독의 재치있는 수상 소감도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할리우드 스타들과 함께한 ‘설국열차’ ‘옥자’로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알려온 봉 감독은 ‘기생충’으로 “봉준호란 이름이 하나의 장르”란 평도 얻었다. 그의 솔직한 유머를 적재적소의 영어로 전한 통역사 샤론 최도 인기를 누렸다. 통역 장면을 담은 유튜브 영상들이 조회수 100만회를 넘길 정도였다. ‘짜파구리’를 ‘람동(라면+우동)’으로, 서울대를 ‘옥스퍼드’로 번역해 미국 관객들의 웃음이 터지도록 영문자막을 붙인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도 주목을 받았다.

◇사랑해요: BTS, 빌보드 핫100 한국 가수 첫 정상

BTS, 빌보드 핫100 한국 가수 첫 정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BTS, 빌보드 핫100 한국 가수 첫 정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방탄소년단(BTS)을 빼놓고 2020 세계 음악 시장을 얘기할 수 있을까. BTS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 정상에 오르며 K팝의 기세를 과시했다.
지난 8월 발표한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핫100’ 1위를 차지하며 BTS의 대박 행진은 시작됐다. 탄탄한 팬덤을 기반으로 세계 팝 시장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10월에는 한국어 가사로 피처링에 참여한 조시 685와 제이슨 데룰로의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리믹스로 1위에 오르며 흥행을 이어갔다. 11월 발표한 미니앨범 ‘BE’와 타이틀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은 앨범ㆍ싱글 차트를 석권하면서 빌보드 62년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어 곡이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것도, 비영어곡이 발매 첫 주차 1위에 오른 것도 모두 처음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들을 ‘올해의 엔터테이너’로 선정했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춘 상황에서도 온라인 콘서트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아미(팬덤명)를 연결하고 흑인 인권 운동 캠페인을 위한 릴레이 기부를 끌어내는 등 사회적 변화에도 앞장서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다음 달 열리는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후보에 오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도 유력한 상황이다.

◇화나요: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영화ㆍ공연계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영화ㆍ공연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영화ㆍ공연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의 여파로 영화 생태계의 기존 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린 한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신작들의 개봉이 줄줄이 연기됐다. 올 연말 개봉 예정이었던 공유ㆍ박보검 주연 ‘서복’,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애니메이션  ‘소울’ 등 기대작들도 일제히 개봉을 미뤄둔 상태다.
개봉 시기를 놓친 영화들이 텅 빈 극장을 떠나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행을 택하기 시작했다. 베를린영화제 초청작 ‘사냥의 시간’ 에 이어 총제작비 240억 규모의 SF ‘승리호’와 ‘콜’ ‘차인표’ 등이 넷플릭스로 직행했고, 할리우드에서도 디즈니ㆍ워너브러더스ㆍ유니버설픽쳐스 등이 ‘뮬란’ ‘원더우먼 1984’ ‘트롤:월드투어’ 등을 극장과 OTT에서 동시 공개했다.
공연계 역시 코로나19의 피해가 심각했다. 국내 대표적 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의 콘서트홀에서 올 한해 취소된 공연은 166건. 600여석의 IBK챔버홀에서는 187건이 취소됐다. 진행된 공연은 각각 114건, 139건으로, 코로나19로 하지 못한 공연이 한 공연보다 많았던 한 해였다.

제한적으로 공연을 열어도 수익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띄어앉기에 따라 티켓을 판매하면 공연 제작비 충당도 어렵기 때문이다. ‘해도 손해’가 된 공연은 온라인으로 몰려갔다. 네이버TV의 공연 중계건수는 올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총 590건이었다. 지난해 77건에 비해 7배 넘게 증가했다.

◇재밌어요: ‘부부의 세계’  등 방송가 휩쓴 ‘센캐’  열풍

방송가 휩쓴 ‘센캐’ 열풍.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방송가 휩쓴 ‘센캐’ 열풍.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고구마 대신 사이다! 2020 방송가의 대세는 ‘센캐(센 캐릭터)’였다.

