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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면 의외로 재밌다...올 연말은 ‘랜선 술자리’ 어때요

중앙일보

입력

서울 구로구에 사는 양영선(35)씨는 며칠 전 친구 8명과 함께 온라인 술자리를 가졌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계획한 연말 여행이 코로나19로 취소되면서 화상 회의 플랫폼 ‘줌’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각자 먹고 싶은 안주와 술을 준비해 정해진 시간 컴퓨터 앞에 모인 이들은 두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며 소통했다. 양씨는 “밖에서 만나려면 8명이 한날한시에 모이는 게 힘들 때도 있었는데 장소 제약이 없는 온라인에선 쉽게 만날 수 있어 좋았다”며 “약간 어수선한 감이 있지만 대화도 잘 되고 은근 재밌어서 내년 초 신년회를 한 번 더 온라인으로 잡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술자리도 비대면으로 한다. 각자 집에서 술과 안주를 마련해 화상 통화 앱으로 만나고 있는 모습. 사진 양영선

코로나19로 술자리도 비대면으로 한다. 각자 집에서 술과 안주를 마련해 화상 통화 앱으로 만나고 있는 모습. 사진 양영선

경기도 수원에 사는 배 모씨도 지난주 금요일 4명의 친구와 온라인 술자리를 가졌다. 매년 송년회를 함께하는 친구들인데 이번엔 날짜를 잡은 상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 계획이 취소됐다. 전날까지도 모임 여부를 고민하다 한 친구의 제안으로 ‘줌’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직접 만나는 것만 못하지 않을까 했던 온라인 술자리는 저녁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배씨는 “서로 못 먹는 거 따져서 메뉴를 통일할 필요도 없고, 원하는 안주와 술을 가지고 모여서 진짜 술자리처럼 놀았다”며 “밖에서 만나면 9시면 헤어져야 하는데 그런 아쉬움 없이 회포를 풀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없는 온라인 술자리가 오프라인 모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없는 온라인 술자리가 오프라인 모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각자 먹고 싶은 메뉴 준비해 컴퓨터 앞으로 

집에서 각자 안주와 술을 준비해 컴퓨터 앞에서 화상 모임을 갖는 이른바 ‘랜선 술자리’가 인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속속 취소되는 연말 모임을 온라인상에서라도 갖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블로그나 온라인 카페, SNS 등에는 연말 랜선 술자리 모임을 가졌다는 인증샷과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관련 해시태그(#)로는 랜선술자리, 온라인술자리, 온라인음주회, 랜선회식 등이 있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오프라인 모임만 하겠나 싶지만 의외로 재미있다는 평 일색이다.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훨씬 편하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울감·불안감 등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데, 온라인 모임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심리적 위안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이 많다.

얼마전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 배우 서지혜가 친구들과 온라인 술자리를 갖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사진 중앙포토

얼마전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 배우 서지혜가 친구들과 온라인 술자리를 갖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사진 중앙포토

랜선 술자리에는 화상 회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명한 ‘줌’이나 ‘스카이프’가 주로 이용된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등교를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해당 앱의 경험치가 높아졌고, 덕분에 온라인 모임의 접근성이 한층 좋아졌다. 최근엔 ‘웨이브’ ‘스무디’ 등 랜선 모임을 위한 전용 앱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여러 명이 화상 통화를 하면서 '온라인 방 탈출 게임' '유튜브 함께 시청하기' 등 온라인 공간에서 함께할 수 있는 놀이 기능을 강화한 앱이다. 랜선 술자리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이들도 많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랜선 술자리 요령에는 ‘배달 앱을 활용해 정해진 금액 내에서 서로에게 음식을 시켜주는 이벤트를 열어보라’는 내용도 있다. 카메라를 향해 건배하는 모습은 필수다.

PC 카메라 매출 껑충, 배달용 팩소주도 등장 

'혼파티' 관련 상품 판매 신장률. 사진 G마켓

'혼파티' 관련 상품 판매 신장률. 사진 G마켓

집에서 랜선 모임을 갖는 이들이 늘면서 관련 업계도 성업 중이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주(12월 15일~21일) 동안 전년 동기 대비 PC 카메라는 854%, 1인 테이블웨어는 700%, 1인용 전기 그릴은 207%, PC 헤드셋과 마이크는 각각 99%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혼술세트’를 키워드로 한 관련 상품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09% 신장했다.

연말을 맞아 주류업계에서도 '홈술' 트렌드를 겨냥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사진 하이트진로

연말을 맞아 주류업계에서도 '홈술' 트렌드를 겨냥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사진 하이트진로

주류 업계도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확산에 따라 관련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7일 배달이 가능한 소주 ‘진로 미니팩’을 출시했다. 가정용으로 출시된 팩 소주는 그동안 마트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슈로 대세가 된 배달·포장 시장을 고려해 배달용 팩소주를 출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진로 미니 팩소주는 지난 10월 가정용 출시 후 한달 만에 100만팩이 팔리며 대세로 자리잡았다. 특히 160mL의 소용량 팩소주는 부담없이 깔끔한 홈술을 즐기는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점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롯데칠성음료도 올 6월 맥주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를 출시하면서 한 손에 잡기 편한 슬릭캔을 도입했다. 혼술‧홈술 트렌드가 코로나19시대 음주 문화로 정착돼 가는 것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위스키 브랜드 ‘조니워커’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9’과 협업해 홈술로 즐기기 좋은 한정판 위스키 패키지를 출시했다. 위스키를 집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하이볼(위스키에 소다수를 탄 음료) 레시피도 제안한다.

조니워커는 홈술로 즐기기 좋은 한정판 위스키를 내놓고 랜선 파티 이벤트를 진행했다. 사진 조니워커코리아 인스타그램

조니워커는 홈술로 즐기기 좋은 한정판 위스키를 내놓고 랜선 파티 이벤트를 진행했다. 사진 조니워커코리아 인스타그램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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