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안 D-10…이용구 폭행 의혹, 검경 간 핑퐁 사건 될 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0.12.22 15:58

업데이트 2020.12.22 17:36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봐주기’ 논란이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키우면서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에 불똥이 튀는 형국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이번 사건이 검경 갈등을 촉발하는 1호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경찰이 이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거졌다. 이 차관은 변호사로 재직하던 지난달 6일 늦은 밤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된 운행 의사 없이 자동차를 주·정차한 경우는 운전 중이 아니다는 취지의 2017년 헌법재판소 결정과 유사 판례를 검토한 뒤 이 사건에 반의사 불벌죄인 형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검찰 측 “판례 연구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고려할만한 건 아니야” 지적

하지만 경찰의 이같은 해명에 검찰 쪽에서는 “판례 분석은 법원의 판단 영역이지 경찰 수사 단계에서 고려할 만한 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직 검사는 “경찰은 수사 단계에서 조사나 객관적 증거를 확인해 사실관계를 확정한 뒤 나중에 판례 분석 등 법리 검토를 통해 어떤 범죄가 되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제기되면서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인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이 합당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1차 수사 종결권을 갖는다. 이번 사건에서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사건 번호가 부여되지 않아 입건 전에 내사 종결로 처리됐지만, 시민단체 고발로 곧 입건 처리가 돼 경찰이 다시 혐의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검경수사권조정안 시행 이후 제한되는 검찰 직접수사 범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검경수사권조정안 시행 이후 제한되는 검찰 직접수사 범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사권 조정안 시행 이후에는 입건이 되더라도 경찰이 ‘혐의가 인정된다’는 판단을 할 경우에만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혐의없음’ 판단을 내린 경우는 수사를 종결할 수 있다. 다만 검찰 또는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경찰 마음대로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없도록 통제 장치를 뒀다.

우선 경찰은 ‘혐의없음’ 처분을 할 경우 그 이유를 적은 서면과 관련 서류, 증거물을 즉시 검찰에 보내야 한다. 검찰은 이를 최장 90일 동안 검토한 다음 위법하거나 부당한 점이 있다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재수사 요청을 경찰이 거부할 수는 없다.

검찰 대신 사건 관계인이 제동을 걸 수도 있다. ‘혐의없음’ 처분을 할 경우 경찰은 고소인이나 고발인, 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에게 서면으로 그 취지와 이유를 통보해야 한다. 이 통지를 받은 사건 관계인이 이의신청하면 경찰은 사건을 즉시 검찰에 넘겨야 한다.

고발 시민단체 수사 이의 제기시 검경 간 '핑퐁' 사건 될 가능성

제동 장치 때문에 이용구 차관 사건은 자칫 검경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 차관을 이날 특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가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이 즉시 검찰로 넘어간다. 이런 경우 검찰은 경찰에 다시 수사를 요청할 수 있지만,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반복적인 결론을 낼 수 있다. 반복적인 결론이 날 상황에 대비한 2차 제동장치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런 우려는 올초 법이 통과될 당시에도 나왔다. 당시 대검 관계자는 “검찰이 반복해 재수사를 요청할 때 경찰도 계속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면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며 “검찰과 경찰이 사건을 반복해 주고받는 이른바 ‘핑퐁게임’을 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간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형사법 전문가는 “수사권 조정안 시행으로 검찰의 기소권 남용은 견제가 됐지만, 경찰이 사건을 암장(暗葬)하는 ‘불기소의 남용’이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현직 경찰은 “재수사 이후에 검사가 법리위반과 채증법칙 위반, 소추요건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면 사건 자체를 송치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며 “강력한 통제장치가 남아있어 우려처럼 검경 갈등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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