상반기엔 상류층 가정의 위선과 일탈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최고 화제작이었다. 6.3%의 시청률로 시작해 28.3%의 시청률로 막을 내린 이 작품은 지선우(김희애), 여다경(한소희) 등 도발적인 여성들을 앞세워 안방 시청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하반기의 화제작은 SBS ‘펜트하우스’다. 출생의 비밀, 과격한 대사와 노출, 분명한 선악 구도 등 소위 ‘막장’의 공식을 촘촘하게 짜놓은 ‘펜트하우스’는 시청률 20%를 넘는 고공행진을 벌이는 중이다. 천서진(김소연), 오윤희(유진), 주단태(엄기준) 등 과장되고 비틀린 캐릭터들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화제몰이에는 성공했다. 이밖에 SBS ‘하이에나’의 변호사 정금자(김혜수), ‘스토브리그’의 프로야구팀 단장 백승수(남궁민) 등도 독특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도 화사, 제시, 이효리, 엄정화 등 가요계의 신ㆍ구세대를 아우른 ‘센 언니’ 캐릭터들을 모으는 차별화된 시도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힘내요:‘사랑의 불시착’발 3차 한류 시동

‘사랑의 불시착’발 3차 한류 시동.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사랑의 불시착’발 3차 한류 시동.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올해 한국 드라마는 ‘제3차 한류’를 이끌며 예상 밖 선전을 벌였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악재 속에서 넷플릭스를 출구 삼아 ‘전화위복’을 이뤄낸 것이다.

선두주자는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 분)과 대한민국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사랑의 불시착’이다. 올 2월부터 일본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한 ‘사랑의 불시착’은 10주 동안  ‘일간 톱10’ 자리를 지키며 선전한 데 이어 지난 14일 일본 넷플릭스가 발표한 ‘2020년 일본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작품 톱 10’에서 1위에 올랐다. 이 리스트에는  JTBC ‘이태원 클라쓰’(2위),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6위) 등 5개의 한국 드라마가 포함됐다. 악화한 한ㆍ일 관계 속에서도 콘텐트 시장은 ‘이상없음’을 확인한 셈이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 등에서 넷플릭스 ‘일간 톱10’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남미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도 톱10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K-좀비’를 유행시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즌 2’도 한류 바람의 주역으로 빼놓을 수 없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20년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톱 10’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놀라워요: 한국 여성 작가 해외 무대서 약진

한국 여성 작가 해외 무대서 약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 여성 작가 해외 무대서 약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 여성 작가들이 해외 무대에서 약진한 한해였다.  3월 『구름빵』(2004)의 백희나 작가는 67개국, 240명 후보를 제치고 스웨덴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았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꼽히며 상금이 500만 크로나(약 6억원)에 달하는 상이다.
세계적인 여성주의 물결 속에 한국에서 수년 전 발표된 작품들이 새롭게 조명받는 사례도 잇따랐다. 조남주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2016)은 올해 미국에서 영어판이 출판된 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 꼭 읽어야 할 책 100’에 선정됐다. 하성란 작가의 소설집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2002)도 역시 올해 영어판이 미국에서 출간되면서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올해의 책 톱 10’에 꼽혔다.

김이듬 시인의 2014년 시집 『히스테리아』는 미국 문학번역가협회 주관 전미번역상과 루시엔스트릭 번역상 등 2관왕에 오르며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며 한국 여성 시학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란 심사평을 받았다. 한국 작품이 전미번역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김금숙 작가의 그래픽노블 『풀-살아있는 역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2017)의 영문판도 지난달 미국 만화계의 대표적인 상인 하비상(최우수 국제도서 부문)을 받았다.

◇슬퍼요: 재정난 못 이기고 경매에 나온 간송 보물

재정난 못 이기고 경매에 나온 간송 보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재정난 못 이기고 경매에 나온 간송 보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 5월 간송미술문화재단의 불상 2점이 케이옥션 경매에 등장했다. 일제강점기 사재를 털어가며 문화재의 해외 유출을 막았던 간송 전형필(1906~1962)의 컬렉션이 공개적으로 시장에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컬렉션의 분산만큼이나 안타까웠던 게 그 배경이다. 간송 일가는 간송의 손자인 전인건 현 간송미술관장 대에 이르러 상속세와 유물 관리 등 각종 비용 부담으로 재정난을 겪어왔다고 알려진다.
경매장에 올라온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유찰됐다. 지정문화재의 해외 유출이 금지된 상황에서 각각 시작가 15억원에 이르는 불상을 감당할 국내 수집가가 많지 않고 ‘간송 컬렉션’이 개인에게 넘어가는 것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부담이 된 듯했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이 간송 측과 본격 협상을 벌여 지난 8월 최종 구매로 마무리했다.

이후 문화계와 정치권에서 상속세ㆍ재산세 등 세금을 낼 때 보유한 문화재ㆍ미술품으로 납부할 수 있게 하는 물납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글=강혜란ㆍ유성운ㆍ김호정ㆍ나원정ㆍ민경원 기자 theother@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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