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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딸 인턴도 봉사도 아니었다, 변창흠 말 뒤집은 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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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장녀 A씨가 고등학교 재학 당시 '지인 소개’로 국립중앙박물관(이하 박물관)에서 한 달간 일했던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인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박물관은 서면답변에서 “딸 A씨는 2009년 잉카 문명 전시회 준비 시 재능 기부로 약 한 달간 원서 번역 일에 참여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전시 관련 관계자의 확인을 거쳤다고 했다.

이에 이 의원은 박물관의 모집 방식이나 프로그램 중 ‘재능 기부’ 형식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아빠 찬스를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쟁이 치열한 인턴·자원봉사 관문을 우회해 법적 근거가 없는 방식으로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실제 박물관 홈페이지 등을 확인해 봐도 '고등학생 재능 기부' 같은 건 없다. 박물관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식 루트를 거치지 않고 드물게 추천으로 들어온 사람 중 재능 기부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며 “A씨 역시 지인 소개로 일했다”고 말했다. A씨의 활동 사실을 입증할 자료에 대해선 “현재 없다”고 답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논란은 변 후보자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불거졌다. 2012년 미국 대학 진학 설명회에서 딸 A씨가 미 예일대에 진학한 경험담을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이 논란이 됐다. 유튜브 영상에서 A씨는 자신을 예일대(역사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소개하면서 “박물관에서 하는 잉카문명 전시회 인턴으로 (2009년 고2 시절) 여름 동안 스페인어나 영어로 된 자료를 번역하는 일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남들이 잘 하지 않거나 한국 학생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힘든 활동을 하는 게 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데 꽤 큰 영향을 주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모집 공고에 잉카 문명전 인턴 모집인원(활동기간 6개월)은 1명이었고, 응시 자격은 학사 학위 이상을 취득한 자로 제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변 후보자 측은 21일 “딸은 인턴이 아닌 단기 봉사활동으로 전시회 준비(스페인어 번역)에 참여했다”는 해명 자료를 냈다.

 국민의힘 이종배 정책위의장. 중앙포토

국민의힘 이종배 정책위의장. 중앙포토

하지만 2009년 8월 A씨가 지원 가능했던 ‘여름방학 중·고생 자원봉사’에도 A씨 이름은 없었다. 이 봉사는 하는 일도 도서 정리나 환경 미화 등으로 번역과는 관계가 없다. 이 의원은 “결국 박물관 측이 A씨의 스펙 쌓기를 위해 여고생에게 재능 기부라는 명목으로 없는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라며 “지인 추천이라지만 사실상 ‘아빠 찬스’를 쓴 게 아닌지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 후보자 측은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딸이 개인적으로 박물관 쪽에 얘기해서 일하게 된 것”이라며 “변 후보자의 인맥 등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물관 측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2010년 전에는 A씨 같은 방식으로 일한 사례가 간혹 있었다고 들었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23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변 후보자는 딸 A씨 관련 의혹 외에도 ‘구의역 김군’과 공공 임대주택 관련 막말 논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직 시절 인사 관련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변 후보자에 대해 “시대착오적 인식부터 점검하고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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