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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노트] 비트메인 경영권 포기한 우지한, 옳은 선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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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트메인]

[소냐's B노트] 장기간 이어져온 중국 암호화폐 채굴 기업 비트메인의 공동설립자 간 경영권 다툼이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1년 전 경쟁자 잔커퇀을 몰아내고 1인 체제를 굳힌 우지한이 다시 잔커퇀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물러나게 된 것입니다. 예상 밖의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갑자기 우지한이 마음을 바꾼 이유가 뭘까요. 우지한이 없는 비트메인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더 나아가 비트코인 2만달러 시대에 채굴 업계는 어떤 격변기를 맞이하게 될까요.

#비트메인 경영권, 우지한→잔커퇀 

12월 19일 중국 매체 우숴블록체인은 다수의 업계 인사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1년 넘게 경영권 자리를 두고 다툼을 벌여온 우지한과 잔커퇀이 16일 드디어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합의 내용은 업계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잔커퇀이 회사로 복귀하고, 본인의 지분을 담보로 비트메인으로부터 6억 달러를 빌려 우지한의 지분을 대부분 사들인다고 합니다. 우지한은 비트메인 계열의 비티씨닷컴, 비트디어, 해외 채굴장 등 9000만달러 규모의 사업 경영권을 갖게 되고, 그 외 비트메인의 채굴기 사업과 인공지능(AI) 사업, 앤트풀, 자국 내 채굴장 등은 잔커퇀이 모든 권한을 확보하게 됩니다. 비트메인에서 우지한의 존재감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비트메인의 주된 수익원인 채굴기 사업이 잔커퇀에게 다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우지한이 떠나기로 맘먹은 이유는?

우지한은 왜 이 같은 선택을 한 걸까요. 우숴블록체인은 과거 그의 행적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추론했습니다. 먼저, 그는 본래 기업가가 아닌 투자자가 되길 희망해왔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겁니다. 잔커퇀과의 경쟁이 본격화되기 전 그에게 대표직을 맡기고 본인은 뒤로 물러나 있었던 것이나, 공식석상에서 워렌 버핏 같은 투자자가 되고 싶다고 수차례 언급한 것을 보면 전혀 불가능한 가설은 아닙니다.

경영권 다툼에서 본인이 불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스스로 물러났다는 설도 있습니다. 베이징 소재 베이징비트메인과기유한공사는 우지한이 확실히 장악한 상태이지만, 모회사 격인 케이멘 소재 비트메인과기주식유한회사와 베이징 비트메인 지분을 100% 가진 홍콩 소재 비트메인 테크놀로지 리미티드의 지분관계에선 잔커퇀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입니다. 

회사의 장기적 미래를 위해 우지한이 희생한 것이라는 추론도 나옵니다. 이러한 추론이 가능했던 건, 이번 합의서에 잔커퇀이 2022년 말까지 비트메인의 미 증시 상장을 성사시키도록 책임을 지운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상장에 따른 기업의 최소 평가액은 55억달러, 조달자금은 5억달러 이상이 돼야 합니다. 2018년 8월 시리즈 B+ 투자 유치 후 기업가치가 145억달러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축소되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이때까지 상장을 완료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을 이자까지 얹어 되돌려줘야 합니다. 

우지한이 채굴업 미래를 그다지 낙관하지 않는다는 추론도 가능합니다. 채굴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성장 공간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를 깨달은 우지한이 채굴기 매출에 의존하는 비트메인의 전망도 암울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거죠.

우지한은 경영권을 포기한 대가로 돈방석에 앉게 됐습니다. 앞으로 그는 무엇을 할까요. 우숴블록체인은 그가 투자자의 길을 걷거나 본인이 차린 핀테크 기업 매트릭스포트로 갈수도 있고 벤처캐피털(VC) 혹은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단, 비트코인 채굴기 사업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합의서에 경쟁금지조항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지 않다 해도 비트메인을 경쟁자로 삼는 건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기 때문이죠.

#우지한 없는 비트메인의 미래는?

우지한은 비교적 합리적이고 냉철하게 비트메인을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투자자들과 임직원들로부터 적잖은 신뢰를 얻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경영권이 잔커퇀에게 넘어가면서 비트메인의 미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또한 회사가 보유한 현금의 상당 부분을 우지한이 챙겨 나갔기 때문에 비트메인은 주 수입원인 채굴기 제조와 판매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상 성적은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모종우 그로우파이 공동창업자는 "채굴업 활황으로 비트메인 채굴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출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이달 초 비트메인은 주력 채굴기 앤트마이너 S19 시리즈 선주문 가격을 20% 인상했음에도 내년 3분기까지 주문이 밀려 있는 상황입니다.

미 증시 상장을 위한 준비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투자자들에게 보증한 상장 완료까지 2년의 시간이 남아 있는데요. 하지만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곽민석 엘립티 공동창업자는 "비트메인의 채굴기 사업과 산하 서비스의 경영권이 분리되면서 상장 전 진행했던 투자 라운드에 책정된 밸류에이션을 맞추는 데 대한 내부적 이슈가 있을 것"이라며 "외부적으로도 나스닥에서 중국 업체들의 상장에 대해 유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데다 미 정부에서도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하고 있어 단기 내 상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BTC 2만달러 시대, 채굴 시장도 달라진다

비트코인 2만달러 시대가 도래하면서 암호화폐 업계가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기관들은 비트코인을 대량 사모으고 있고, 채굴업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채굴업계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요. 

곽 공동창업자는 "비트코인 유통 시장을 이전처럼 주도하기는 어려우나, 가치는 그대로 혹은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먼저, 수요 측면에서 볼 때 현재 비트코인 수요는 일일 채굴량(900BTC)보다 더 많은 상황입니다. 미국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미국발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그레이스케일과 같은 펀드나 스퀘어, 캐시앱 등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가 수요를 늘리고 있습니다. 반면 반감기 후 채굴 손익분기점이 1만6000~1만7000달러에서 형성되며 중소형 채굴장 폐업, 채굴자들의 수익실현 및 자금확충을 위한 비트코인 판매가 활발해졌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서 채굴자들이 비트코인 유통 시장에 대한 주도권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습니다.

공급 측면에서 보자면 자본의 응집과 비트코인 희소성으로 채굴 업계의 가치는 이전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곽 공동창업자는 "비트코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보유하려는 수요는 당연히 공급에 집중하게 된다"며 "이 같은 수요는 채굴업체의 주식이나 채굴기 투자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미 암호화폐 업체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의 자회사 파운드리가 비트메인 등 채굴 업체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피델리티가 사외주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채굴 업체 Hut8가 850억원 가량의 투자액을 모금하는 것 역시 이를 잘 보여준다고 곽 공동창업자는 설명했습니다.

외부에서 채굴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투자하는 건 분명 호재입니다. 동시에 채굴 시장 내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 미국, 유럽 등 전역에서 대규모 채굴장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미국 채굴업체 라이엇 블록체인이 비트메인 채굴기 2500대를 추가 매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북미 지역에서 5개 채굴 업체가 손잡고 블록캡이라는 북미 최대 규모의 단독 법인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채굴 업계의 움직임도 한층 과격해졌습니다. 내년 비트메인의 미 상장, 기관 유입 가속화, 디지털화폐 발행 등의 굵직한 이슈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연 채굴업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가 됩니다. 비트메인 경영권을 내려놓은 우지한의 결정이 옳았는지는 때가 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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