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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변창흠의 반시장 소신, 부동산 혼란 더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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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늘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변창흠 장관 후보자가 국토교통부 사령탑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공공주택 입주자들과 구의역 사고 희생자에 대한 막말이 첫째다. 언급하기도 민망할 만큼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도 갖추지 못한 행태였다. 또 SH 사장 때 인맥과 학맥으로 닿아 있는 낙하산 추정 인사가 18명에 달한다는 의혹도 충격적이다.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에 시대착오적 엘리트 카르텔이 웬말인가.

정의당이 변 후보자를 ‘데스노트’ 후보로 거론하고, 친정부 성향의 시민단체들도 잇따라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어제 “변 후보자의 과거 망언으로 국민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에서 번번이 여당을 방어해 주던 정의당에서도 ‘퇴출’ 요구가 나온 셈이다.

어디 이뿐인가. 변 후보자는 LH 사장 재임 기간 자신이 상임이사로 등록돼 있던 학회에 79억5000만원에 달하는 연구용역을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수백여 국내 학회에서 이런 거대 용역을 받았던 전례는 찾기 어렵다.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함께 주택 시세차익 억제를 강조하면서, 정작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값의 60%에 달하는 대출로 서울 강남 아파트를 매수한 이율배반적 행태는 국민 우롱의 압권이다.

그런데 이런 흠결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그가 부동산 정책 사령탑에 부적합한 가장 큰 이유는 반(反)시장 소신이다.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서도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보유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아파트값 폭등과 전월세 급등에 기름을 부은 임대차 3법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주택 공급 병목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재건축·재개발 억제를 고집하고, 자투리땅을 활용해 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는 소신에도 변함이 없다. 그러면서 현재 부동산 불안은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탓과 함께 저금리 탓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궤변과 편향된 시각을 지닌 사람이 부동산 정책의 사령탑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은 24차례에 걸친 반시장 정책을 전면 수정해도 시장이 안정을 되찾기 어려운 판국이다. 설상가상으로 진성준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은 어제 ‘1가구 1주택 보유’를 요구하는 주거기본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반시장을 넘어 사유재산과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폭주다. 그 사령탑에 변창흠까지 들어서면 혼란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