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다음은 아이카? 6년 묵은 '타이탄'의 눈·두뇌 움직인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22 16:35

업데이트 2020.12.22 17:20

애플이 미래 차 시장에 뛰어들까.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하드웨어 개발 노하우까지 갖춘 애플은 미래 차 시장의 강력한 도전자다. 사진은 애플 관련 정보가 올라오는 '맥루머스'에서 예상한 애플 자동차 모습. 사진 맥루머스

애플이 미래 차 시장에 뛰어들까.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하드웨어 개발 노하우까지 갖춘 애플은 미래 차 시장의 강력한 도전자다. 사진은 애플 관련 정보가 올라오는 '맥루머스'에서 예상한 애플 자동차 모습. 사진 맥루머스

‘아이카(iCar·애플 자동차)를 볼 수 있을까.’

수면 아래 있던 애플의 미래 차 계획 ‘프로젝트 타이탄’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달 초부터 일부 테크 전문 매체들은 “2024년을 목표로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를 선보인다”고 보도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도 비슷한 보도를 내놨다.

[뉴스분석]

2014년 시작된 ‘프로젝트 타이탄’은 지난 6년 동안 외견상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8년 테슬라 수석 엔지니어로 자리를 옮겼던 더그 필드 부사장을 다시 영입했지만 지난해 190명을 해고하는 등 조직을 줄이기도 했다.

거인(타이탄)의 눈과 두뇌가 움직인다

애플은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2에 라이다(LiDAR) 스캐너를 처음 탑재했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쏴 물체에 부딪쳐 돌아오는 데이터를 계산해 사물의 양감(量感)을 측정하는 센서다. 스마트폰에서는 증강현실(AR) 앱을 구현하거나 카메라 성능을 높이는 데 사용하는데, 자율주행기술의 핵심 장비이기도 하다.

애플은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2프로에 라이다 스캐너를 장착했다. 자율주행 기술에서도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는 장비다. 사진 애플

애플은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2프로에 라이다 스캐너를 장착했다. 자율주행 기술에서도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는 장비다. 사진 애플

애플이 적용한 기술은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나노 초 단위로 계산하는 ‘ToF’(Time of Flight) 방식이다. 이 데이터와 카메라 영상을 분석하면 사람의 눈이 주변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는 것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말 그대로 ‘디지털 눈’이 되는 셈이다.

센서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이 정보를 분석해 동작으로 연결하는 ‘두뇌’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과 맥 컴퓨터에 독자 연산칩(AP)을 장착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애플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와 협업해 자동차용 통합 시스템반도체(SoC) 개발도 타진 중이다.

테슬라 역시 자동차용 SoC를 삼성전자에 위탁생산 중이며, 차세대 SoC인 ‘HW 4.0’은 TSMC가 맡아 생산할 예정이다. 애플이 미래 차의 눈과 두뇌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은 언제든 자동차 분야에 뛰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애플이 맥 컴퓨터용으로 자체 생산한 M1 CPU. 애플은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와 협업해 자동차용 통합 시스템반도체(SoC) 개발을 타진 중이다.

애플이 맥 컴퓨터용으로 자체 생산한 M1 CPU. 애플은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와 협업해 자동차용 통합 시스템반도체(SoC) 개발을 타진 중이다.

하드웨어+생태계 노하우가 강점

애플이 묵혀 있던 ‘타이탄 프로젝트’를 만지작대기 시작한 건, 시장이나 원가 경쟁력이 충분히 성숙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걸로 보인다. 이미 테슬라나 중국의 니오가 시장 가능성을 증명했고, 수년 전부터 예측됐던 자율주행 전기차 분야의 기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애플이 북미 최대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 등과 협업을 타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필요하다면 완성차 업체에 미래 차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하거나, 아예 완성차 업체의 양산 설비를 인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애플은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와 협업해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타진 중이다. 사진은 대만 폭스콘 본사에 달려있는 TSMC 엠블럼.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은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와 협업해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타진 중이다. 사진은 대만 폭스콘 본사에 달려있는 TSMC 엠블럼. 로이터=연합뉴스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구축에서도 애플의 경쟁력은 탁월하다. 안드로이드 진영과 비교하면 ‘닫힌 생태계’지만 충성도 높은 고객을 유지하는 점은 테슬라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다. 미래 차의 눈(센서)과 두뇌(SoC)에 고성능 연산 시스템을 독자 개발하고, 하드웨어까지 매력적으로 만드는 회사란 점에서 자동차 분야의 성공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셈이다.

제2의 아이폰 가능할까

애플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도 관심이 많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저렴하면서도 주행 거리가 긴 배터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은 애플이 ‘모노셀(Mono Cell)’ 방식의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테슬라가 삼성전자에 위탁생산하는 자동차용 SoC 'HW 3.0'. 자동차의 모든 하드웨어를 통합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사진 테슬라

테슬라가 삼성전자에 위탁생산하는 자동차용 SoC 'HW 3.0'. 자동차의 모든 하드웨어를 통합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사진 테슬라

‘모노셀’은 테슬라 같은 원통형 배터리나 LG화학이 생산하는 파우치형 배터리가 아니라 커다란 덩어리의 리튬계 배터리다. 과거 ‘리튬 폴리머’ 배터리로 불린 미래 배터리 형태다. 여기에 테슬라나 CATL처럼 모듈과 배선 등을 없앤 ‘셀투 섀시(Cell to Chassis)’ 형태를 검토 중이란 게 테크 업계의 분석이다.

애플 자동차가 실현된다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생산하듯, 핵심 플랫폼을 개발하고 전 세계에서 제조자 개발 생산방식(ODM)으로 부품을 수급한 뒤 아이튠즈 스토어처럼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장악하는 전략을 쓸 공산이 크다. 이후엔 라이다, SoC 등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백 년 동안 쌓아온 양산 노하우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완벽하고 혁신적인 제품이 아니면 쉽게 뛰어들지 않는 애플 최고경영진 특성상 자동차 분야에 확신이 들기 전엔 섣불리 진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애플은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인 뒤 '닫힌 생태계'인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해 응용 프로그램 생태계를 구축한다.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2004년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유럽 아이튠즈 스토어를 공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은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인 뒤 '닫힌 생태계'인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해 응용 프로그램 생태계를 구축한다.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2004년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유럽 아이튠즈 스토어를 공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래 차의 핵심인 센싱과 연산, 실제 동작을 명령하는 분야에선 애플이 구글과 함께 '신계(神界)'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애플은 구글과 달리 외부의 하드웨어를 수급해 관리하는 노하우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애플과 테슬라가 보여주듯,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에 하드웨어 노하우까지 갖춘 회사가 자본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센서나 연산 기능에 특화된 기업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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