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확진 급증할때, K방역 홍보하러 동남아에 8억 썼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22 11:47

업데이트 2020.12.22 22:53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코로나19 수도권 방역 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코로나19 수도권 방역 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이 해외에 K방역을 홍보하기 위해 8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문화홍보원 10∼12월 지출 내역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해외문화홍보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홍보원 측은 10월부터 12월까지 동남아 및 유럽 국가의 TV방송 및 옥외광고를 활용해 K방역을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예산은 3차 추경 때 편성됐다.

홍보원에서 제작한 '국가이미지 제고 해외광고 추진계획(K방역)'이라는 문서에 따르면 이 예산은 '해외광고를 통해 국가이미지 제고 도모'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 전파 및 한국의 대응 사례 간접 홍보'를 위해 집행됐다. 광고 내용은 'K방역홍보(30초 및 15초 분량)'으로 만들어졌다.

동지를 맞은 서울시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복문화체험관에 확진자가 발생한 21일 방역복을 입은 방역국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동지를 맞은 서울시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복문화체험관에 확진자가 발생한 21일 방역복을 입은 방역국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주요 타깃은 신남방국가 10개국으로 5억원이 집행됐다. 10개국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캄보디아, 라오스, 브루나이, 베트남, 태국(이상 TV광고)과 필리핀, 미얀마, 말레이시아(이상 옥외매체) 등이다. 각 국가에 소요된 예산은 적게는 1300만원부터 많게는 8400만원까지 다양했다. 나머지 3억원은 BBC와 아리랑TV를 통해 그 외 지역에서 광고 영상이 송출되는데 사용되고 있다.

광고는 과거 수십 년 동안 한국에 인도적 목적으로 면 마스크가 보내졌는데, 이제는 한국이 6·25전쟁을 도왔던 국가들과 1회용 마스크를 나누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한국은 코로나19를 제어한 한국식 모델(K방역)을 나누길 바란다는 메시지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의 워킹스루 방식의 코로나19 진단 영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백 의원은 "정부가 백신을 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했을 기간에 K방역을 홍보하는 데만 정신을 쏟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하루 1000명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는데다 정부가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에서 해외에 K방역을 홍보하려 한 것은 안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현재 전국이 병실과 의료진 부족으로 비상이 걸리고, 병실을 구하지 못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벌어지는 상황이 매일 벌어지고 있는데, 해외에서는 K방역의 성공을 나누고 싶다는 광고가 나간다는 것이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K방역을 알리는 광고가 집행된 국가들의 선택도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싱가포르는 전국민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 물량을 확보했고 리셴룽 총리가 1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달 말 (화이자) 백신이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은 일일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인 국가들이다. 한국에서 869명의 확진자가 나온 21일 베트남(인구 9733만명·누적 확진자 1413명)은 2명, 캄보디아(인구 1671만명, 누적 확진자 363명) 0명의 확진자가 보고됐다.

백 의원은 "한국보다 코로나19 방역 태세가 우수한 국가들에 혈세를 사용하면서 K방역을 홍보한 것은 누가봐도 보여주기식 예산낭비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과 관련해 홍보원 측은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정한 것은) 특별한 목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에서 강조하는 신남방정책에 호응하는 성과를 보이기 위해 동남아 국가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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